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로 스크린과 칸 영화제에 동시 데뷔한 배우 이지은(29).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2/0614/1655176052587834.jpg)
6월 8일 국내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는 작품 자체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지언정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이견이 없었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주영, 이지은이 함께한 이 작품은 베이비 박스에 남겨진 아기들의 입양처를 찾아 돈을 받고 넘겨주는 불법 입양 브로커와 아기를 찾으러 온 엄마의 로드 무비를 그린다. 이지은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놔두고 갔다가 다시 찾으러 온 엄마 소영 역을 맡았다.
“감독님께서 따로 주신 소영이의 인터뷰지가 있었어요. 그 안엔 대본보다 훨씬 소영이의 어둡고 힘든 면모가 많았는데 그걸 보며 ‘나보다 짧은 인생에서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을 내가 잘,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소영이는 자신에게 연민을 줄 여유조차 없는 삶을 살았고 저는 그게 너무 안쓰러웠어요. 소영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건 제게 참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제가 살아보지 않은 삶이기에 감히 어떤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아주 단순하게 힘내라, 응원한다 그런 말 자체를 제가 할 자격이 있는지 싶어요.”
!['브로커'에서 이지은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뒤 다시 찾으러 왔다가 불법 입양 브로커들과 엮이게 된 미혼모 소영 역을 맡았다.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2/0614/1655176125772340.jpg)
“크랭크 업 당시가 제가 ‘LILAC’(정규 5집) 앨범 활동을 막 끝내던 때였는데 그래서 제 머릿결이 정말 많이 상해 있었어요(웃음). 그러다가 그 결을 다 살려서 가는 게 어떨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죠. 진짜 운이 좋게 머리 기장이 아주 길었는데 게다가 탈색모였던 터라 빗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지저분했거든요. 그 푸석푸석 머리를 다 살려서 갔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을 드린 기억이 나요(웃음).”
삶으로부터 매질 당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던 소영을 보고 있자면 이지은의 주연작이었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이지안이 떠오른다. 실제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지은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로 ‘나의 아저씨’를 꼽았다. 그는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에게 홀딱 반했다. (그것이) 이지은 캐스팅 이유의 전부다. 훌륭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안은 삶에 다소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 반면, 소영은 언제든지 ‘반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저도 지안이와 소영이는 결이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가장 큰 차이가 지안은 표현을 거의 안 하는 인물이지만 소영은 자기 안에 닿으면 참지 않는 인물이라는 거였어요. 사실 감독님도 ‘나의 아저씨’를 보시고 저를 캐스팅했으니 지안이에게서 가져올 수 있는 부분, 소영과 결이 비슷한 부분은 가져오려 노력을 많이 했죠. 다만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부분도 있어서 거기서는 제가 그동안 안 보여드렸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지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직설적으로 바로 표현하고 뭔가 느꼈을 때 바로 드러내려는 것 같은 거요.”
![소영을 연기하며 이지은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관객들 앞에 하나씩 펼쳐 놨다. 사진=영화 '브로커' 스틸컷](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2/0614/1655176258339313.jpg)
“다들 보시고 ‘오, 진짜 욕 하는 거 같아! 나 지금 약간 무서웠어!’ 하시면서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기도 했어요. 원래 대본엔 일본식 욕이 적혀있었는데 ‘당신이 이랬잖아’ ‘바보 같은!’ 이런 식의 번역체였거든요(웃음). 아무래도 소영이가 나이가 어리다 보니 좀 더 직설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친구가 할 만한 욕을 생각해봐도 되겠냐고 말씀드려서 조금씩 바꿔나갔어요. 또 수진과의 신에서 그 대사는, 영화의 주제가 아닌 소영 개인의 가치관이 담긴 대사였기에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어요. 영화의 주제였다면 제가 인간으로서 생각하는 신념과 다른 지점에 있어 이 영화에 참여하는 데 고민이 많아졌을 것 같거든요.”
상업영화 데뷔를 무사히 마쳤으면 이제 다음 스텝으로 나갈 차례다. 배우 이지은으로서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과 함께 한 코미디 영화 ‘드림’의 공개를 앞두고 있고, 가수 아이유로서는 앨범 활동 외에도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대중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올해로 30대를 맞이하게 된 그는 ‘계획 없는 삶’에 한 걸음 발을 들이밀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일 욕심도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건 타고 난 천성이나 다름없다고.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그런지 이지은과 아이유를 분리하지 않고 사는 것 같아요. 평상시 생활할 땐 그런 분리감이 확실했는데 어느 순간 일을 할 때도 이지은을 사용하다 보니 크게 분리가 안 되더라고요. 저는 배우로도 가수로도 굉장히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일 욕심이 타고 난 것 같고, 또 일복도 타고 난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계속 일해야 하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다만 개인으로서의 저는 노력하는 사람이고 머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