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박원순 서울시장 폭행 동영상(왼쪽). 이 여인은 지난 8월엔 정동영 최고위원을 폭행하기도 했다(오른쪽). |
박 아무개 씨(여·62)는 지난 11월 15일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서울메트로 주최로 진행된 민방위훈련에 참관한 박 시장에게 “시장 사퇴해. 빨갱이, 김대중 앞잡이”라고 소리치며 다가가 오른 주먹으로 어깨를 1회 가격했다. 이 여인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처리돼, 박 씨는 치료감호소에서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받은 후 수사기관에서 추가조사를 받게 된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종북주의자들의 행위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력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들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말살 하고 있고 종북주의자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씨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유지와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려는 자들과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계속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경찰은 “박 씨가 그동안 다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고, 공무중인 서울시장에게 폭력을 행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하였기 때문에 재발방지 차원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 씨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데에는 그의 과거 폭력 전력이 한몫을 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 8월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촉구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폭행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박 씨에게 머리채가 잡히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박 씨는 지난 8월 초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의 보좌관을 폭행하고, 같은 달 8일에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의 안산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여직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또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박 씨는 안산시장실에도 자주 찾아가 행패를 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시장실 관계자는 “박 씨가 찾아와서는 ‘민주당 빨갱이 시장은 물러가라’며 주로 정치적 발언을 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박 씨가 우익단체 회원이기 때문에 그의 폭력 행위는 소위 말하는 백색테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백색테러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살, 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우익세력의 테러를 말한다. 박 씨가 ‘라이트 코리아’라는 우익단체 소속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백색테러 논란이 일었지만 경찰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현재 소속된 정당이나 가입해 활동하는 단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박 씨는 남편과 이혼 후 일정한 직업 없이 혼자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의 지인인 정 아무개 씨에 따르면 박 씨는 특정단체 소속은 아니지만 혼자서 우익단체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고 한다. 박 씨가 처음 우익단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7년 15대 대선부터였다. 박 씨는 당시 여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지지했다. 개인적인 지지가 아닌 보수·우익의 정치적 성향으로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 씨는 주로 혼자서 집회나 행사에 찾아다니며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우익단체 집회나 행사에서 만나면 안부를 묻는 사이다. 일전에도 그동안 어떻게 지냈다고 물었더니 ‘혼자서 돌아다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동영 최고위원 폭행이 있던 날에도 박 씨를 만났다는 정 씨는 박 씨에게 “혼자서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정 씨는 “박 씨가 거기 가서 그렇게 한 뒤로 박 씨도 주변 사람들에 떠밀려 머리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에 따르면 박 씨는 각종 시시비비로 벌금도 꽤 냈다고 한다. 정 씨는 “박 씨의 자식들이 막아서 한동안 안 나오더니 한번은 ‘아들 몰래 빠져나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라이트 코리아 봉태홍 대표는 박 씨에 대해 “우리 회원은 아니지만 우리 집회나 행사에는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지만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신청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박 시장과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상습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돌발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