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당대회를 앞두고 시선을 끄는 흐름은 단연 ‘이재명 대세론’이다. 이재명 의원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금배지를 달았지만, 그를 둘러싼 책임론이 당 내부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 자신만 살고 당이 죽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가 됐다.
민주당 내부에선 ‘어대명’이라는 말을 쉽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뜻을 함축한 단어다. 친문계 출신 야권 관계자는 “전국선거 2연패 책임론과 별개로 이 의원이 얼마나 민주당 내부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이 의원이 대선 경선에서 뛸 때만 해도 친문 중심 당내 구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가득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권 도전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이미 차기 전당대회 ‘골리앗’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리앗을 상대로 도전장을 던지는 후보군이 있다. 바로 당내 97그룹 ‘2강 2박’이다.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이다.

강병원 의원은 6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위기,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7월 4일 강병원 의원은 이재명 의원을 향해 공개편지를 보내 “언제 출마를 선언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국민과 언론은 이미 (이 의원)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어대명’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다”면서 “170석을 가진 정당 정치 일정이 이 의원 출마 여부에 메이는 상황을 언제까지 관망만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꾸준히 이재명 의원을 견제해 온 인물 중 하나다.

강훈식 의원은 7월 3일 오전 국회에서 “이제 부끄러움과 반성의 시간을 끝내고 혁신과 미래의 시간을 만들어야 할 때”라면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당은 반성과 혁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로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 후보는 연고도 명분도 없는 지역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인천에서 단체장을 지낸 5선 당대표는 서울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면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당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강병원·강훈식 의원이 97그룹 ‘2강’이라고 불리는 가운데, ‘2박’엔 박용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포진해 있다. 박용진 의원은 제20대 대선 경선을 치르며 체급을 높인 바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박용진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선 당권주자로 뛰며 다시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를 굳히려는 듯 보인다”면서 “과거 이재명 의원이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르며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6월 30일 “‘어대명’이란 체념을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자. 계파·팬덤 정치를 넘어서 민주당이 하고 싶은 정치를 찾자”는 말과 함께 출사표를 던졌다. 97그룹 등판론과 관련해 박용진 의원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세대교체하자는 것은 낡은 접근이라 생각한다”면서 “다만 세대교체의 힘을 정치교체·주류교체로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6월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 여부와 관련해 “조금 더 고민을 해서 최대한 빨리 좀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면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고, 가든 부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의원 출마와 무관한 고민이냐는 질문에 그는 “상관없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체질개선 및 세대교체 등을 논하는 쇄신의 바람은 분명 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 내부에서 97그룹이 이재명 의원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97그룹이 단일화나 연합전선 구축 등 합종연횡을 통해 이재명 의원을 상대했을 때 얼마만큼 분위기 전환이 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면서 “‘어대명’이 현실이 되더라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97그룹이 얼마나 그들의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향후 민주당 내부 정치 지형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97그룹이 이재명 의원 대항마로 부각되는 현 상황과 관련해 “세대교체를 표방하는 97그룹이 이재명 의원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이재명 의원 가는 길에 꽃길을 놓아주는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채 교수는 “97그룹을 비롯해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까지 이재명 의원을 견제하는 데 있어 계파갈등이나 팬덤정치 등 곁가지만 꺼내들어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겉은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재명 리더십을 공격하며 대세론에 맞대응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경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97그룹이 ‘이재명 치어리더’로 소비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도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