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역시 겉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검찰의 타깃이 된 기업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기류가 흐른다. 압수수색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그 사실을 파악하고 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SK 내부에선 “(검찰 측과) 조율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일각에선 최태원 회장의 급거 귀국을 ‘쇼’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압수수색을 통해 가져온 자료는 별 게 없다. 최 회장과 관련해 해외업체 M&A를 통한 횡령, 스포츠단과 IT업체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온갖 루머가 돌고 있는데 그 부분은 사실과 다르고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최재원 부회장의 비자금 의혹과 최태원 회장의 선물 투자 등에 국한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검찰과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한상대 총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최태원 회장과의 친분 등으로 도마에 올랐던 한 총장은 “(SK는) 깔끔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총장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착수했던 SK 수사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검찰총장 직속부대인 대검 중수부가 몇몇 대기업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 전에 SK를 털고 가야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듯하다.
야권은 이번 SK 수사가 정권 실세 비리를 희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그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국철 회장의 폭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1월 초 정권 핵심 인사 측근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소환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 검찰이 이례적으로 압수수색 정보를 사전에 흘려가며 SK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율사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시기적으로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전형적인 물타기식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