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K리그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각 팀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시·도민구단에선 팀 존폐가 걸려 있어 선수들의 압박감이 상당하다. |
# 강등권 구도 어떻게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정몽규) 직원들은 요즘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멀게만 느껴졌던 승강제 시행 시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11월 중순, 모든 프로젝트를 마감한다는 방침을 세운 프로연맹은 1부 리그 12개 팀, 2부 리그 8개 팀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팀 숫자는 추후 상황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12개 팀도 국내 스포츠 시장 구조와 현실상 지나치게 많고, 8~10개 정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프로연맹 관계자도 “(1부 리그 클럽들이) 12개로 확정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최대한 수렴해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내년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 먼저 1부 리그에 맞지 않는 팀들을 걸러낸 뒤 2부 리그의 골격도 함께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6강 플레이오프(PO) 제도가 사라지고, 2012시즌에 한해 스플리트(Split)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스플리트 시스템의 골자는 이렇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신생팀 광주FC를 포함한 16개 구단들이 홈 앤드 어웨이로 총 30라운드를 정규리그로 소화한 뒤 성적에 따라 상위권 8개 팀이 챔피언십(가칭) 리그를 치르고, 하위권 8개 팀이 레귤러 리그를 치른다는 복안이다. 물론 정규리그와 마찬가지로 홈 앤드 어웨이 형태로 진행되며 지나치게 경기 수가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일단 내년도 컵 대회는 폐지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다만 상주 상무는 성적에 따라 포스트시즌 리그 참가를 결정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2013시즌부터는 2부 리그로 일단 내려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무의 K리그 참가 때부터 프로연맹과 이와 관련한 교감을 나눴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강등권 팀 숫자를 확정하면 이와 맞는 팀들이 일단 2부 리그로 내려가 기본 골격을 구성한다.
축구계는 유력한 2부 리그 후보군으로 상무 이외에 K리그 2군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경찰청, 그리고 현재 K리그에서 상무와 함께 추가로 떨어질 3팀 등 총 5개 팀에 내셔널리그나 프로축구단 창단을 목표로 한 지자체 팀들 3개 정도를 끌어들일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더불어 프로연맹은 이번 승강제 시행을 계기로 프로 라이선스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 진정한 프로축구의 틀을 짜겠다는 생각이다. 일종의 클럽 등록 기준인데 천연잔디구장 확보 및 클럽하우스 시설, 사무국과 근로 기준에 따른 선수단 확보 등등을 점수별로 차등화해 1부 리그 팀들이 100점 만점에 가깝다면 2부 리그는 80점 수준 등등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한때 굳이 국내 축구 현실에 맞지 않는 2부 리그는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들도 차츰 잦아드는 분위기다. K리그 구단들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이러한 방침에 충분히 동조하고 있다.
향후 승강제가 시행된 이후 2014시즌부터 본격화될 승격-강등 구분은 각각 2개 팀들로 굳어지는 가운데, 프로연맹은 1부 리그 최하위와 2부 리그 최상위의 자리가 뒤바뀌고 흥행을 위해 강등 및 승격 PO를 따로 진행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 시·도민구단의 위기
시(도)민구단들은 하루하루가 초조하다. 일부 핵심 프런트 직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밤잠을 계속 설친다”며 불면증을 호소할 정도다. 내년 시즌 성적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서글픈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벌써 축구계에는 2부 리그 유력 후보군 리스트가 나돌고 있고, 거의 겹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과에 만족할 수 없는 일부 팀들은 아예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6강 PO 진출의 희망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차기 시즌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한 해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항간에서는 차기 시즌을 위해 일부 시(도)민구단들이 2년치에 달하는 선수단 운영 자금을 한꺼번에 풀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좋은 선수들을 한꺼번에 데려오겠다는 복안인데,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2013시즌, 2014시즌 등 차기 시즌 운영이 더욱 힘겨워질 수 있겠지만 당장이 급하고 망신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동조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 축구인은 “수년치 자금을 한꺼번에 쏟아 붓겠다는 계획 자체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실정인데, 몇몇 시민구단들이 몇 년치 자금을 한꺼번에 푼다고 해도 기업형 구단들을 간신히 따라가는 수준이다. 자유경쟁 시대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구단들은(여기서는 기업형 구단들도 포함) 올 시즌 순위 다툼을 하면서 새 시즌에 대비한 ‘맞춤형’ 용병 물색에 돌입했다. 지방 대도시의 유력 구단은 사무국장이 직접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을 약 한 달 일정으로 돌아보며 쓸 만한 용병 물색에 나섰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대개 K리그가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K리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FC서울과 수원 삼성 등 일부 빅 클럽들을 제외하면 상당수 팀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란 치욕적인 수식이 붙을 정도로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모두가 절박함을 느껴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불어 승강제가 시행되고, 2부 리그로 강등될 경우 몇몇 팀들은 아예 팀 해체를 운운하고 있는데, 혹여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프로연맹은 승강제를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생각이다. 일부 ‘개념없는’ 시(도)민구단들이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차라리 이 기회에 없어져야 할 팀, 필요하지 않은 팀, 발전에 대한 절박감이 없는 팀은 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한 프로연맹 직원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일은 없다. 일부 팀들이 절박함과 압박감을 호소하는데, 그만큼 건강하게 K리그가 흘러가고 있다는 징표다.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외에 시즌 막바지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데 승강제처럼 좋은 제도도 없다. 승격이라는 메리트, 강등이라는 제재가 고루 뒤섞여 있으니 모든 팀의 고른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승격에 관심 있는 팀
이제 포커스는 프로 2부 리그에 참여할 팀들이 있는지 여부다. 몇 해 전에도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고양 KB국민은행이 시즌 챔피언에 등극하고도 K리그 승격을 거부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져 한바탕 축구계가 홍역을 앓았다. 만약 그때 승격이 이뤄지기만 했어도 K리그에는 좀 더 빨리 승강제가 정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축구인들은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일단 프로연맹은 2부 리그 참여를 전제로 모든 팀들에 문호를 열어뒀지만 결국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내셔널리그에서 불러들일 공산이 크다. 다행히 관심을 갖고 있는 팀들이 많다.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충주 험멜, 안산 할렐루야 등이 K리그 2부 리그 참여에 관심을 가진 대표적인 팀들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밝지는 않다. 실업축구와 프로축구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면 바로 법인화인데,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K리그 울산 현대와 같은 법인으로 구분돼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클럽 기준에 따르면 동일 리그에 같은 법인의 팀들이 동시에 참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법인을 분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하는 셈이다.
여기에 수원시청과 천안시청도 K리그 2부 리그 참가가 가능할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당초 시청 축구단은 전국체전 참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터라, 체전 참가와 해당 시(市)로부터의 지원이라는 큰 메리트를 포기할지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일단 이들 두 팀들은 모두 독특하게 재단법인으로 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리그 참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K3리그는 대개 정규 클럽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선수 신분이 명확치 않다. 정식으로 연봉을 받고 보험 적용이 되기보다는 약간의 수당 형태로 수고비가 지급된다고 한다. 더욱이 연간 운영자금도 내셔널리그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내셔널리그는 평균 운영비로 20억 원 정도를 쓰지만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못해도 최소 80억 원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 현대미포조선이 그나마 많이 쓰는 편인데, 30억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어떠한 팀도 참가하지 않는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도 프로연맹은 따로 준비하고 있다. 특정 팀이 총 2개의 스쿼드로 나눠 각각 다른 리그에 참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며 아예 내년도 강등 팀 숫자를 늘리는 형태도 고려할 수 있다. 단, 전자가 채택되면 법인화 문제가 또 다시 거론될 수도 있어 조정이 필요한데다 지금껏 계속 진행된 K리그 R리그(2군 리그)와 형태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