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SNS에 영상 유통, 4억 7000만 원 부당이득…‘구독료는 동호회 회비 차원’이면 처벌 모호할 수도
경찰은 이들이 촬영한 성 영상물은 소위 ‘포르노’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합법적인 유통이 가능한 에로비디오 수준을 넘어선 성관계 영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동호회 차원에서 그런 성 영상물을 촬영한 것까지는 별다른 불법적인 요소가 없어 보인다.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성폭력과 연관돼 있다.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된 부분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규정돼 있다.
우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렇지만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알게 된 7명이 서로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지 않았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로 처벌할 수 없다.
개인 소장용 내지는 동호회 등 모임 차원의 소장용으로 성 영상물을 촬영한 것이고, 상호 동의하에 촬영했다면 이는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사생활 영역이다.
문제는 유출됐을 때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2항은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 포함)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반포 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상호 동의하에 ‘반포 등’이 이뤄졌다면 성범죄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 7명은 성폭력처벌법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문제는 그렇게 만든 성 영상물을 불법 유통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2021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해외 구독형 소셜미디어(SNS) 계정 9개를 운영하며 직접 제작한 불법 성 영상물 628개를 게시하고 유료 회원들로부터 4억 7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계정을 운영하며 매달 월 정액 구독료로 수십 달러를 입금하는 유료회원 구독자를 모집했다. 그렇게 모은 구독자 3000여 명 가운데 80%에 이르는 2400여 명이 한국인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SNS 계정을 통해 불법 성 영상물을 판매한다는 광고까지 내보냈는데, 경찰이 2021년 11월 해당 광고를 발견하면서 정식 수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영화비디오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화비디오법 제95조(벌칙) 제6호에 따르면 불법비디오물을 제작·유통·시청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하여 진열·보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정보통신망법 제74조(벌칙) 제1항 제2호는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다만 처벌 수위는 그리 높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정도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처벌이 모호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동호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성 영상물을 찍었고, SNS에 올려놓았을 뿐”이라며 “해외 구독형 SNS 계정에다 회원들이 구독료를 냈으니 사실상 유료 구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행위도 동호회 활동의 일환이며 월 정액 구독자들도 넓은 의미의 동호회 회원으로 구독료는 회비 차원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는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불법 성인방송과 유사한 형태다. 당시 불법 성인방송은 해외 서버를 활용해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해외에서 직접 불법 성인방송을 만들어 서비스하기도 했다. 방송 수위는 불법 영역인 포르노 수준이었다. 이번 사건도 유사한 형태로 볼 수 있지만 해외 구독형 SNS 계정을 활용하는 새로운 수법을 들고 나왔다. 꾸준히 IT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SNS가 등장한 상황에서 관련 범죄가 첨단화하는 속도를 관련 법과 경찰 수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나마 이번에는 경찰이 관련 광고를 빠르게 확인한 뒤 구독형 SNS 계정 가입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금융 계좌를 추적하는 등 집요하게 수사를 진행해 범행 가담자들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범죄자들은 해외 SNS나 사이트를 이용하면 경찰 추적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IT 기술의 발전으로 경찰 추적을 우회하는 수법이 진화해 범죄자 특정에 시간이 소요되는 측면도 있지만 우수한 사이버 수사 역량을 토대로 범죄자들을 계속 검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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