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김 여사·윤핵관 지인 채용 파문…민주당 총공세에 여권 “적법 절차” 방어하지만 ‘허탈’ 기류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 2명이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 누나 안 아무개 씨도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관실 7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한 것이 알려지면서 채용 과정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논란은 윤 대통령 친인척과 지인의 채용 문제로 번졌다.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 동생인 최 아무개 씨가 대통령실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최 씨는 대선 캠프 초기부터 회계팀장을 맡았으며, 대통령실에서는 김건희 여사 일정을 담당하는 ‘관저팀’ 팀장으로 있다.
윤 대통령 오랜 지인인 강원지역 사업가 2명의 아들인 황 아무개 씨와 우 아무개 씨가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평소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삼촌’으로 부를 정도로 부친들이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 씨는 ‘윤핵관’인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스스로 직접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성동 권한대행은 “(당선인 비서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에게 대통령실에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 (월급을)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 원 더 받는다.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고 발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권성동 권한대행 ‘9급’ 발언이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논란이 ‘6급’으로 옮겨 붙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주기환 전 후보 아들이 대통령실 부속실에 6급 직원으로 근무 중인 게 확인된 것. 주 아무개 씨는 원주의 한 대학에서 산학협력 관련 업무를 하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합류,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주기환 전 후보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2003~2005년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있을 당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대통령이 지휘하는 주요 수사팀에 합류해 관계를 쌓았다. 윤 당선인이 광주를 찾을 때 허심탄회하게 술잔을 기울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주 전 후보는 6월 지방선거 때 광주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되면서 ‘윤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사적 채용 논란을 두고 총공세에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 참사로 불린 장관 인사, 사적 채용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인사, 1호기에 민간인을 태운 비선 논란에 이르기까지 윤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은 참담할 정도다.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7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 측과 여권에서는 방어에 나섰다. 윤 대통령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40년지기’ 석동현 변호사는 7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느 정부든 대통령 비서실 직원 중에는 정부파견 공무원도 있지만, 대다수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또 대통령 임기 끝날 때까지 여러 경로로 추천을 받아 비공개 채용으로 선발해 운용할 수밖에 없다”며 “비서실 직원들 역량 가지고 비난하는 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 비서실 말단 직원을 놓고 무슨 사적 채용 어쩌고 하면서 시비 거는 것은 정말 웃기는 짜장면”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득시글거렸던 운동권 출신 비서관이며 행정관들은 사적 인연 아니고 공적 채용이었나”라고 되받아쳤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별정직 공무원은 공개 채용이 아니라 대선 캠프나 인수위 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을 추천 받아 채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공개 채용으로 뽑았나. 광흥창팀에서 호흡을 맞춘 다음에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 아니냐. 지금 논란이 된 지인 아들이라는 사람들도 보면 캠프 때부터 일을 했다. 논란의 소지가 없는데 이걸 사적 채용 프레임으로 씌우는 게 정말 놀랍다. 대통령실에서 처음부터 대응을 잘못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소통과 메시지 정리가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뒷수습하듯 해명이 나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대선 경선 캠프에 참여해 인수위를 거쳐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질과 역량이 충분히 검증됐고, 신원조회 등 내부 임용과정을 거쳐 채용됐다”는 등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과거 청와대 근무자들을 추천을 받아 채용했다는 건 관련 분야에 능력이 있는 정치인, 당직자를 말한다. 지금 논란이 되는 이들에 대해 대통령실은 자질·역량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하는데, 증명은 하나도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또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9급 행정요원일 뿐’이라고 의미를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9급 행정요원조차도 실세의 영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걸 권 원내대표가 자인한 것이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여권이 사적 채용 논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여권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대통령실 인사는 공개 채용이 아닌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게 맞다. 다만 그동안은 통상 업무 관련 전문가나, 정치인, 보좌진이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순환해 청와대에 들어가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도 국민의힘 의원, 당직자들이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규모가 예전보다 축소되기도 했고, 기대만큼 대통령실에 호출돼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지인 아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저런 이들을 쓰려 우릴 등용하지 않았나’ 암암리에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내 한 관계자 역시 “20년 동안 국민의힘에서 보좌진으로 일한 사람이 이번에 대통령실에 6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주기환 전 후보 아들 주 씨가 6급으로 근무 중인 게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서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인사 구성에 김건희 여사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고개를 든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코바나컨텐츠 직원뿐 아니라 많은 인사들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들어왔다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돌고 있다. 특히 이들이 현재 대통령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사적 채용 논란은 추후 더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상호 위원장은 7월 19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캠프 관련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통령실을) 구성하는데 ‘김건희 여사 입김이 제일 셌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모든 실무를 총괄했다’고 했다”며 “(구성) 과정 자체도 문제가 있었구나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적 채용 논란이 거세질수록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정동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53%로, ‘잘한다’ 32%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같은 조사 일주일 전 발표에서 ‘데드크로스’가 일어난 데 이어, 두 응답 간 격차가 21%포인트(p)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정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인사’(26%)를 첫 번째로 꼽았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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