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직무대행 체제 결정, 장제원 등은 ‘조기 전대’ 불씨 이어가…‘윤핵관’ 다시 손 잡을 가능성도
하지만 권력이 집중되면 견제가 들어가기 마련.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기 전당대회’ 불씨는 살아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를 몰아낸 이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윤핵관’ 간 파워게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 11일 최고위원회의와 선수별 모임, 의원총회를 연이어 열고 이준석 당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수습방안으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의결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당헌·당규 해석에 따라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그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라든가 임시 전당대회 개최 등을 주장한 의원이 있었지만 소수의 목소리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 대표 중징계 결정 이후 당 내부에서는 차기 지도 체제를 두고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제체 외에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에서는 당대표 당원권 정지는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라는 해석을 내놨다. 당헌·당규상 당대표가 ‘궐위’ 상태인 경우에만 임시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시나리오는 힘을 받지 못했다.
권성동 직무대행은 독보적인 당내 최고 위치에 올랐다. 권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힌다. 원내대표로서 국회 내 입법권을 확보한 데 이어,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당권까지 쥐게 된 것이다.
권성동 직무대행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도전이 유력시 된다. 권 직무대행은 올해 연말까지 6개월 당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한 뒤 이준석 당대표가 복귀하면, 본인은 내년 4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2개월간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계획대로라면 권 직무대행은 당대표로 2024년 총선 공천권 행사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6개월 한정 당대표 직무대행이긴 하지만, 권 직무대행은 다른 당권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평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여당의 유일무이한 원톱으로서 6개월이면 여러 가지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럼 언론이나 대중에 노출도 많아져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인지도 면에서 다른 당권 주자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 조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앞서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에 당협위원장 공석이 60여 곳 된다.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당협위원장 임명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60여 개 당협위원장에 권 직무대행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임명하면, 이들이 지역 조직을 장악해 전당대회 당원투표에서 유리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2개 선거구의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이 중 14곳은 후보자가 내정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48개 지역구는 6월에 공모를 진행했지만, 후보자 심사 작업이 미뤄지고 있다. 권 직무대행이 이준석 대표의 중징계로 인한 당 지도부 문제로 심사 중지를 지시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권 직무대행이 당협위원장 후보자 심사와 의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미룬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 마음도 장 의원보다는 권성동 직무대행에 더 쏠려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10일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들과 서울 모처에서 만찬을 하며 이 대표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동의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초 윤심을 가장 잘 읽는 건 장 의원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인수위 비서실장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장 의원을 잘 찾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심이 어느 한 사람에 쏠려있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며 “권성동 직무대행은 현재 위치가 원내대표고, 장 의원은 한 명의 의원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친분 관계를 떠나 당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과 소통을 해야 당·정 조율이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에 권력이 집중되자 당 내부의 견제도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비대위나 조기 전대의 불씨를 살리려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7월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면 지도부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하고 비대위를 구성해 전당대회 체제로 가 새 지도부를 뽑는 게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도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불편한 심기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여권의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은 당초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원하는 걸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석에서 당권에 대한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한다”고 했다.
정가에선 장 의원이 조기 전대를 통해 현재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나 김기현 전 원내대표를 세워 이준석 대표 잔여임기를 수행하도록 하고, 내년 차기 전당대회에서 본인이 나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혹은 앞서 두 주자가 당대표를 이어가고 본인은 당 사무총장으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국 구상이 틀어진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지 장 의원은 최근 당내 행사에 두문불출하고 있다. 7월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윤핵관 회동에도 장 의원은 초청 받고도 불참했다. 장 의원은 11일 중진모임과 의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철수 의원이 당내에서 처음으로 주최한 ‘민·당·정 토론회’와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주최한 ‘혁신24 새로운미래’ 강연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장 의원은 7월 9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여원산악회 회원 1100여 명을 이끌고 함양 농월정에 다녀온 사진을 공개하며 세를 과시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멈춰 섰던 여원산악회가 2년 7개월 만에 다시 출발했다”며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권성동 직무대행과 장 의원 사이의 ‘윤핵관 분열론’이 제기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이 주도해 조직한 ‘친윤계’ 의원 공부모임 ‘민들레’ 공동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은 1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제일 좋은 것은 전당대회를 치러서 (지도부 체제 정비를) 깔끔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가) 물러나면 모든 것이 깨끗이 정리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핵심은 이준석 대표라고 생각한다”고 권 원내대표와 각을 세우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문제는 권 직무대행 체제가 공고해진 상태에서 흔들 수 있는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이준석 대표의 자진사퇴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이 대표는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해 지도부가 ‘궐위’ 상태를 만들면 조기 전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 최고위 구성을 보면 권 직무대행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른 검찰의 기소 여부 및 시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6개월 안에 경찰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검찰이 수사결과를 받아 기소하면, 무죄로 확정판결 받기 전까지 당원권 정지가 무기한이 된다. 그럼 당대표 ‘궐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조기 전대를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당권 주자들 입장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게 권 직무대행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직무대행을 견제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보니, 권 직무대행과 장 의원이 다시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경선 캠프에서부터 활동한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는 “장 의원도 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유력 당권주자와 마냥 각을 세울 수는 없다. 자신의 앞길을 계산할 것”이라며 “또한 장 의원은 아들 노엘의 법적 문제가 걸려있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 전당대회에 나서기엔 아직 대중적 이미지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권 직무대행과 연합해 권 직무대행이 당권을 잡고, 본인은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원내대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후 기회를 보다 차차기 전대를 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권 대표 대행은 15일 최고위 후 “장 의원과는 사이가 좋다. 내일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고, 또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고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권성동-장제원이 손을 잡고 당대표-원내대표를 맡으면 당 안팎에서 ‘윤핵관이 다 해먹는다’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 장제원 의원이 권성동 직무대행을 견제하고, 상대적으로 ‘친윤’ 색깔이 옅은 김기현 전 원내대표나 안철수 의원을 내세우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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