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람들’ 경기도청 요직 차지…김 당선인 인사로 채울 것인지 관심 쏠려
차기 경기도의회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동수로 구성됨에 따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지방선거 승리로 ‘민주당의 미래’ 중 하나로 급부상한 김동연 당선인이 협치를 통해 도정의 성공까지 이뤄낸다면 ‘이재명 원톱 구도’도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꺼이 상대 당에도 손을 내미는 김동연의 스타일은 지금까지의 민주당엔 없었던 DNA다. 진영 논리를 강화해 맹목적 지지층을 늘려가는 기존 정치와는 다른 셈법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민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가 따로 없고 진영과 이념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는 김 당선인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협치를 띄운 김동연 당선인은 민주당을 향해선 매서운 회초리를 들기도 했다. 6월 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석이 나오는 건) 틀린, 잘못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했고, 지방선거 패배 요인으로 “대선 패배 뒤 성찰의 부족, 국민들께서 바라는 변화와 개혁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잘못을 냉철하게 시인한 것이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내 편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민주당의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즉 개혁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겠다는 뜻인데 이 같은 기준이 경기도청 안에서도 적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청에는 아직도 속칭 ‘이재명 패밀리’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지금도 특정 파트에 남아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 요직을 그대로 이들에게 맡길 것인지 김동연의 인사로 채울 것인지가 경기도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경기도 관계자는 3일 “김동연의 경기도가 될지 이재명 시즌2가 될지는 ‘성남 식구’들 거취에 달렸다”며 “이들은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경계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경기도 산하기관 출신의 다른 인사는 “도민을 위해 일하기보다 자기 보스를 위해 일하는 것처럼 행동하던 분들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로 경기도 홍보비 내역 공개 거부 논란을 들 수 있다. 지난해 3월 경기도의회 신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기도에 대변인실과 홍보기획담당관, 각 실‧국의 홍보비와 사업비 내 홍보 예산, 도 26개 산하기관의 홍보비 자료를 요청했다. 신 의원은 언론사 및 대행사별 집행 내역을 구분할 것을 요구하며 표까지 만들어 보냈다.
하지만 경기도는 6월까지 의회에 대변인실과 홍보기획담당관의 홍보비 내역만 제출하고 실‧국과 산하기관의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언론사별 집행 내역 역시 제출하지 않았다. 경기도 대변인은 도의회 예결위에서 “기업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 일은 9월 민주당 대선 경선 국면에서 소환되기도 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은 9월 3일 “이재명 (경선) 후보의 경선 전략 중 하나가 거부와 무시인 듯하다”며 “도의회가 홍보비 내역과 공공기관 열린 채용 등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지만 경기도는 일부 자료만 제출했다”고 경기도의 불통을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4일 서울행정법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낸 정부 광고 집행 내역 정보공개 소송 초심에서 "광고 내역은 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언론진흥재단은 “매체 영업 비밀”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지만, 광고 집행 세부내역 정보는 국가 예산 집행 내역으로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더구나 과거 법원, 법제처,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정부 광고 내역은 “영업 비밀이 아니다”라는 판결, 해석, 재결 등이 내려진 바 있다. 경기도의 '기업의 정당한 이익 보호'라는 해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김동연 당선인의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민주당이 해오던 '계파 챙기기', '친소 관계 중심'이 반복될지는 인사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김동연 당선인 측은 7일 “아직은 경기도 인사에 대한 그림이 나와 있지 않다. 정치색 안 따지고 참신하게 가자는 당선인의 기조는 세워졌다”고 했다.
8일 김동연 캠프는 저녁 8시 무렵 공동인수위원장으로 염태영 전 수원시장,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이사, 부위원장으로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선임했다고 알려왔다. 캠프 측은 “지방행정, 혁신경제, 공공재정 등 전문성과 실무 능력 중심으로 인수위원장단을 구성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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