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중 문건 유출 드러나…주가조작 세력 등 ‘수사관 관리’ 공공연한 비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혹들 중 한 갈래인 쌍방울그룹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곳은 수원지검이다.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에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서는 쌍방울그룹의 배임 횡령 사건을 각각 수사 진행 중인데 검찰 수사관의 수사기밀 유출 사건은 형사1부(부장검사 손진욱)에 배당해 수사를 확대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가 아닌 검찰 수사관을 상대로 한 법조 로비 의혹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쌍방울 수사하다가 쌍방울 수사관 구속
지난 5일 수원지검 형사1부는 수원지검 소속이던 A 수사관과 검찰 수사관 출신의 쌍방울의 대관 담당 B 임원을 구속했다. A 수사관에게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자료를 빼낸 검찰 수사관 출신 쌍방울 B 임원에게는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수사는 아니었다. 당초 수사의 시작점은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었다. 쌍방울그룹은 이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선임한 이태형 변호사에게 변호사비 명목으로 2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CB) 등을 대신 줬다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다. 법무법인 M의 이태형 변호사는 이 의원의 변호인단으로, 또 같은 법인 소속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까지 쌍방울의 법률대리를 맡아와 ‘거래 가능성’이 점쳐졌다.
수사를 진행하던 곳은 공공수사부. 하지만 지난 7월 7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무법인 M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사전구속영장 청구 관련 문서 등 ‘유출되지 않아야 할 문건’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형사1부는 형사6부 소속의 수사관들을 주목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쌍방울 본사와 형사6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연달아 진행한 뒤 현직 A 수사관과 쌍방울 B 임원을 지난 4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들이 검찰 수사관 경험을 토대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기에 구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속된 수사관 외에 수사기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형사6부 수사관 1명 역시 현재 비수사 부서로 발령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관 출신, 몸값이 비싼 까닭
법조계는 ‘수사관의 몸값이 비쌀 수 있는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사들이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접촉하는 것을 꺼린다면, 수사관들은 상대적으로 외부 인물들과 접촉이 자유롭다. 또 수사관들은 실무를 다루기에 ‘내사’처럼 은밀한 정보도 상대적으로 쉽게 전해들을 수 있다.
실제 검찰 수사관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한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 인사는 “검찰 내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수사관을 거액을 주고 영입해 이들을 통해 현직 수사관들로부터 정보를 빼내면 된다”며 “금융범죄를 주로 하는 서울남부지검이나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관들을 관리하면서 어떤 수사를 하는지, 어떻게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라고 귀띔했다. 수사관들은 물론 검사들과도 인연이 많다는 점, 압수수색부터 참고인 및 피고인 조사도 수사관들이 주로 담당하는 점, 내사 단계부터 법적 대응 여부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수사관 출신 영입’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정보에 능통한 채권투자업체 대표는 “검사들은 1~2년마다 보직이 바뀌지만 수사관들은 한 번 특수수사 계열에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오지 않고, 금융 사건을 전담하는 수사관들의 경우 전문성을 인정받아 계속 관련 수사만 담당하더라”며 “검사에게 더 많은 정보가 있을지 모르지만 수사관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돈을 주고도, 상당한 정보를 빼낼 수 있어 관리하기 더 쉽다”고 털어놨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관으로 개업하자마자 이름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주가조작 세력의 사람들이 찾아와 인사를 하는데, 과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수사관을 앞세워 오더라”며 “수사관들의 역할이 ‘법조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야 왜 수사관들을 수억 원씩 주고 데려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은 최근 2년 사이 특수통 출신 수사관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이미 구속된 B 임원 외에도 2명의 수사관 출신 인사들을 추가로 영입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검찰청 재직 당시 특수부에서 주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설명처럼 ‘쌍방울그룹이 검찰 수사관을 통해 법조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A 수사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수원지검 형사1부 역시 형사6부 소속 수사관들이 쌍방울에 근무 중인 수사관 출신 임원들과 근무 인연이 겹치는 점을 파헤치고 있다.
#"한두 건이라도 더 이슈화된다면…"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관에서 비롯된 법조 로비 사건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관을 통한 수사 정보 유출이 이슈화될 경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게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앞선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도 극히 일부겠지만 수사관들이 정보를 유통한다는 얘기가 돌기 때문에 압수수색에 나가기 전에는 극히 소수의 인원만 정보를 공유하고, 대규모 압수수색을 위해 타 부서 수사관들의 지원을 받기라도 한다면 당일까지 압수수색 대상을 극비에 부쳤다가 당일 아침 압수수색 직전 브리핑 때 공개하기도 한다”며 “그만큼 수사 대상들이나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더욱 더 정보를 빼내기 위해 애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수사관 출신들 중 나가서 법조 브로커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도 과거 근무 인연을 활용해 정보를 빼간 뒤 먼저 수사 대상자를 접촉하기도 한다”며 “검찰을 구성하는 것은 검사만 있는 게 아니기에 이런 사건들이 한두 건이라도 더 이슈화된다면 검찰이 먼저 나서 관리를 받아온 수사관이나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이나 수사를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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