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집값 하락’ 예측 적중…“세상 모든 자산 NFT화할 수 있다” ‘메타하이브’ 창업해 관련 사업 추진
2021년 말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22년 집값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당시 한국 부동산 상승장이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을 때 과감하게 하락장을 예측했고 현재까지는 정확하게 맞고 있다. 다수 언론이 요즘 김경민 교수를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김 교수는 부동산 하락 이유를 “기준 금리가 1.5%가 되면 집값은 2021년 6월 대비 약 10~17%가 빠진다”라고 들었다. 최근 부동산 횡보 혹은 하락장을 이유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김 교수는 도시계획, 상업용 부동산을 주로 연구하면서 부동산을 데이터 중심으로 분석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부동산으로 이름이 알려진 김 교수가 최근 NFT(대체불가토큰)에 빠졌다. 코드 컨퍼런스 2022 ‘거대한 응전이 시작되다’에서 ‘NFT의 본질, 그 너머 가능성’ 세션 강연도 예정돼 있다. 부동산과 가장 거리가 먼 자산으로 꼽을 수 있는 가상자산 중에서도 논쟁이 치열한 영역인 NFT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 뭘까. 일요신문은 김경민 교수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NFT에 대한 관점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NFT,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겼나.
“얘기가 길다. 먼저 내 백그라운드가 소프트 엔지니어였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다.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데이터를 통한 도시계획, 부동산을 전공했다. 한국에 와서 왜 우리나라 동대문 패션은 인기가 많은데 자라, 유니클로 같은 대부호가 나오지 않는지 궁금했다. 한때 자라 회장이 전 세계 1위 부자였고, 유니클로 회장이 일본 1위 부자였다. 동대문 패스트패션 산업을 분석해보니 디자인, 봉제, 판매가 있다. 동대문 시장은 카피 디자인을 판매한다. 해외는 디자인에 가치가 있는데 동대문은 디자이너를 같이 고용해 판매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비즈니스 혁신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현재 상황에서 봉제공장을 직접 도와주는 게 솔루션이 아니라고 봤다. 디자이너를 도와줘서 생태계를 조성해 봉제공장에 일감이 많이 가도록 하는 방향이 좋다고 봤다.”
―디자이너 생태계와 NFT의 연관성은 무엇인가.
“안식년에 디자이너를 IT 플랫폼을 통해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디자인 로고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식이 없을까 고민했다. 간단하게 내가 무신사를 갖고 있다면 무신사에서 이들 디자인과 로고로 만든 티셔츠 등을 판매하면 된다. 그게 안 되니 다른 방향을 고민해봤는데 NFT, 메타버스가 나오면서 풀릴 가능성이 보였다. 메타버스 상에서 구찌 가방이 실제보다 더 비싸게 팔린 적이 있었다. 패션 디자인의 IP(지적재산권)를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2022년, 2023년에는 금리가 오르면서 잠시 주춤하겠지만 이런 흐름으로 갈 거라고 봤다. 이런 흐름을 추적하다가 NFT를 보게 되면서 리서치를 시작했다.
―NFT 리서치를 해보니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
“NFT에서 아트를 하는 갈리에라 작가 등을 만나봤다. 2021년 말 만났을 때 매출이 수십억 원이었다. 갈리에라 작가 팬은 국내 비중이 10%밖에 안 된다. 글로벌적인 NFT 시장 자체가 성립된 것이다. 작가들과 얘기하면서 NFT 시장은 갤러리가 없는 미술 시장이란 걸 알았다. 중개인인 갤러리가 없는 대신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바이어)끼리 끈끈하게 연결돼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라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한다. 바이어가 일종의 기획자 역할도 한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NFT의 본질은 아트가 아님을 깨달았다.”
―NFT의 본질은 무엇인가.
“현재 NFT는 대부분 아트에 국한돼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NFT로 팔거나 일종의 클럽 회원증을 NFT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NFT의 본질을 보자면 디지털 파일을 올렸을 때 블록체인에 의해 희소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게 디지털 파일이기 때문에 뭐든지 올릴 수 있다. 2021년에 내가 찍은 부동산 핫플레이스들이 주목 받았다. 그래서 ‘김경민 교수가 찍어주는 2023년 핫플레이스’, 혹은 ‘주목받는 아파트 단지 10개’ 등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NFT를 100명에게 판다고 해보자. 보고서의 질을 높였을 때 100명에게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NFT는 2024년이 되면 그 가치가 사라진다. 그럼 그 가치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또 고민해야 한다.”
―보고서 같은 경우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가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나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치 하락 등에 민감한 편이다. 아트 작품은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 내가 예를 든 보고서 NFT는 만들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보의 가치가 없어지면서 내재가치도 줄어든다. 그때 내가 2023년 보고서를 산 사람에게 2024년 보고서를 에어드롭(기존 가상자산 소유자에게 추가로 가상자산을 주는 형태) 혹은 2024 보고서 열람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 아니면 아예 ‘해당 NFT 보유자만 앞으로 발매될 김경민 교수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면 100만 원에 팔리던 것도 김경민 교수 보고서를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주고라도 사게 된다. 내가 보고서만 잘 만든다면 그 가치가 계속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방식이라면 다양한 NFT를 만들 수 있겠다.
“NFT는 본질이 스마트 컨트랙트(계약)이기 때문에 어떻게 구조화할지에 따라 사회문제를 풀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고흐는 생전에는 커피 값에 작품을 팔았는데 나중에 작품 값이 1000억 원에 달한다고 해도 고흐에게 돌아가는 게 없다. 미술은 한 번 팔면 거래될 때 작가에게 돌아가는 게 없다. 반면 NFT는 한 번 팔린 작품이라도 다시 거래될 때 일부가 작가에게 돌아간다. 가난한 작가에게 수입이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이걸 좀 더 고도화해서 내가 판 NFT의 수수료 5%는 내게, 5%는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 활동하는 재단에 돌아가게 세팅해둘 수도 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 가능한 셈이다.”
―보고서 NFT는 일종의 지적재산을 NFT로 만들었다고 보면 또 어떤 자산을 NFT로 만들 수 있나.
“초기에는 지적 자산은 모두 가능할 것이라 봤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산을 NFT화할 수 있다고 본다. 부동산을 예를 들면 부동산 회사가 한 건물을 NFT화한다고 보면 10억 원짜리 건물일 때 1층과 다른 층의 가치는 다르다. 이걸 각 층별로 NFT화해서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면 된다.”
―부동산 같은 경우 법원 등기를 통해 소유주가 결정되지 않나.
“효율성 측면에서도 NFT를 구매하는 것과 부동산 등기는 현격하게 차이가 있다. 등기 제도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면 나중에 법원 가서 소명하는 등 법률 비용이 있다. 하지만 NFT는 구매 이후에 이력이 투명하게 남는다. 또한, 아프리카나 저개발국가에서는 등기 제도 등이 형편없다. NFT, 블록체인은 이걸 혁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NFT 가치가 최근 폭락하면서 NFT를 산 사람을 조롱하는 분위기도 있다.
“NFT가 대개 코인하고 연동돼 있어서 금리가 오르면서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건 맞다. 다만 지금도 NFT 아티스트 인스타그램 가보면 '좋아요'가 수만 개씩 찍혀 있다. 현재도 구매와 판매가 일어난다. 이건 시장이 있다고 봐야 한다. K팝을 싫어한다고 해서 K팝 시장이 없다고 하거나 아이돌 기획사의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디지털 쪼가리’에 수십억 원, 수백억 원하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대다수다.
“지인이 르브론 제임스 NFT를 보여주면서 ‘이게 수십만 달러’라고 했다. ‘데이터 쪼가리가 뭐가 그렇게 비싸냐’고 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의문으로 그 지인에게 물었더니 ‘미국에서 야구 카드는 종이 쪼가리인데 가장 비싸게 판매된 게 약 80억 원이라고 했다. 왜 NFT는 그렇게 생각 안하냐’고 반문했다. 그때 깨닫는 바가 있었다.”
―직접 NFT를 만들어본 것도 있나.
“기본적으로 NFT는 ‘힙’하고 ‘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도시와 관련해서 뭘 해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크리스마스에 세대별로 서울 어느 지역을 방문했는지를 시각화한 NFT를 만들었다. 내 생각에는 그 자체로 예쁘고, 사람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맥락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자산을 NFT화했을 때 코인 가격 등락 때문인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이더리움 가격이 550만 원일 때 1이더리움에 산 NFT가 100만 원 이하가 될 수도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나 스테이블 코인에 연동된 형태의 NFT로 만들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 가치가 유지되면서 블록체인의 장점만 흡수할 수 있는 방식이 나아 보인다.”
―코인 쪽에도 관심이 있나.
“전혀 관심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만약 코인을 만든다고 해도 특별한 목적 때문이지 거래소 상장은 앞으로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코인에 대해서는 아직 대체로 회의적인 편이다.”
―최근 김 교수가 ‘메타하이브’라는 회사를 창업했다고 들었다. 어떤 회사인가.
“다양한 NFT 관련 사업을 추진해볼 생각이다. 최근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NFT가 미래에는 많은 자산을 담는 그릇이 될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 1~2년은 가상자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안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 흐름이 끊길 것이란 생각은 안 한다. 메타하이브는 직접 제작한 NFT가 있고,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NFT화해서 판매하려고 하고 있다. NFT 카페나 갤러리를 통해 글로벌 NFT 팬들이 올 수 있는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메타버스와 오프라인이 융합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재미난 실험을 계획 중이다.”
―부동산과 NFT는 가장 간격이 먼 자산 같은데 어떤 시너지를 구상하고 있나.
“상가 건물 1층은 어떤 가게를 채울까가 항상 문제고 걱정이다. NFT 카페, NFT 갤러리를 만들고 글로벌 팬층이 탄탄한 NFT 작가를 섭외한다면 리테일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NFT 홀더가 이 공간에 가면 뭔가 혜택을 준다고 하면 양방향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 NFT 가치뿐만 아니라 건물 가치도 올라간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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