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국 보면 장점도 있어” “총경 회의 징계, 검찰과 경찰 다르게 보는 듯” 등 반응
불똥은 법조계로 튀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초까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안 강행 등으로 검사장급은 물론, 평검사들의 집단행동 및 의견 표출이 잦았던 검찰은 경찰과의 비교 대상이 됐다.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판사 출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사와 경찰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강력 경고 탓 경찰들 주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경찰 일선에서 7월 30일 열기로 했던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취소됐다. 회의를 주도했던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7월 27일 경찰 내부망에 경찰회의 자진 철회의 뜻을 밝혔다. 김 경감은 “(26일)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 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14만 동료 경찰들의 피땀 흘린 노력들로 우리 국민, 국회, 사회는 경찰국 설치가 검수완박에 대한 추잡스럽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보복행위이자 권력남용 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참가가 예상됐던 전체 경찰회의가 공식적으로 철회되면서, 경찰 내부 반발 표출은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역시 7월 27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 시·도경찰청을 통해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감 이하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신속하게 강행함과 동시에 반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낸 탓에 일선 경찰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26일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반발에 대해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아침 출근길 기자들과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국방과 치안은 국가 기본 사무로 최종 지휘·감독자가 대통령”이라며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집단 반발은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날 출근길에서는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나갈 것으로 본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그보다 하루 앞선 25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총경 회의를 ‘12·12 쿠데타’와 비교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경찰과 야당이 반발하자 대통령까지 나서 ‘경찰국 신설’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때부터 제기된 ‘경찰과의 불협화음’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시그널을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을 잘 아는 법조인은 “윤 대통령은 한번 옳다 혹은 그르다는 판단을 하면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밝히고 밀어붙이는 타입”이라며 “경찰에서 비롯되는 잡음들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했기에 불쾌함을 표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역할은 ‘검찰국’ 보면 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안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필요 인력 13명을 증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장하던 통솔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투명하게 관장하는 안이라고 이를 설명했는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제도가 시행되고 나면 일선 경찰의 오해도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검찰국’의 모델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은 검사들이 법무부에 임명돼 업무를 담당하는데, 검찰 내 행정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시행뿐 아니라, 검찰 인사와 조직·예산까지 맡고 있다. 핵심은 단연 인사와 예산이다. 검찰 내 수많은 검사들의 업무 평가를 총괄하며 다음 인사를 좌우한다. 검찰 장악을 위해서는 법무부 검찰국부터 접수해야 하고,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 모두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검찰국장에 ‘믿을맨’을 앉힌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이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랜 기간(1948년 이래) 법무부 검찰국 시스템 하에 작동됐던 검사들은 ‘장점도 있다’는 평을 많이 내놓는다. 법무부 검찰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물론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 보니 정권 바뀔 때마다 1순위로 교체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 인사 평가 시스템이 있다 보니 오히려 객관적이고 제대로 된 인사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수사 및 공판을 하면서 느낀 부분을 토대로, 다른 정부 부처들과의 비교까지 해 가며 더 새로운 변화를 기획할 수 있는 점도 있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된다?
3개월 전 열린 전국 평검사 회의와 7월 23일 열린 총경회의는 모두 내부망을 통해 회의를 소집했고, 휴일이나 평일 저녁 업무가 끝난 후 모였다. 하지만 회의 이후 결과는 확연히 경찰과 검사가 달랐다. 징계나 제재가 전혀 없었던 검사 회의와 달리 총경 회의 제안자는 즉시 대기발령됐고, 참석자들에 대한 대대적 감찰도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행안부는 이번 총경 회의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까지 보고 있다.
경찰국 신설 자체보다, 경찰들의 집단행동을 징계하는 안을 강행하는 정부를 놓고 “경찰과 검찰을 너무 다르게 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고검장·검사장 회의나 평검사 회의 모두 정부 및 여당의 정책에 반발하는 성격이 다분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경찰이 너무 억울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와 판사 출신 대통령과 장관이 법조인과 경찰은 서로 다른 급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경찰이 모여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위수지역 이탈과 쿠데타에 비유하는 것을 보고 검사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을 새삼 다시 환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검사 회의와 관련해선 당시 검찰 지휘부의 해산 명령이 없었지만, 총경 회의는 회의 중간일지라도 명시적인 해산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집회 자체의 불법성이나 위험성을 고려할 때 해산 명령의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의 한 검사는 “경찰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이번 경찰국 신설을 해석하기도 하더라”며 “검찰 입장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하는 게 맞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이 ‘적절한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와 경찰의 갈등이 검수완박 후속 조치 관련해서 변수가 되지 않을까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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