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취임 전부터 ‘순기능’ 강조…자연스레 검사들 언론 접촉 늘려 ‘부작용’ 우려도
과열 취재로 인한 오보를 방지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검찰이 언론에 ‘원하는 사안을 흘리기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던 검찰 티타임은 일단 비정기적으로 운영된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검찰에서는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과거처럼 상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2개월 만에 재개된 티타임
7월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박기동 3차장검사가 중앙지검 13층 소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 매체 별로 1명씩 출석에 제한을 뒀지만, 40명이 넘는 기자들이 대거 몰리며 32개월 만에 부활한 ‘검찰 티타임’에 높은 관심이 집중됐다.
박기동 3차장검사는 재개된 검찰 티타임에 대한 설명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 보장과 국민 알권리, 또 공익 목적 조화를 위해 공보 규정이 개정된 것으로 안다”며 “기자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지혜를 모으고 종국적으로는 국민 뜻 받들어 검찰 업무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1시간 동안 이뤄진 티타임은 3차장검사 산하 부서에서 이뤄지고 있는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사건에 질문이 집중됐다. 검찰은 과거 티타임 때처럼 구체적인 사실 관계 확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법률에 근거하도록 돼 있다. 국민 기본권을 법률상 근거 없이 제한하거나 침해했다면 위법한 게 아닐까 보고 있다”며 탈북 어민을 헌법상 국민으로 보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했는데 북송 과정에서 그렇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북한 공민증(주민증)을 가진 사람을 외국인이라는 입증이 없는 이상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 퇴거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언급하며 검찰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 측은 “주 1회 티타임을 가질까 한다”며 계획을 밝혔지만, 일단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티타임을 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났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거나, 굵직한 사건이 터져서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게 될 경우에는 티타임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때처럼 매일 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 ‘흘리기’ 논란도
당초 검찰 티타임은 언론의 요청과 검찰의 필요가 맞아 떨어져 성사됐다. 기자들의 취재 과열 속 오보가 잇따르자, 검찰에서 수사에 대한 설명 및 질의응답을 받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검찰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핵심 피의자를 소환하는 내용 등은 검찰 티타임에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사 관련 정보를 노출시켰다.
하지만 이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문제 삼았다. 검찰에서 부인 정경심 씨 등 일가족에 대한 수사 내용이 매일매일 언론에 나오던 상황이었다.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정기 티타임을 꾸준히 운영해 왔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재임 직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제정하며 2019년 11월 검찰 티타임을 중지시켰다.
당시 규정에는 검찰 수사 관계자의 구두 브리핑과 기자의 검사실 출입을 금지하고 대신 전문공보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전문공보관은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언론의 질의에도 “아는 내용이 없다”거나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채널A 이동재 기자의 검언유착 사건까지 터지면서 검사들은 기자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기자와의 접촉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들이 아니면, 검사들은 아예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당시 분위기에 대해 한 검사는 “검사실에 기자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명시되면서 밖에서도 만나는 게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검찰청에서 기자가 아는 척이라도 하면 오히려 주변 눈치를 보게 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티타임의 순기능’ 언급한 한동훈
하지만 과거의 검찰로 ‘정상화’를 추진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티타임을 부활시켰다. 한동훈 장관은 취임 전부터 주변에 ‘티타임의 순기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7월 22일 제정된 새 규정에는 원칙적으로 형사사건 공개를 금지하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티타임 등 공보 창구를 다양화했다. 사전에 관할 검사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공보관뿐 아니라 주요 사건 수사 실무자도 직접 공보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과거처럼,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보를 위해 자료 배포 외에 구두·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방식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만들어진 ‘수사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는 경우 진상조사 및 내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조항도 이번 개정으로 폐지됐다. 또, 공소제기 전 검찰의 공보에 대한 피의자의 반론요청이 있는 경우 검찰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론을 공개하도록 한 규정도 없앴다. 오보에 대한 반론은 해당 언론을 통해서 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등의 취지와 보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언론계 지적 등을 감안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7월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 후 기자 브리핑에서 한동훈 장관이 직접 정책 취지와 방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전임자인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한 장관의 ‘검찰 티타임 복원’을 “검언유착 강화”라며 비판한 것에 대해 “(검언유착 강화로) 그렇게 보이느냐? 저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그는 “과거 지난 정부 하에 있던 수사에서는 과연 ‘흘리기’가 없었느냐. 티타임이 없었느냐”며 정상적인 소통을 위한 검찰 티타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는 언론으로부터 불편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레 검사들의 언론 접촉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차장검사는 물론, 부장검사와 평검사들까지 기자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조금씩 접촉을 ‘허’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흘리기’를 활용하려는 검찰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리기 전에 고의적으로 범죄 혐의를 나열해 여론을 통해 법원을 압박하거나, 특정 언론에만 보도된 사안을 공개적으로 확인해주는 방식으로 다 받아쓰게 만드는 것 등은 그동안 검찰이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 동력’을 얻으려고 한 행위들”이라며 “흘리기와 적절한 공보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국민의 알권리인지를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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