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개정안에 따르면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아파트는 더 넓어진다. 전용면적 85㎡ 미만인 중소형은 40%까지, 85㎡ 이상인 아파트는 30%까지 확장할 수 있다. 85㎡ 미만을 더 크게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소형 거주자라도 수천만 원씩 공사비를 내야 하는데 증축 효과가 적으면 추진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구의 크기가 이렇게 늘어나면 용적률은 상승한다. 단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100% 이상까지도 더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개정안은 이렇게 늘어나는 용적률을 활용해 일반분양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용적률 총량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리모델링 대상 단지의 모든 가구가 허용 한계치인 30~40%씩 확장한다고 가정하고 늘어난 용적률 범위 안에서 일반분양을 만드는 것이다.
전체 가구가 한계선까지 증축하면 일반분양 물량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단지 내 중대형 거주자는 허용치보다 낮은 10%만 증축할 수 있고 아예 증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증축을 많이 하지 않는 대신 부담금을 덜 내도록 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남는 용적률을 모아 아파트를 추가로 지어 일반분양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형평성 논란이 생겼다. 먼저 재건축과의 비교다. 지은 지 40년이 돼야 할 수 있는 중층(13~15층)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도 가구 수 증가율이 평균 13% 정도에 불과한데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할 수 있는 리모델링을 통한 가구 수 증가가 10%나 되니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재건축의 경우 임대주택 건설, 기반시설 기부채납 등을 부담하고 있지만 리모델링은 아무런 공공부담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 이도 있다.
85㎡ 크기에 따라 증축 범위를 차별화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사례다. 1987년 준공한 서울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단지는 지은 지 15년이 지났으므로 입주민들이 원한다면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아파트엔 전용면적 84.99㎡형과 90.6㎡형이 수백 가구씩 있다. 이번에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리모델링 관련법에 따라 크기를 확장할 경우 84.99㎡형은 40%(33.996㎡) 확장할 수 있어 119.99㎡로 커진다. 그런데 기존 90.6㎡형은 30%(27.18㎡)만 확장이 가능하므로 117.78㎡가 된다. 리모델링을 하면 기존 84.99㎡형이 그보다 큰 90.6㎡형 보다 오히려 더 커지는 역전 현상이 생긴다. 90.6㎡형에 거주하는 집주인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아파트의 층수를 올리는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은 데 따른 문제도 있다.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아파트 단지별로 일반분양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곳이 나타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기존에 용적률이 높거나 소규모 단지일수록 여유 공간이 없어 일반분양 물량을 허용치만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지 내 공간이 없으니 정부가 허용해준 수평증축(건물의 앞뒤, 좌우측을 넓히는 것), 별동증축(단지 내 유휴 공간에 아파트 동을 새로 짓는 것)을 활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장 평균 용적률을 낮게 조성한 분당 같은 지역의 아파트 단지는 수혜를 입지만 평균 용적률이 높은 산본 같은 곳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무한건축설계사무소 이동훈 소장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토지의 모양, 단지의 형태, 용적률 등에 리모델링을 통해 일반분양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달라질 것”이라며 “수혜를 못 받는 곳은 형평성 차원에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형평성 논란에 대해 여러 대안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과 형평성 문제는 추가이익이 생기면 일정 정도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에선 리모델링 규제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재건축의 추가이익 환수 제도를 완화시켜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도 있다고 조언한다.
리모델링 단지별로 일반분양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설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다리모양의 건축물을 지어 일반분양분을 만들 수 있고, 박스형 건축물을 아파트 중간에 설치한 독특한 디자인의 아파트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설계비가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구조안전’을 문제 삼아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은 정부 기준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분양을 기존 건축물에 만들면 건물의 하중이 직접적으로 증가하는 차원에서 수직증축과 별로 차이가 없어서다. 수직층축은 아니지만 구조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허용 여부를 놓고 새로운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필로티’에 일반분양을 허용하면 된다는 제안도 있다. 필로티는 1층을 비워두고 기둥으로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미 현행법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필로티를 만들면 수직으로 1개층을 높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 1층 필로티를 비워두는 대신 일반분양을 지을 수 있도록 하면 단지의 유휴공간이 많지 않아도 대부분의 허용 일반분양 물량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이근우 부장은 “1층 필로티에 일반분양 아파트를 지으면 전체 가구수의 6~7% 일반분양 물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구조안전성에도 문제가 없고 일반분양도 많이 만들 수 있으니 공간이 부족한 리모델링 단지의 불만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부장은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를 대상으로 일반분양분을 만들기 위한 설계 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개정된 법률 안에서 형평성 논란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모델링은 준공된 지 15년 이상인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대상 가구는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2010년에 이미 300만 가구를 넘었다. 가구당 3~4인이 살고 있다고 한다면 1000만 명이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된다는 이야기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