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근이 4년간 총 50억원을 받고 친정팀에 금의환향했다. 지난 2009년 9월 넥센 이택근이 SK와의 경기에서 투런홈런을 날린 뒤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이택근을 잡으려 했던 A 구단은 “넥센이 등장하리라곤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4년에 35억 원 정도를 제시하면 충분히 계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데없이 넥센이 뛰어들면서 바로 게임이 종료됐다.”
넥센 이장석 사장은 “내년 시즌 상위권 진출을 위해 이택근이 꼭 필요했다”는 말로 영입배경을 설명했다.
올 시즌 넥센은 2008년 창단 이래 첫 최하위를 경험했다. 투수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물방망이 타선이 문제였다. 팀 타율 2할4푼5리와 팀 장타율 3할5푼3리는 리그 꼴찌였고, 8개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할 타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 코리 알드리지가 20홈런으로 체면을 세웠을 뿐, 두자릿수 홈런을 친 내국인 선수도 박병호가 유일했다.
올 시즌처럼 팀 타선이 약했다간 2년 연속 꼴찌는 떼어논 당상이란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이 사장은 “박병호, 강정호로 이뤄질 중심타선에 이택근이 방점을 찍으면 어느 팀보다 강력한 팀 타선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넥센이 심혈을 기울이는 건 중심타선뿐만이 아니다. 투수진에도 그만큼의 노력을 쏟고 있다. 조태룡 단장은 “내년 시즌은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선발투수로 선택할 것”이라며 “팔꿈치 재활을 마친 왼손 강윤구가 선발진의 한 축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말미에 모습을 드러낸 강윤구는 6경기에 등판해 3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 2.14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만약 넥센의 시나리오대로 전개가 된다면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강윤구, 문성현, 김성태, 김수경으로 이뤄질 선발진은 다른 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여기다 넥센은 손승락이라는 리그 수준급 마무리가 버티고 있다.
넥센은 내년 시즌을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삼는다. 이 사장은 “지난해까지 적자폭이 다소 컸으나, 올 시즌은 어느 정도 손익분기점을 맞췄다”며 “내년 시즌 팀 성적이 좋아지면 흑자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넥센이 창단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프로야구 사상 최단기 흑자 달성팀이 된다. 넥센의 한 관계자는 “내년 시즌 서브스폰서를 하겠다는 기업이 올 시즌보다 1.5배는 증가했다”며 “앞으로 구단 운영비 충당을 위해 선수들을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LG의 윤지웅, 나성용, 임정우.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LG는 소속팀 FA였던 이택근, 송신영, 조인성을 모두 놓쳤다. 국가대표 외야수와 수준급 마무리 그리고 주전포수를 한꺼번에 잃은 셈이었다. 2002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로선 내부 FA뿐만 아니라 외부 FA를 잡아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러나 역대 FA 시장의 가장 큰손이었던 LG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많은 LG 팬이 “구단이 전력보강에 미온적 자세를 취한다”며 맹렬히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전문가들은 LG의 침묵이 오히려 행운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평한다. 세 명의 베테랑 FA선수를 내준 대신 미래의 가용자원인 유망주들을 보상선수로 받았기 때문이다.
먼저 LG는 이택근의 보상선수로 넥센 투수 윤지웅을 선택했다. 윤지웅은 지난해 신인지명회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된 국가대표 출신의 왼손투수다. 윤지웅은 가뜩이나 불펜 왼손자원이 부족한 LG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신영의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포수 나성용을 받은 것도 고무적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부터 한화에서 뛴 나성용은 “2, 3년 내 한화 주전포수를 꿰찰 선수”로 꼽혀왔다. 김태균에 비교될 정도로 힘이 넘치는 파워 히터인데다 영리한 공배합으로 포수로도 좋은 평을 들었다. LG는 조인성이 빠진 주전포수 공백을 나성용으로 메우겠다는 태도다.
마지막으로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SK로부터 받은 임정우도 긍정적이다. 올 시즌 2군에서 2승1패 3세이브 평균자책 5.53을 기록한 임정우는 빠른 공이 주무기인 루키다. 프로 스카우트 사이에선 “성장 가능성이 가장 풍부한 유망주”로 불려왔다.
김기태 LG 감독은 “FA 선수 세 명을 놓친 건 크나큰 아쉬움이지만, 대신 세 명의 유망주를 받았으니 팀의 미래는 더 밝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견이 있긴 하다. LG는 해마다 “지금보단 미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지만, 정작 시즌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들을 해임하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말로만 리빌딩을 외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LG 고위 관계자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구단보단 모그룹의 리빌딩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즌 종료 후, 모그룹 최고위 인사가 구단 관계자를 불러 “일회성 우승팀보단 항구적인 강팀을 만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두산의 임재철(왼쪽)과 정재훈.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두산을 더는 짠돌이 구단으로 불러선 안 된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은 소속팀 FA 투수 정재훈과 외야수 임재철을 잡았다. 특히나 정재훈에겐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3년에 26억 원을 투자했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도 재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애초 니퍼트는 일본 진출이 유력했다. 그러나 두산 사장과 단장이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니퍼트를 설득하며 재계약을 이끌어냈다. 올 시즌 니퍼트의 연봉이 8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기에, 두산은 100만 달러 이상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다 두산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스카우트팀을 파견해 니퍼트와 호흡을 맞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도록 했다.
두산의 이러한 노력이 내년 시즌 성적에 청신호로 작용하리라는 게 야구계의 생각이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코칭스태프의 조화다. 올 시즌이 끝나고 두산은 김진욱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문제는 수석코치였다.
두산은 이토 쓰토무 전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현역시절 ‘최고 포수’로 불렸던 이토는 2004년 세이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젊은 명장이다. 지금도 풍부한 경험과 탄탄한 논리로 일본 야구계에선 신망이 높다. 그런 이토를 두산이 전격 영입한 데는 이유가 있다. 두산 관계자는 “배터리와 타격 부분에서 이토 수석의 조언이 김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며 “초보감독인 김 감독도 팀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이토 수석을 통해 배우기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토 영입이 악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먼저 이토 영입을 주도한 건 구단이나 김 감독이 아닌 모그룹 최고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선수와 코치들이 김 감독의 의중과 함께 이토 수석의 복심을 살피느라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칫 김 감독의 리더십이 훼손될 수도 있다.
일본인 코치가 성공한 팀들은 공통점이 있다. 감독과 코치가 일본어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선동열 감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외 감독들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범현 전 KIA 감독은 “일본인 코치를 썼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내 뜻을 충분히 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 감독과 이토 수석 콤비가 성공을 거둘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