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의 연예계 등용문이었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그 마지막 세대로 손꼽히는 이들은 바로 김연주와 김사랑이다. 지난 99년과 2000년 미스코리아 진이었던 두 사람의 현재 모습은 다소 차이가 있다. 김사랑은 ‘스타’의 길을, 김연주는 ‘배우’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99년에 미스코리아 진이 되고 2002년에 SBS 드라마 <얼음꽃>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2004년에 미니시리즈 <슬픈연가>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지만 기대작이었던 데 반해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왔죠. 지금이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그땐 악성댓글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권상우 김희선 두 선배를 괴롭히는 캐릭터였던 데다 미스코리아라는 꼬리표 때문에 연기력 논란도 심했거든요.”
그렇게 김연주는 배우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3년여의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드라마 <며느리와 며느님>을 통해 주연으로 복귀했고 드라마 <주홍글씨>에서 다시 이승연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최근엔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중요한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참 때 3년의 공백만 없었더라면 지금쯤 그 역시 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위에서도 그 시간이 너무 아쉽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연예인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었으니까요. 학교를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입사 시험을 준비하며 토익도 보고요. 그런 경험들이 배우로서 돌아온 뒤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어요.”
<며느리와 며느님> <주홍글씨>에서 연이어 악녀 역할을 소화한 김연주는 이번에도 다소 센 캐릭터를 맡았다. 미스코리아 출신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의 연속이다.
“3년여를 쉰 뒤에야 비로소 미스코리아 출신이 아닌 신인 배우가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의 재미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고. 특히 <주홍글씨>를 하며 이승연 선배님에게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의 삶에 대해 많은 얘길 들을 수 있어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저는 다양한 변신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 나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 먼저 집중하려 해요. 그러다 보니 그런 역할로 저를 찾는 감독님들이 많아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해야죠.”
변신에 대한 김연주의 욕심은 남달랐다. 크게 보면 ‘악녀’라는 캐릭터로 구분되지만 그 안에서도 김연주는 시니컬함과 차분함 등 캐릭터의 기본 성격 구축에서 차이점을 두려 노력했고,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물론 메이크업에서도 세분한 차이점을 가지며 매번 달라지는 캐릭터를 구축하려 애쓰는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영광의 재인>에선 기존과 또 다른 모습이다. 주인공 ‘영광’(천정명 분)의 누나 ‘경주’로 출연 중인 그가 과연 영광을 괴롭히는 악녀가 될지, 아니면 언젠가는 영광을 결정적으로 도울 ‘천사’가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아직은 저도 경주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께서 시청자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연기하라고 주문하셔서 최대한 노력 중이에요. 워낙 경주 자체가 말이 적고 표정도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드라마가 점점 더 재밌게 진행될 테니 ‘경주’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