▲ 삼성 박석민(왼쪽)이 안타를 친 후 김평호 1루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설문 응답자 : KBS 이용철 해설위원, KBS N 스포츠 이병훈 해설위원, MBC SPORTS+ 양상문, 한만정 해설위원, SBS ESPN 이광권 해설위원, 프로야구 전력분석팀장 2명.
# 어느 팀이 유리한가?
“삼성이 6대 4 정도로 유리하다.” <일요신문>의 설문에 응한 야구전문가 7명은 같은 악보를 바라보는 성가대원처럼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 예상팀을 묻는 말에 예외없이 삼성을 꼽은 것이다. 이유는 각양각색이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SK보다 정규 시즌 이후 2주간 푹 쉰 삼성이 체력적 우위에 있다”며 삼성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
사실이다. 한국시리즈처럼 단기전은 체력싸움이다. 삼성 진갑용이 “포스트 시즌 1경기의 체력소비가 정규 시즌 10경기와 맞먹는다”고 말한 건 과장이 아니다. 포스트 시즌만 되면 선수들은 경기에 온통 정신을 집중하는 데다 평소와 달리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하는 통에 경기가 끝나면 파김치가 된다.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SK로선 자칫 한국시리즈에서 힘도 못 써보고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이 그랬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연장까지 가는 5차전 접전을 펼친 삼성은 막상 한국시리즈에선 별다른 힘도 써보지 못하고 SK에 4연패했다. 역설적이게도 1년 만에 SK와 삼성의 입장이 바뀐 셈이다.
투수력의 압도적 우위를 삼성 우승의 이유로 꼽은 이들도 많았다. 양상문 MBC SPORTS+ 해설위원은 “선발과 불펜에서 삼성이 SK에 다소 앞선다”고 평했다. “일단 삼성 선발진이 매우 두텁다. 차우찬, 장원삼 두 좌완 선발과 외국인 투수 저스틴 저마노, 덕 매티스가 버티고 있고, 우완 선발에도 윤성환과 배영수가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불펜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강 마무리 오승환까지 더한다면 삼성 불펜은 철벽 그 자체다.”
2개 팀의 전력분석팀장 역시 삼성의 우승을 예상했다. “약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삼성의 투수력과 수비력은 8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타선 역시 짜임새가 있다. 박석민-최형우-채태인의 중심타선과 김상수, 이영욱 등 발빠른 타자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 삼성이 우승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 각 팀의 키플레이어는?
▲ 삼성 진갑용(왼쪽)과 SK 송은범. |
이병훈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SK 포수 정상호를 지목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정상호의 투수리드는 일품이었다. 박경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방망이까지 잘 맞는다면 정상호의 상승세가 뚜렷할 것이다. 무엇보다 백업포수가 부족한 SK로선 플레이오프 5차전을 혼자 뛴 정상호가 얼마나 한국시리즈에서 부상 없이 건재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수도권 팀의 B 전력분석팀장은 “송은범의 역투가 SK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 시즌 김광현은 지난해 김광현이 아니다. 정작 SK 선발 가운데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송은범이다. 송은범이 선발로 최소 2승을 챙겨야만, SK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송은범이 무너지면 SK의 내일은 없다.”
그렇다면 삼성 우승의 첨병은 누가 담당할까. 지방팀의 A 전력분석팀장은 “단연 포수 진갑용”이라고 했다. “삼성엔 어린 투수가 많다. 한국 야구를 잘 모르는 외국인 투수도 2명이다. 진갑용이 이들을 차분히 리드해야만 삼성은 굴곡 없이 시리즈를 치를 수 있다.”
이광권 위원은 “분명 삼성은 기동력 야구를 펼칠 것”이라며 “1번 타자 김상수가 그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시리즈 MVP는?
“오승환이다.” 7명의 야구전문가 가운데 5명이 한국시리즈 MVP로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예상했다. 이용철 위원은 “어차피 한국시리즈는 뒷문 싸움”이라며 “오승환이 최소 3경기에 나와 SK 타선을 막는다면 삼성의 우승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만정, 이광권 위원도 “단기전에서 가장 많이 등판하는 투수가 마무리”라며 “오승환이야말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기회가 많은 선수”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평균자책 0.63를 기록한 오승환은 SK를 상대로 6세이브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평균자책 0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병훈 위원은 SK 정근우를 한국시리즈 MVP 후보로 꼽았다. 이 위원은 “플레이오프에서 봤듯 정근우는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라며 “큰 경기에 원체 강해 가장 강력한 한국시리즈 MVP로 꼽고 싶다”라고 말했다.
B 팀장은 “지친 SK 투수들을 상대로 한방을 기록할 수 있는” 삼성 최형우를 MVP 후보로 꼽았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류 ‘프랜차이즈 만세’ 이 ‘선수중심’ 꽃피워
▲ SK 이만수 감독대행(왼쪽)과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하지만 류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정규 시즌 1위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몇몇 야구인은 류 감독의 포부를 “초보 감독의 철없는 야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류 감독도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맡았는데, 그러면 ‘4강 진출을 목표로 삼겠다’고 해야 하느냐”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류 감독의 포부가 맞았다. 삼성은 압도적인 전력 차로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목표는 이뤘지만, 류 감독은 더 큰 목표를 향해 뛸 생각이다. 바로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사령탑으론 처음으로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다.
SK 이만수 감독대행도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 시 어려움이 많았다. 전임 김성근 감독이 갑자기 경질되면서 2군 감독에서 1군 감독대행으로 승격됐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팀 분위기에서 감독대행을 맡아,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이 감독대행을 스승인 김 감독을 배신했다고 ‘인천 유다’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전임 감독의 대업을 잇는 것이라 믿었다.
이 감독대행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야구가 한국 프로야구에 뿌리내리길 바란다. 바로 미 메이저리그식의 ‘선수에, 선수에 의한, 선수를 위한 야구’다. 이 감독대행은 “한국 프로야구가 영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선수들이 스타가 되고, 중심이 되는 선수 중심의 야구를 펼쳐야 한다”며 “SK의 우승이 그러한 새로운 흐름의 단초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
SK “우린 밀레니엄 최강” 삼성 “이변? 거 꿈 깨셔요”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은 여유롭게 포스트 시즌을 지켜봤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진행되면서 SK 선수들의 피로도가 큰 것 같다”며 “체력에선 단연 우리가 우위”라고 주장했다.
류 감독은 “어떤 이변이 돌출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 차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 감독이 이처럼 자신 있게 우승을 공언하는 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투수진이 SK보다 앞서고, 중심타선의 파괴력도 SK 못지않다는 점이다.
“권혁, 정현욱, 권오준, 안지만,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우리 불펜진은 SK보다 한 수 위다. 선발진 역시 SK에 앞선다. SK는 좌완 선발이 김광현 한 명이지만, 우리는 차우찬, 장원삼 두 좌완이 버티고 있다.”
류 감독은 박석민-최형우-채태인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정규 시즌 때처럼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최정-박정권-안치용으로 짜여진 SK 중심타선을 능가하리라 본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이라고 내세울 게 없는 건 아니다. 이 감독대행은 “정규 시즌에서 삼성에 8승1무10패로 다소 뒤졌지만, 후반기 내용만 보자면 양팀 전력이 엇비슷했다”고 주장했다.
“올 시즌 삼성전 팀 평균자책이 3.59로 삼성과 상대한 7팀 가운데 가장 좋았다. 삼성전 불펜진 평균자책은 2.78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비록 좌완 선발은 김광현뿐이지만, 불펜엔 박희수와 이승호 그리고 정우람 등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들이 버티고 있다. 5회 이후엔 우리 투수력이 삼성보다 앞선다.”
이 감독대행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타선이 서서히 살아나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4연승했던 경험이 있어선지 선수들의 자신감이 최고”라며 SK의 우승을 자신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선수들은 이번 우승으로 어느 팀이 밀레니엄 시대의 최강자인지 증명하겠다는 태도다. 만약 SK가 우승을 거머쥔다면 해태(KIA의 전신) 이후 최고의 강팀으로 우뚝 설 전망이다.
이 감독대행은 “김성근 전 감독님이 시즌 중 팀을 떠나는 불행을 겪었지만, 선수들이 위기를 잘 추슬러 한국시리즈까지 왔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허공이 아니라 가을 무대의 마지막을 적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