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이 들어선 경기도 파주시의 한 마을에 초록으로 둘러싸인 작은 집 한 채. 사시사철 대문이 열려있고 새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집은 울창한 숲으로 에워싸여 있다.
임봉희 씨(58)는 매일 아침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이면 비밀의 정원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계절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사시사철 주변 새들이 들락거리는 문턱이 없는 정원.
잔디밭 대신 숲이 울창한 정원에선 잡초와 작물의 구분이 없고 땅속 지렁이부터 두더지, 개구리, 유혈목이까지 숲속 생태계가 들어와 제 몫의 생사고락을 평온하게 이어간다.
풀을 뽑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자연'이 '자연'을 불러들여 스스로 번성했고 자연 한가운데서 봉희 씨도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마을에서 모내기 철이 끝나면 임봉희 씨는 논두렁에 버려진 모를 수거해온다. 마당 구석구석에 세워둔 돌확에다 한 박자 늦게 모내기를 하는 봉희 씨, 농촌에서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참새들을 위해 봉희 씨가 차리는 식탁이다. 한집에 사는 이웃들을 위한 배려다.
봉희 씨는 늘 낮은 자세로 정원을 누빈다. 가까이서 살펴보려면 무릎을 굽히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게 하는 자연으로부터 배려의 마음을 배운다는 봉희 씨.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곧 가족과 이웃, 그리고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것이 그녀가 비밀 정원에서 거둔 가장 큰 결실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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