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형 공유주방 규제 뚫어 ‘신산업 개척 자부심’…창업자로 타깃 바꿔 제품·서비스 총체적 솔루션 제공
통계청의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업 총 창업비용 중 본인 부담금은 평균 7500만 원에 달하는데 위쿡의 공유주방을 쓰는 식품외식창업자는 주방 이용 비용으로 월 평균 60만 원 정도만 지출하면 돼 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2021년에는 일본 가이악스 그룹과 합작한 ‘위쿡재팬’ 법인을 설립해 도쿄 시내에 인큐베이션형 배달 공유주방 ‘키친웨이브’를 상륙시킨 후 올해 6월 오픈한 나고야 지점까지 포함해 총 3개 지점 확보하는 등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공유주방의 탄생과 규제 샌드박스
위쿡 김기웅 대표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그는 세 살 때부터 15년간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한 아역 탤런트 출신이다. 생활처럼 연기를 하다가 드라마가 끝나는 바람에 열여덟 살에 뒤늦게 사춘기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또래보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김기웅 대표는 “지금까지 살아온 거 돌이켜보면 배움에서 재미를 찾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7년 증권사에 입사했다. 당시 장기간의 박스권을 뚫고 코스피가 1000에서 2000까지 솟아오르던 시기다. 수입이 좋았으나 마음 한편에 허전함이 늘 있었다. 막연히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창업 스터디를 했다.
처음에 관심을 가진 건 HMR(가정간편식) 분야였다. 편의점에 ‘김혜자 도시락’이 처음 나오며 편의점 도시락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당시 국내 언론은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소비자들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HMR 시장이 성장할 거라고 전망했다. 김기웅 대표는 도시락 메뉴를 잘 개발해 상품화하면 나중에 편의점 등 유통 채널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2014년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도시락 배달 음식점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스터디가 깊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외식업과 식품제조가공업의 차이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야심차게 도시락 배달 음식점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난관에 부닥쳤다. 다른 음식점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김기웅 대표는 “제육볶음 도시락이 사실 맛있어봐야 얼마나 더 맛있고 맛없어봐야 얼마나 더 맛없겠느냐. 결국 가격 경쟁을 하면서 더 많이 팔려고 몸을 갈아넣었다. 그런데 이윤이 안 남더라.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외식업 시장에 대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공부가 깊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겪는 비효율을 해결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고정비를 절감할 방안을 찾다가 나온 아이디어가 공유주방이다.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을 한 공간에 모아서 공동운영할 경우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부동산의 면적이 클수록 평당 임대료가 낮아지는 데다, 여러 매장에서 한꺼번에 식재료를 구매할 경우 구매 협상력이 생겨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점, 풀타임 배달원을 각각 고용할 필요가 없어 고정비 절감효과가 분명히 생기리라는 점 등에 착안했다.
오븐이나 냉장고 등 요리에 필요한 가전제품이 이미 갖춰진 주방에서 식품을 제조해 유통하는 제조형 공유주방 개념도 자연스레 탄생했다. 결국 김기웅 대표는 도시락 배달 업체를 창업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인 2015년 10월 위쿡의 운영사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법인을 설립했다.
사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넘기 어려운 벽을 만나게 된다.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배달형 공유주방과 달리 식품 제조형 공유주방의 운영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식품위생법상 한 공간에는 하나의 사업자만 영업신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달형 공유주방은 음식점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지만 제조형은 아니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 사례를 조사하다가 미국에는 이미 비슷한 형태의 사업체들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국에 있는 사업체들을 방문해 운영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규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공부를 한 뒤 국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상공회의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을 두드리고 다니며 국내 규제를 풀 방법을 수소문했다.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귀띔을 받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다행히 담당 공무원들은 위쿡에 우호적으로 반응했다. 식음료 산업에서 창업자들의 창업비용을 낮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었다. 위생 관리 책임자를 별도 지정하고 대규모 식품위생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업체 전체의 연평균 매출액을 5억 원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2019년 8월 특례승인이 떨어졌다. 위쿡은 2021년 8월 한 차례 특례연장에 성공했으며 2021년 12월에는 법령 개정으로 합법화라는 울타리도 얻게 됐다.
김기웅 대표는 “처음에는 모두가 ‘공유주방이 뭐예요? 그게 되겠어요’라고 했지만 결국 무수한 노력 끝에 제도권 내로 편입시킬 수 있었다. 우리가 신산업 개척에 굉장한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유주방을 넘어서
위쿡의 공유주방이 원래 목표 삼았던 고객은 창업자가 아닌 기존 사업자였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가 원래 운영하던 매장을 버리고 공유주방에 들어오는 결정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며 자연스럽게 창업자들로 타깃이 바뀌었다. 창업 실패 비용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창업자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부동산과 인테리어 비용 등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필요 없이 시간당 임대료를 내고 위쿡의 공유주방을 대여해 신상품의 사업성을 테스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기웅 대표는 “실제로 위쿡 주방을 이용하고 성공한 창업자분들 보면 첫 번째 아이템으로 바로 성공하신 분들은 많지 않다. 즉, 매몰비용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들이 거듭 실패를 겪어도 다시 일어나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위쿡의 방향성은 공유주방을 넘어서서 창업자들을 관리해 성공률을 높여주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까지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 창업하신 분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 경험이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저희한테 물어보시곤 한다. 메뉴 개발 좀 도와 달라는 요청에서부터 인테리어 저렴하게 해주는 곳 없나, 어떤 상권에 입점하는 게 좋은가 하는 문의까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 실제로 창업을 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하나씩 도와드리다 보니까 저희도 프로세스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쿡은 창업자들의 수요를 기반으로 서비스들을 체계화해 하나씩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필두로 주방설비 시공과 브랜드 컨설팅, 디자인, 메뉴 개발, 그리고 인테리어 시공 순으로 서비스가 점점 커졌다. 어느 순간부터 내부에서 정의하는 사업 정체성도 F&B 산업에서의 푸드 메이커(창업자)를 위한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탈바꿈했다. 창업에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 등을 총체적으로 솔루션화해 제공한다는 뜻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 구인난과 전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위축으로 외식업계 전반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김기웅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보다 식품 창업자들 많이 본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창업시장은 52조 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고, 저희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앞으로도 성장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이나 빵집을 차리려고 할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위쿡이 되면 좋겠다. 나한테 필요한 오븐 하나를 사더라도 위쿡에 물어봐, 할 수 있는 포지션이 되기까지 부단히 나아가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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