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으로 경찰 장악하는 건 명백한 위헌…민중의 지팡이 아닌 정권의 지팡이 될 것”
7월 1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치안감을 국장으로 하는 경찰국 설치 등이 담긴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및 재의 요구 △자치경찰제도 운영 지원 등을 업무로 한다.
7월 20일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국 신설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 대상임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행안부 장관은 법률상 ‘치안’ 사무를 관장하지 않아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없음에도, 제정안 다수의 규정은 일반 치안사무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7월 21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 일부개정령안은 차관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안은 7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8월 2일 시행될 예정이다.
7월 21일 서영교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를 통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포함한 모든 행정적·법률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6월 28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을 결성했고, 행안위원장 출신의 서 의원이 단장을 맡았다. 아래는 서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경찰국 신설, 무엇이 문제인가.
“법률로 정해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것은 위헌이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한 행위다. 정부조직법 제34조의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없다. 정부조직법 제34조 제6항에 ‘경찰청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 행위다. 경찰국 신설이 필요하다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행안위를 열어 국회법 제98조의2에 따라, 행안위에서 행안부가 제출한 시행령에 대한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이상민 장관은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이 없다”는 것을 배경으로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을 직접 없애서 시스템 부재 상황을 만들었다. 관련 업무를 해줄 수 있는 조직 자체를 다시 대통령실에 만들면 된다. 그게 어렵다면 2실·5수석인 대통령실 현 체제에서 투명하게 해나가거나, 경찰청 내 자체 인사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보면 된다. 이런 노력조차 하지도 않고, 민정수석실 폐지를 핑계 삼으며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고 있다.”
―경찰국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둔 것과 비교하기도 한다.
“정말 무지한 발언이다. 법무부 장관 사무에는 검찰 사무가 들어가 있지만, 행안부 장관 사무에는 치안 사무가 없다. 과거 독재 정권도 정부조직법 안에 치안 사무를 넣고 경찰 지휘하고 통제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절차도 밟지 않고, 행안부 장관 권력을 비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적절한 지휘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수사, 기소를 독점하는 곳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 분리했을 뿐이다. 경찰이 비대해지지 않았다. 수사 일부가 온 것뿐이다. 앞으로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인력, 예산 등을 지원해줘야 할 때다. 특히 행안부의 경찰국이 아니라, 경찰위원회와 언론, 시민사회 등을 통한 민주적 견제로 이뤄져야 한다.”
―경찰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높은데.
“입법을 통한 국가경찰위원회의 실효화에 나서겠다. 경찰청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및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역할 정립 등을 위해 경찰법 개정을 통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꾀하겠다. 특히 국가경찰위원회 법적지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명문화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야 한다.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원 및 소관업무의 확대와 사무기구 설치 내용 등의 입법이 필요하다. 원구성 협상이 끝났으니 행안위가 열릴 것이다.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법안 심의에도 돌입하여 법치주의에 입각한 경찰의 민주적 견제 방안 마련에 나서려고 한다.”
―일선 경찰들이 반발하고 있는 반면, 지휘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찰 조직에서 차관급이 경찰청장 1명뿐이다. 검찰 인사들로 채워진 윤석열 정부가 경찰에 어떤 불이익을 줄지 걱정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정부에 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행안부가 경찰의 인사권, 예산권 등을 장악하려고 한다. 벌써 독립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후 일선 경찰들은 지휘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데, 지휘부가 정부의 입맛에 맞춰서 일하게 되면 국민의 경찰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과 행안부 장관을 위한 경찰이 된다. 지휘부가 소리를 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행안부 설치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이상민 장관이 ‘지난 정권 치안정감들은 정치권력과 연계’됐다며 모두 날렸다. 결국 윤희근 후보자만 치안총감으로 초고속 승진하게 생겼다.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았는데, 치안정감들 제대로 만난 적도 없다. 지난 정치와 관여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경찰청장에 앉히려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이상민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자들을 일일이 면접했다는데, 경찰들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겠나. 이는 행안부 장관의 권력 남용이다.”
―이상민 장관 탄핵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회는 행안부 장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국민의 절반(51.0%)이 경찰의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경찰국 신설 시행령 제정에 반대하는 등 국민적 우려가 크다.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는 것이다. 즉,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탄핵 소추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국회가 개의했고 당장 7월 25일에 열리는 대정부질문에서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이 쟁점이 될 것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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