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일하고 숲에 살며 삶의 방식과 생각이 숲을 닮아간다는 최세현, 이종숙 부부의 철학을 듣는다.
경남 산청군 둔철산 자락엔 아주 특별한 호텔이 있다. 왕겨와 부엽토로 침구를 깔고 안락한 산란장을 갖춘 이름하여 '꼬꼬 호텔'이다. 숲속에 자리한 이 호텔은 온종일 맑은 지하수가 공급되고 밝은 햇살이 들며 자연의 공기가 순환하는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매일 아침 최세현 씨(61)가 손수 차려주는 사료를 먹은 닭들은 마당에 나가 운동을 하고 숲에서 뷔페식 만찬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유정란 생산 농장을 운영하는 최세현 씨가 닭장 혹은 양계장 대신 '꼬꼬들의 호텔'이라 이름 붙인 이유다.
10년 동안 석회석 광산에서 일했던 최세현 씨는 산을 깎아먹고 사는 삶에 회의를 느꼈다. 더 늦기 전에 삶의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세현 씨는 22년 전 둔철산 자락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매일 아침 숲으로 출근해 닭들을 보살피고 나머지 시간은 숲에서 휴식을 취하는 세현 씨.
'하루 종일 초록을 수혈 받는다'는 세현 씨는 어느덧 혈액형도 '초록형'으로 바뀌었단다.
최세현 씨 부부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나오면서부터 숲과 마주한다. 나무키가 너무 커서 열매를 떨굴 때까지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자두나무, 감당할 만큼만 열매를 달고 서 있는 감나무 등 집 앞 마당엔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스스로 자란 약초와 산나물, 화초와 잡초들이 뒤섞인 채 우거진 마당은 숲과 딱히 경계를 나눌 수 없을 만큼 자연 그대로다. 그야말로 숲속 한 가운데 자리한 집에서 부부도 '숲처럼' 산다.
숲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가능한 세제를 쓰지 않고 정화조가 없는 집에서 사는 일이 다소 불편하지만 그 덕에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으니 감당할 가치가 있는 '불편'이다.
숲을 가까이 두고 살면서 최세현 씨는 매일 나무와 대화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숲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알리는 숲 해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숲을 배우고자 찾아오는 길동무들과 느리게 걸으며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노라면 누구보다 스스로 가장 큰 위안을 얻는다는 세현 씨.
그런 남편을 따라 숲을 걷던 아내 이종숙 씨(58)도 4년 전부터 숲 해설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함께 숲을 걸으며 나눌 이야기가 더 많아졌다는 부부. 이젠 둘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청량한 풀냄새가 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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