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희 엠코 사장(왼쪽), 이상기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 | ||
현대차의 제주지역판매본부장인 김창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
그는 제주 오현고-제주대를 나온 제주 토박이로 제주도에서 현대차를 팔던 경력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영권이 MK로 넘어간 뒤 제주도에 해비치리조트 건설을 시작하면서 오너그룹에 능력을 인정받아 해비치리조트 건설 책임자로 발탁됐다. 그 후 지난 1월 초 제주지역 판매본무장(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난 뒤, 지난 3월에는 현대차의 건설 계열사인 엠코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등 자동차 판매 전문가에서 건설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물론 현장 경영을 잘 다니는 정몽구 회장에게 인정받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그의 벼락 출세를 설명할 수 없다.
김창희 사장이라는 뜨는 별 뒤에는 지는 별도 있었다. 과거 MK사단의 한축이던 현대산업개발 출신의 윤주익 전 부회장(61)이 INI스틸을 거쳐 엠코 부회장으로 간 지 1년 만에 물러난 것. 그 자리에는 김 사장이 부임했다.
올 하반기의 깜짝 스타는 지난 20일 발령난 윤여철 현대차 울산공장장(사장). 그는 79년 입사해 2003년 이사로 승진할 때까지 24년이 걸렸지만 이후 상무에서 사장까지 2년7개월이 걸렸다. 상무에서 사장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것이다.
2004년의 스타는 이상기 부회장이었다. 그의 전보는 현대차 예측불허 인사의 표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지난 77년 현대차써비스에 입사한 그는 현대캐피탈에서 잔뼈가 굵은 뒤 2001∼2003년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 2003년 (주)오토에버 대표이사 사장, 2003년 8월말 현대하이스코(주)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면서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그의 위세는 2004년 10월 현대·기아자동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으로 변신하면서 절정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돌연 그가 현대모비스 비상근 부회장으로 발령나면서 경영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났다. 이어 지난 8월9일 사표를 내고 현대차그룹을 떠났다. 3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또 지난 5월 현대차 인도법인 사장에서 INI스틸 사장으로 옮겨간 성병호 사장은 두 달 만에 사표를 썼다.
▲ 이재완 마케팅총괄본부장(왼쪽), 최한영 상용사업담당 사장 | ||
99년 현대차 홍보실장(상무)을 시작으로, 2001년 전무 승진 겸 수출마케팅실장 겸임, 2002년 현대자동차(주) 홍보담당 겸 현대·기아자동차 마케팅총괄본부장(부사장), 2005년 3월 현대·기아자동차 전략조정실장(사장)으로 승승장구해 나가 재계의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지난 8월11일자로 최 사장의 퇴임을 공시했고, 현대차는 최 사장을 상용사업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총괄담당 사장에서 파트장으로 축소된 자리로 옮긴 셈이다.
최 사장의 위축 뒤에는 이재완 사장(53)의 재기담이 이어졌다. 96년 마케팅 본부기획실장, 2002년 현대·기아자동차 상품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전무)을 거쳐 지난 3월 마케팅 총괄본부장을 끝으로 현업을 떠났던 그가 현대·기아자동차 마케팅총괄본부장 겸 전략조정실장으로 컴백한 것. 올해의 재기상이란 분야가 있다면 당연히 그의 차지일 것이다.
때문에 최한영 사장의 거취도 비관할 수만은 없다.
정몽구 회장은 적어도 두 번 정도는 기회를 준다고 알려지고 있는데다, 수시로 자리 바꿈을 통해 테스트를 하기 때문이다.
정순원 로템 부회장의 인사 발령은 정 회장 인사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지난 99년 MK사단에 합류 이래 승승장구하던 정 부회장은 지난 2004년 10월 현대·기아자동차 기획총괄본부장(사장)에서 급작스레 (주)로템 부회장으로 옮겼다. 현대차쪽에선 기획통인 그가 적자에 허덕이는 로템을 부활시키라는 임무를 맡긴 것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자리는 정통 MK사단 출신인 이상기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어쨌든 정 부회장은 (주)로템으로 발령이 나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위아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그러나 두 달 만인 12월23일 위아의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물러나 로템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같은 시기에 그와 동시에 로템 공동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김평기 위아 사장은 정 부회장이 위아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임한 뒤에도 로템 등기 이사진에 대표이사로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정순원 부회장의 단독 영역만 줄어든 셈이다. 정 부회장은 MK사단이 현대차를 인수할 당시 이계안 현대차 사장과 김동진 당시 현대차 상용담당 사장과 더불어 현대차 3인방으로 꼽혔었다.
이중 이계안 사장은 현대캐피탈 회장을 거쳐 지난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정 회장의 깜짝인사에서 벗어났다. 김동진 사장은 현대차 총괄 사장을 거쳐 부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차 그룹의 장수 사장 대열에 합류했다.
2세 승계 작업 완료를 눈앞에 둔 현대차 그룹의 인사가 어떻게 변할지는 정몽구 회장만 알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내년 3월 정기주총을 전후해 또 어떤 인사가 벌어질지, 누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누가 깜짝 추락할지 정의선 사장이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 빼고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