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이벤트 ‘홈런 더비’에서 알론소 역대 최초 3연패 달성할지 관심
MLB 사무국은 최근 올스타전에 나설 각 리그 야수 베스트 멤버 9명, 감독 추천 투수 13명, 대기 야수 1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올스타전을 향한 열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내셔널리그)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아메리칸리그)이 올스타팀 지휘봉을 잡고 스타군단의 일일 사령탑이 된다.
#올스타전의 기원과 MVP의 역사
올스타전은 야구와 마찬가지로 MLB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 1933년 미국 시카고시 당국이 경제 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만국박람회(World's Fair)를 유치한 게 발단이었다. 당시 시카고 시장이던 에드 켈리는 "이 시기에 맞춰 큰 스포츠 이벤트를 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시카고 트리뷴지와 상의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당시 시카고 트리뷴 체육부장인 아치 워드가 'MLB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의 얼개를 짰는데, 그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행사다. 만약 적자가 나면, 그만큼 내 임금에서 제하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시카고 트리뷴이 올스타전의 개요를 완성하기까지는 한 독자의 소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도 있다. 한 어린이 야구팬이 편집국에 "최고 타자 베이브 루스(뉴욕 양키스)와 최고 투수 칼 허벨(뉴욕 자이언츠)의 맞대결을 꼭 보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 데서 착안했다는 것이다. 당시 아메리칸리그 선수와 내셔널리그 선수의 맞대결을 볼 수 있는 무대는 월드시리즈가 유일했다. 양대 리그 스타플레이어들이 서로 맞붙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무척 많았다. 그 꿈이 올스타전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그렇게 1933년 7월 6일 시카고에서 사상 첫 올스타전이 열렸다. 시카고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홈구장 코미스키파크를 놓고 개최 구장 동전 던지기를 해 화이트삭스가 당첨됐다. 결과는 폭풍 흥행. 관중 4만 7595명이 '별들의 잔치'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당대 최고 스타였던 베이브 루스가 아메리칸리그에 첫 승리를 안겼다.
구름 관중에 고무된 MLB는 즉각 올스타전을 연례 행사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어 193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의 홈 구장 클리블랜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제3회 올스타전에는 6만 9812명이 들어차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이날의 관중은 1981년 같은 장소에서 전무후무한 7만 관중(7만 2086명)을 기록할 때까지, 46년간 올스타전 최다 관중 수로 남아 있었다.
올스타전에서 '별 중의 별'인 최우수선수(MVP)를 선정하기 시작한 건 1962년부터다. 초대 올스타전 MVP는 LA 다저스 소속 유격수 마우리 윌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그해 165경기에서 도루 104개를 해낸 전설적 '대도'였다. 올스타전에서도 안타는 하나만 쳤지만, 결정적인 도루로 내셔널리그의 승리에 기여해 최초의 MVP로 뽑혔다. 윌스는 다섯 차례(1961~1963년, 1965·1966년) 올스타전에 출전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후 윌리 메이스, 후안 마리샬, 브룩스 로빈슨, 토니 페레스, 윌리 맥코비, 칼 야스트렘스키, 프랭크 로빈슨, 조 모건, 개리 카터, 칼 립켄 주니어, 커비 퍼켓, 마이크 피아자, 로베르토 알로마, 페드로 마르티네스,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 등 숱한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과 영구결번 선수들이 올스타전 MVP를 거쳐갔다.
켄 그리피 시니어(1980년)와 주니어(1992년)는 역대 유일한 부자(父子) 올스타 MVP로 이름을 올렸고, 샌디 알로마 주니어(1997년)는 동생 로베르토(1998년)와 연이어 MVP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 2010년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역대 유일하게 2014년과 2015년 올스타전 MVP를 2연패했고,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는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유일하게 2007년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990년 올스타전 MVP인 훌리오 프랑코는 2000년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KBO리그에서 뛴 인연이 있다. 당시 41세였던 그는 타율 0.327, 홈런 22개, 110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1년만 뛰고 미국으로 돌아가 빅리그에 재입성했다.
#올해 올스타, 누가 어떻게 뽑혔나
어느 리그에서나 올스타로 뽑히는 건 기쁜 일이지만, 특히 MLB에서는 올스타 선발이 큰 '훈장'으로 여겨진다. 한 번 올스타전에 나갔던 선수에게는 오랫동안 이름 앞에 '올스타'라는 수식어가 붙고, 올스타 선발 횟수가 은퇴 후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MLB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리그에 월드시리즈 첫 경기를 홈에서 치를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팀의 선수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실질적 메리트였다. 다만 2017년부터는 올스타전 관련 혜택을 폐지하고 두 팀 중 정규시즌 승률이 더 높은 쪽이 월드시리즈 1차전 홈 팀 자격을 얻게 됐다.
MLB는 올스타 팬 투표에서 투수 부문을 제외하는 게 특징이다. 투수는 팬 투표 없이 MLB 사무국과 감독 및 선수단 투표로 선발한다. 반대로 야수는 두 차례 팬 투표를 통해 올스타전에 선발 출장할 베스트 멤버를 먼저 선정하는데, 일단 5월 30일부터 6월 22일까지 1차 팬 투표를 진행해 포지션별로 상위 3명의 최종 후보를 추린다. 이 1차 투표에서 전 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는 2차 투표 없이 베스트9으로 직행한다. 올해는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애런 저지(양키스)와 내셔널리그 외야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가 1차 투표에서 베스트9 입성을 확정했다.
그 후엔 앞서 결정된 포지션별 후보 3명을 대상으로 6월 27일부터 48시간 동안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100% 팬들의 뜻에 따라 선발 라인업이 결정되는 셈이다. 그 결과 올해는 MLB 30개 구단 중 14개 팀 선수만 양대 리그 베스트9을 배출했다.
아메리칸리그 선발 라인업은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이상 토론토 블루제이스), 2루수 호세 알투베(휴스턴), 유격수 팀 앤더슨(화이트삭스), 3루수 라파엘 데버스(보스턴 레드삭스), 외야수 저지·마이크 트라우트(에인절스)·지안카를로 스탠튼(양키스),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로 구성됐다.
내셔널리그에선 포수 윌슨 콘트레라스(컵스), 1루수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루수 재즈 치좀 주니어(마이애미 말린스), 유격수 트레아 터너(다저스), 3루수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외야수 아쿠냐 주니어·무키 베츠(다저스)·자크 피더슨(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명타자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올스타전에 선발 출전하게 됐다.
트라웃은 개인 통산 10번째 올스타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알투베와 골드슈미트는 8번째, 하퍼는 7번째 올스타전을 맞이한다. 반대로 토론토 포수 유망주 커크와 마이애미 2루수 치좀 주니어는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 출장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그 후 추가로 투수 올스타 각 13명과 대기 야수 각 12명 명단도 공개됐는데,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아메리칸리그 투수 부문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미 지명타자로 베스트9에 뽑힌 오타니는 투수로도 올스타가 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올스타전에서 투타를 겸업하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오타니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선발 투수 겸 1번 타자로 나서면서 이미 MLB 역사에 사상 최초의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에 이름을 올려 개인 통산 9번째 올스타로 뽑혔다. 돈 드레스데일과 함께 다저스 선수 역대 올스타전 최다 출전 타이 기록이다. 커쇼는 2011년부터 7년 연속 출전한 뒤 2019년 올스타전에 복귀했고, 3년 만에 다시 올스타로 선발돼 건재를 과시했다. 올해는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커쇼가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윌리엄 콘트레라스(애틀랜타)가 내셔널리그 대기 야수 명단에 포함돼 이미 베스트9에 포수로 뽑힌 형 윌슨과 함께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명장면을 남기게 됐다. 형제 선수가 올스타전에 함께 나선 건 2003년 브렛 분-에런 분 형제 이후 처음이다.
올해 신설된 MLB 커미셔너 특별 지명 선수로는 내셔널리그의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아메리칸리그의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각각 선정됐다. 올해 42세인 푸홀스는 통산 11번째 올스타전 출전이다.
#저지 없는 홈런 더비, 알론소 3연패 도전
올스타전의 메인 이벤트는 '홈런 더비'다. 말 그대로 타구를 담장 밖으로 가장 많이 넘기는 타자가 우승하는 게임이다. 각 팀을 대표하는 리그 간판 거포 8명이 출전하기 때문에 메인 경기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2019년부터는 우승 상금이 100만 달러(약 13억 2000만 원)로 늘어서 더 그렇다.
2014년까지는 아웃카운트 10개 이내에 더 많은 홈런을 치는 타자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홈런이 되지 않고 그라운드 안에 떨어지거나 파울이 된 타구는 모두 아웃 처리했다. 하지만 타자들이 더 좋은 배팅볼을 골라내느라 게임 시간이 길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15년부터는 정해진 시간 안에 때려내는 홈런 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첫 배팅볼이 던져진 순간부터 4분 동안 칠 수 있고, 일정 비거리를 넘기는 홈런이 2개 이상 나오면 30초가 추가되는 룰이다. 처음에는 비거리 기준이 425피트(약 130m)로 정해졌지만, 2018년부터는 440피트(약 134m)로 더 늘었다. 제한시간 종료 후 두 선수의 홈런 수가 같을 때는 연장 90초 동안 스윙 세 번을 더 해 승자를 가렸다.
역대 우승자 중엔 내로라하는 레전드 타자가 즐비하다. 칼 립켄 주니어, 마크 맥과이어, 켄 그리피 주니어, 배리 본즈, 새미 소사, 루이스 곤살레스, 제이슨 지암비, 미겔 테하다, 바비 아브레우, 블라디미르 게레로, 데이비드 오티스, 로빈슨 카노, 지안카를로 스탠튼, 브라이스 하퍼 등이 모두 홈런 더비 우승 경험자다.
올해 MLB 홈런 더비는 '북극곰'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의 역대 최초 3연패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알론소는 2019년과 2021년 홈런 더비(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개최 무산)에서 나란히 23개의 아치를 그려 2회 연속 우승했다. MLB 올스타전에 홈런 더비가 도입된 1985년 이후 3년 연속 1위에 오른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연패를 한 선수도 알론소 외에 켄 그리피 주니어(1994년, 1998·1999년)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013·2014년)밖에 없다. 3회 우승자는그리피 주니어가 유일하다.
올 시즌에도 NL 홈런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알론소는 일찌감치 올스타전 홈런 더비 출전과 최초의 3연패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그는 2019년 홈런 더비에서 '괴수' 게레로의 아들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남기기도 했다. 게레로 주니어가 4강에서 40개를 쳐 역대 단일 라운드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지만, 알론소가 결승에서 게레로 주니어(22개)보다 한 개를 더 넘겨 최종 우승자로 결정됐다.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는 올해 MLB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홈런 더비 참가를 결정했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나서는 역대 14번째 신인이 된다. 역대 홈런 더비에서 우승한 신인은 2017년의 애런 저지와 2019년의 알론소뿐이다. 21세인 로드리게스가 이번 홈런 더비에서 우승하면 1993년 후안 곤살레스(23세)가 남긴 역대 최연소 1위 기록을 다시 쓸 수 있다.
이들 외에도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후안 소토(워싱턴 내셔널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 앨버트 푸홀스,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이 올해 홈런 더비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MLB 홈런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양키스 간판 저지는 올해도 불참을 통보했다.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 갑자기 풀 스윙을 연발하다 자칫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부상을 당해 후반기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저지는 '괴물 신인' 돌풍을 일으키던 2017년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성적이 뚝 떨어졌다. 전반기 84경기에서 타율 0.329, 홈런 30개, 66타점을 올린 그가 후반기 71경기에서 타율 0.228, 홈런 22개, 4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올스타전 직후인 8월 27경기에서 타율 0.185, 홈런 3개, 7타점으로 바닥을 쳤다. 저지는 이후 홈런 더비 출전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시즌 공동 홈런왕 게레로 주니어 역시 저지와 같은 이유로 불참한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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