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한의사들로 구성된 참실련이 내놓은 ‘홍삼 부작용’ 광고. |
젊은 한의사들로 구성된 참의료실천연합회(참실련)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중에 하나인 홍삼제품의 오남용으로 두통, 복통, 두드러기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서 ‘홍삼 바로 알고 먹기 운동’에 나섰다”며 광고 게재 이유를 설명했다. 한의업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홍삼 제조업계는 “홍삼 건강식품에 보약 부분을 뺏긴 한의사들의 트집잡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삼 부작용을 알리는 광고가 한의업계와 홍삼 제조업계의 밥그릇 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내막을 살펴봤다.
지난 2008년 4월 김 아무개 씨(51)는 TV홈쇼핑을 통해 J 사의 홍삼 제품을 구입했다. 상품 구입 후 김 씨는 가족들과 함께 아침에 한 포, 저녁에 한 포를 섭취했다. 그런데 홍삼 섭취 후 김 씨는 목 뒷부분에 엄청난 통증과 함께 마비 증상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어깨, 허벅지 근육의 당김과 수면장애 현상도 겪었다. 김 씨는 심지어 발기부전 현상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병원을 찾아 홍삼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자 한의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젊은 한의사들이 주축인 참실련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건강(기능) 식품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기 위해 신문 및 지하철에 광고를 실었다.
광고에는 ‘홍삼 무조건 좋다더니, 무심코 먹은 홍삼이 오히려 독?!’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한의업계의 홍삼 부작용에 대한 광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 광고에 다소 강한 문구가 들어가자 즉각적인 반응이 전해졌다. 참실련은 일부 홍삼 제조 업체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는 참실련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홍삼 부작용 광고’에 관한 설명을 들어봤다. ‘홍삼 부작용을 알리는 광고를 게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참실련 관계자는 “보통 소비자들은 홍삼이 여기저기 다 좋다며 전문가의 상담도 거치지 않고 제품을 구입해서 섭취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홍삼 복용 인구가 늘면서 그만큼 부작용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한의사들이 나서서 부작용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는 차원에서 광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삼 부작용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냐’는 질문에는 “홍삼 제조 업체가 식품을 제조할 때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모의시험 과정을 거쳐 효능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의 경우에는 약물에 취약할 수 있다. 부작용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도 이런 약물 취약자들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약 분야의 입지가 좁아진 한의사들이 홍삼의 부작용을 알려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참실련 관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의원이나 건강식품 업체나 무한경쟁체제에 놓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방 의료시장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만 한약재가 식·약 공용으로 쓰이고 있는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보통 의약품에 쓰이는 한약재보다 품질이 낮은 한약재가 식품용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렇다고 품질 낮은 한약재가 효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엄밀히 따져 한약재의 효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데 제한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우리나라는 홍삼 복용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하루 섭취량을 2g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때문에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젊은 한의사들이 나서서 홍삼을 비롯한 건강식품의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코 밥그릇 싸움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의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홍삼 제조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한의업계와 건강식품 업계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보약 시장을 건강식품이 밀고 들어오자 한의업계에서 위기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홍삼이 해외에서 국위선양을 하는 등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며 홍삼에 보약 부분을 빼앗긴 한의사들이 ‘홍삼 트집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B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2003년 9월 한국인삼공사가 100% 출자해서 만든 KGC판매(주)가 설립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KGC판매는 한국인삼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됐다가 2010년 7월 KT&G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그해 11월 KGC라이프앤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리고 올해 8월 KGC라이프앤진은 ‘보움’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보움은 녹용, 황기 등 한약재를 사용한 한재식품에서부터 건강식품까지 판매하는 ‘생활한방스토어’다. 뿐만 아니라 KGC라이프앤진은 보움을 런칭하면서 한의사를 고용해 의학부분에 전문성을 더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약재 건강식품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한약재를 이용한 건강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의원보다 경쟁력에서 앞서 나갔다. 이 때문에 한의업계의 위기감은 증폭됐고, 건강식품 업계와의 갈등도 점점 깊어졌다는 것이 건강식품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편 한의업계에서는 홍삼 부작용에대한 관할 주무부처인 식약청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식약청은 “홍삼이 유해하다는 근거 자료를 가져오라. 일방적인 규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의업계와 건강식품 업계의 대립 구도가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