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홍 전당대회 전까지 더 커질 것, 유권자들에 ‘유능한 민주당’ 보여줘야…윤 정부 정책 방향성 안보여”
―국회 첫 입성이다. 소감은.
“새 정치인, 젊은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신 제주도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음 선거까지 22개월밖에 안 남았다. 도민 분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부담도 되지만, 저를 뽑아 살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접전 끝에 당선됐다. 승리를 예감했나.
“박빙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희망이 있었다. 전임자였던 오영훈 제주지사 당선인이 지역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후광이 있었다. 경쟁 후보들이 지역에서 최소 5번 이상 선거를 치른 분들이었기 때문에 새 인물인 제가 부각된 점도 있다. 인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변화와 새로움을 어필할 수 있었다. 도민 분들이 생각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들이 컸다.”
―정치 입문 후 중앙 정치에만 있었다. 그럼에도 제주에서 당선된 경쟁력이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 마지막 정무비서관으로 국정운영을 보좌했다.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발전에 대한 업무도 담당했기 때문에 제주 현안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여당 일부와도 당정 협의를 통한 교류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바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 40대 젊은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도 도민 분들께서 높게 평가해주셨다.”
―제주 토박이라고 들었다.
“유치원, 초중고를 모두 제주에서 보냈다. 23대째 제주에서 살고 있다. 제주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도나 현안에 대해 관심이 떨어지는 후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선거 기간 내내 강조했다.”
―제주을의 시급한 지역 현안은 무엇인가.
“제주을은 도농복합 지역이다. 도시 쪽에는 원도심의 활성화가 중요하고, 농촌 쪽에는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부 정책은 원도심 개발 대신 관광지나 신시가지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낙후된 거주 환경에 대한 원도심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 등이 큰 상황이다.”
―1호 법안 계획은.
“용적률 거래제를 통한 원도심 활성화 방안이 있다. 연접한 두 대지 간 용적률을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건물 보존이 필요한 곳에 용적률을 팔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 또 공교육 기초학력지원도 고민 중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습 결손이 발생하고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학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 기초학력보장법을 개정해 더 적극적으로 국가가 기초학력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원하는 상임위가 있는지.
“법사위 얘기도 많이 나오던데, 아니다. 경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변호사이기 때문에 경제와 관련된 상임위에서 일하고 싶다. 정무위, 산자위, 기재위가 좋겠다. 제주도에 중요한 농해수위도 경제 관련 분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민주당의 연이은 선거 패배를 놓고 공방이 뜨겁다.
“‘민주당이 과연 유능한 정당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이 컸다고 생각한다. 민생에 밀접한 경제 이슈 등에 대해 진보 정권이 유능한가에 대해 국민들께서 의문을 가지셨다. 지방선거에서는 대선 패배 영향이 컸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한 달도 되지 않아 치러지는 선거였기 때문에 정권 안정론이 강했다. 비판 세력보다 정권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국민들께서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
―친명계와 비명계를 둘러싼 계파 갈등으로 내홍이 불거졌다.
“계파 갈등이라기보다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의 단순한 문제로 치환돼 있다. 현실적으로 그만큼 유력한 후보가 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이 불협화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갈등을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당의 대선 패배 원인과 개선 방안에 대해 당원들이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갈등은 봉합이 안 될 것이다.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에도 선거가 계속 있어 다들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못했다. 환부가 깊으면 그걸 도려내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두 달 동안은 잡음이 더 커질 거다. 그 과정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당 대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때는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지 타깃 지지층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타깃 지지층에 맞는 정책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민주당이 날 위한 정당이라고 느껴야 유권자들도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유능한 민주당’의 이미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 보수정당이 그랬다. ‘쟤네들이 얄밉기는 해도 유능해’라는 느낌을 줬다. 사실 인력 구성으로 보면 이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별 차이가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잘한 정책도 굉장히 많았다. 민주당이 유능하지 못한 집단으로 낙인 찍혀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내에서 97그룹이 다음 전당대회 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생물학적 나이 하나로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주장을 하려면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새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1970년대생 정치인 중 저를 포함해, 국민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전당대회 나갈 의향이 있나.
“전혀 없다. 제가 1970년대생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돼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아주 큰 흐름의 변화가 나와야 하는 시기다. 586세대의 다음 세대인 우리는 다른 세대라고 얘길 해야 하는데, 전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다. 물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문제의식이 있다. 하지만 국회에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제가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면 특정 후보들에게 유·불리가 정해질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때 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선거 직전에 당헌을 고쳐 후보를 냈다. 규정에 문제가 있었으면 평소에 바꿨어야지, 선거 전 룰을 바꾸는 것 자체가 집단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전·현 정권 갈등으로 번졌다.
“국민의힘이 전략적으로 색깔론을 정치적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지난 사건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사실관계의 문제다. 국민들 중에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여야 지도부가 이렇게 날을 세워야 할 정도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민주당이 민생을 우선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많이 잃었던 걸 여당이 생각해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을 것이다. 이 시간에 유류세 인하 관련된 제도 개선 문제를 다뤄 국민들을 구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어떤 평가를 주고 싶은가.
“정책 방향이 잘 안 보인다. 대통령 공약으로 내놨던 게 인수위를 거쳐 초기 정부에서 아젠다 세팅이 돼야 하는데, 방향성 설정이 아직 안 돼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들을 내놨는데 문재인 정부가 했던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 평가하기에 아직 이르지만,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이 있다. 저는 이 일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왜 멀쩡한 로펌 변호사 생활을 놔두고 사랑받지 못하는 정치인의 길을 가느냐며 제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너무 안타깝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원 구성이 빨리 완료돼 제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
―22대 총선까지 1년 10개월 남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다음 총선에서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고향에서 인정받는 게 목표다. 도민 분들이 ‘내가 저 사람을 뽑아서 제주가 변하고 있고, 나의 삶에 변화가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게 제 22개월의 목표다. 국회의원 김한규가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재능이 있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성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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