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때려>에서 복서 역할을 맡은 신민아. 원 안 사진은 복싱 현 세계챔피언 김주희. |
아마추어 복싱 챔피언에 등극하며 전 국민적인 스타로 떠오른 배우 이시영. 그가 복싱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잘 알려져 있듯이 드라마 촬영 때문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이 전면 취소되며 그가 복싱을 계속 배울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이시영이 복싱을 계속하게 된 이유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안티 팬으로 인한 설움 때문이라고 한다. 이시영은 당시 <연예가중계> MC로 발탁되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으나, 미숙한 진행 탓에 안티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고 이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해프닝으로 끝난 수면제 과다 복용 응급실 행도 당시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즈음에 그를 붙잡았던 게 바로 복싱이었다.
그는 동기부여를 위해 생활체육 권투대회에 출전을 결심했다. 그러나 첫 시합에서 패배를 한 게 오히려 그의 오기를 자극시켰다. 피나는 연습 끝에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기어이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당시 그의 연습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는데, 심지어 왼손잡이로서 펀치의 정확도를 살리기 위해 식사 등의 일상생활을 대부분 오른손으로 임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0월 29일 국기원에선 미모의 여배우가 태권도 승단심사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바로 그 주인공은 영화배우 예지원. 이미 지난 9월 초단 심사를 통과한 그는 이날 2단 심사에 도전, 일취월장한 실력을 선보이며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모았다. 잘 알려졌듯 그가 태권도를 접하게 된 계기는 영화 <더 킥> 때문이었다. 조재현과 함께 태권도 챔피언 출신 부부 역할을 맡게 된 그에게 태권도 수련은 필수였다. 그러나 대개의 배우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며 영화 속 캐릭터를 익히는 데 반해 예지원은 예정된 크랭크인을 한참 앞두고 개인 연습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엔 그저 태권도의 정신과 눈빛 정도만 익히려 했지만 역시나 특유의 오기가 생기며 겨루기를 비롯한 실제 승단심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게 된다. 당시 소속사 없이 일하던 그는 홀로 택시를 타고 일산에 위치한 체육관을 찾으며 피나는 수련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난관도 있었다. 바로 무용을 전공했던 그의 과거(?) 때문이다. 무용을 전공한 덕에 품새 동작은 쉽게 익혔지만 다리 모양이 자꾸만 발레의 턴을 준비하듯 동그랗게 모아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곤 했던 것. 태권도 특유의 11자 다리를 만드는 게 그에겐 체력 싸움보다 더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그가 선보인 격한 발차기 등은 모두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것이라고 한다.
미녀격투스타의 원조는 다름 아닌 배우 신민아다. 그는 지난 2003년 드라마 <때려>를 찍으며 실제 복싱을 배운바 있고 요즘도 종종 복싱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복싱 예찬론자다. 그의 복싱 도전사 역시 처음부터 만만했던 것은 아니다. 복싱에 재미를 붙이고 자신감을 갖던 찰나 처음으로 그는 실전 스파링에 임하게 됐다. 당시 그의 첫 스파링 상대는 평범한 여고생 복서였다. 그렇지만 바로 그 여고생 복서는 현 세계챔피언인 김주희. 왼손만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김주희에게 신민아는 특유의 긴 팔로 용감하게 맞섰다고 한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스파링을 시작한 김주희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신민아에게 무의식적으로 훅을 날렸고, 정통으로 들어간 훅에 신민아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드라마 <때려>를 통해 복싱 솜씨를 선보인 스타는 신민아뿐이 아니다. 태권도와 복싱을 합쳐 만든 운동 ‘태보’로 이미 다이어트 비디오를 출시한 바 있는 개그우먼 조혜련과 당시 신예였던 김빈우도 이 드라마에 복싱 선수로 출연했다. 이들은 프로 못지 않은 자세와 테크닉으로 현장의 스태프는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당시 촬영 현장은 무척이나 위험천만했다고 한다. 신민아의 스파링 기절 사건 이후에도 감독이 “실제 복싱을 해라”는 주문을 이어간 것. 결국 김빈우는 신민아와의 촬영 도중 ‘합’이 안 맞아 어퍼컷을 정통으로 맞고 응급실로 후송돼 목에 깁스를 해야 했으며, 조혜련 또한 연이은 복싱 장면을 찍다가 온몸에 신경마비 증세를 보여 한동안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를 회상하며 조혜련은 “데뷔 후 체력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당시가 처음이었다”며 “당시의 한을 연예인 복싱 대회에서 다 풀었다”고 밝혔다.
한편 연예계 최고의 무림 고수는 누구일까? 화려한 스턴트 액션과 복싱 솜씨를 뽐내는 ‘길라임’ 하지원보다, 복싱대회 우승자 이시영보다 오랜 경력의 숨은 고수가 있으니 바로 ‘늘 지금처럼’의 가수 이예린이다.
최근 트로트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복귀한 그는 오랜 공백기 동안 이종 격투기를 배웠다고 밝혔다. 그가 복싱보다도 격한 이종격투기를 배우게 된 것은 일종의 한풀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때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였지만 소속사문제로 십여 년 넘게 공백기를 가져야 했던 이예린은 대중에게 잊혀가는 데 대한 울분과 한을 격투기를 배우며 이겨냈다는 것. 그의 스승은 왕년의 유도 스타이자 이종격투기 선수로도 잘 알려진 ‘암바왕’ 윤동식이다. 윤동식으로부터 전수받은 암바와 초크 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모습에선 다른 미녀 격투기 스타와는 전혀 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한창 활동하던 시절 한 가요 프로그램 생방송 도중 지미집 카메라에 머리를 맞고서도 피 흘리며 노래를 끝까지 불렀던 그의 모습이 아마도 될성부른 떡잎이 아니었나 싶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