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필기념공원에 세워진 또 하나의 독립문. 그 곁에는 독립을 향한 변치 않는 서재필의 열정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
독립문은 자주독립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1897년 청나라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 자리에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세운 것이다. 송재 서재필의 독립협회가 이 사업을 주도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 따 만든 독립문은 중앙 통로가 무지개 모양이고, 그 이맛돌에는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오얏꽃 무늬와 함께 앞뒷면에 ‘독립문’이라는 글씨가 한글과 한자로 각각 새겨져 있다. 독립문은 높이 14.28m, 너비 11.48m 크기다.
그런데 이것과 똑같은 독립문이 전남 보성군 문덕면 용암리에도 있다. 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사실 이 독립문은 서재필기념공원 내에 있다. 보성군 용암리는 청년시절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등과 개화파의 일원으로 활동하였고 일제강점기에 독립협회를 이끌며 여러 모로 나라를 되찾기 위해 힘을 쏟았던 독립운동가 서재필이 태어난 곳이다. 용암리는 외증조부 이유원이 터를 잡고, 외조부 이기대가 3000여 권의 장서를 구비해 가은당, 일감헌, 천상대 등 3개의 학당을 운영하며 유명한 학자들과 학문을 논하던 곳이다. 서재필 생가는 용암리에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앉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 60여 호의 마을이 모두 소각되면서 생가도 소실되었으나 2003년 중요한 건물들이 복원되었다. 이곳에는 현재 서재필이 태어난 초당과 가족이 거처했던 내당, 안채, 공부방이었던 가은당 등이 있다.
또 하나의 독립문이 있는 서재필기념공원은 복원된 생가로부터 약 1.4㎞ 떨어진 주암호수가에 있다. 2008년 7월 준공된 이 공원에는 서재필의 유물 800여 점이 보관된 독립운동전시관을 비롯해 사당, 조각공원, 야외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독립문은 4만 5000여㎡ 규모로 조성된 공원의 많은 볼거리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이다. 서울 서대문에 자리한 것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크기와 모양으로 공원에 우뚝 서 있다. 이것이 본래의 독립문을 모방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 이곳으로 옮겼냐고 착각할 정도다.
김동옥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서재필기념공원 061-852-2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