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선원 ‘직권남용’ 가능성, 공무원 피살 ‘정보 해석 차이’ 문제…국정원 요직 차지한 조상준·최혁 ‘역할’ 관측
#북송 수사 기초 다지는 공공수사3부
공공수사3부에 배당된 탈북 선원 북송 사건에선 이미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고발된 상태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7월 18일 탈북 어민을 북송한 책임을 물어 문 전 대통령을 국제형사범죄법 위반(반인도범죄 공모), 살인, 불법체포·감금,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기초적인 사실관계 파악과 증거 확보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우리 정부로부터 거부당하고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으로, 한국 정부 수립 후 북한 주민이 강제 송환된 최초 사례다. 정의용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만큼 남한으로 귀순시켜주는 것이 문제가 있다. 자백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북한 관련 두 건의 사건’ 가운데 기소 가능성이 더 높은 사건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의 특징 때문이다. 직권남용의 구성 요건은 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해야 성립이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권리 행사 방해에 해당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에서 넘어온 선원들의 신원과 귀순 의향을 파악하려면 통상 2주일 이상 국정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사흘 만에 종료된 것이 석연치 않다는 판단이다.
‘살해를 자백한 부분’도 기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용 전 실장은 17일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국내법상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정 전 실장은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를 근거로 삼았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 삼아 돌려보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북한 정부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우리 쪽으로 넘어온 선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단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북 선원 북송 사건은 직권남용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법무부와 통일부는 국회에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과 난민법의 난민신청·심사 대상은 외국인이므로 헌법상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인 북한 주민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원래 주어진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시키거나 가이드라인처럼 마련된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 또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하는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들”이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국정원으로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하라’고 지시한 게 확인된다면 기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안통 출신의 변호사는 “명시된 법 조항에 따르면 북한 탈북 주민은 위법을 저질렀어도, 탈북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우리 수사기관이 확인해 우리 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김준환 당시 국정원 3차장이 “남한에 있겠다”는 선원들의 의사를 보고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를 수사로 입증만 할 수 있다면 법원에서 유죄를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이미 국정원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탈북 어민 합동조사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송된 선원들이 작성했던 귀순의향서 등을 확보해 진의를 파악 중이다.
#본격 소환 착수한 공공수사1부
이에 비해, 공공수사1부에서 수사 중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조금 더 사안이 복잡하다. 일단 수사 대상은 국방부다. 국방부를 시작으로, 국정원과 당시 청와대 실무라인이 수사 대상이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직원이었던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 사격으로 피살된 뒤 ‘자진 월북 추정’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은 당시 자진 월북 추정이라고 판단하기까지의 수사 과정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7월 18일 군의 SI(특수정보) 수집·지원 등을 관장하는 첩보부대 777사령부 소속 부대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777사령부는 북한군 통신을 감청해 확보한 신호정보(SIGINT·시긴트)를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를 통해 국방정보본부·한미연합사령부·합참·국방부 등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국방정보본부 예하 조직이다. 이번 소환은 당시 밈스 내 감청 자료 등 기밀 정보가 등록됐다가 삭제된 점을 확인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사는 공공수사3부의 탈북 어민 북송 사건만큼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서로 다른 증거 자료를 놓고 ‘월북’이라고 판단한 것 자체를 직권남용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발 대상자의 범위도 넓다. 고 이대진 씨의 유족들은 처음에는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과 윤성현 남해지방경찰청장, 김태균 울산해양경찰서장 등 해경 수사 담당자들을 고발했고, 그 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정원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로 수사 대상 범위를 넓혔다. 얼마 전에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까지 고발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해경과 국방부에서 월북 판단에 대해 실무진에서 반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증거가 있고 해석이 다른 판단의 영역으로 본다면 법원에서 직권남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며 “명백하게 ‘의무에 없는 일’을 시켰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누가 봐도 무리한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감청 기밀 정보를 삭제한 행위 등 개별 사안은 수사로 확인 시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것이 당시 국방부나 청와대 윗선의 지시였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누군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 윗선으로의 수사가 쉽지 않아 국방부와 국정원, 청와대를 모두 아우르는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정원이 움직여서 이뤄지는 수사?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들의 시작은 국정원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에는 윤석열 사단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이번에 신설한 감찰심의관에는 역시 특수통으로 알려진 최혁 대구서부지청 부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특히 최 심의관이 문재인 정부 관련 사건 감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이들이 ‘검찰 수사 기초 작업’을 주도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정원 파견 경험이 있는 법조계 관계자는 “진보 정부에서 국정원은 대 북한 외교 관련 위험한 일을 떠맡을 수밖에 없고, 이를 거꾸로 확인해 법을 적용하면 불법으로 볼 사안들이 여럿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인 조상준 전 검사장을 국정원에 보낸 것은 여러 역할 부여가 있었겠지만, 검찰 수사로 이어질 이슈들에 대한 기초 작업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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