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김광현이 없어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왜냐? 박희수라는 든든한 좌완 불펜투수가 난데없이 나타나 김광현의 공백을 메웠기 때문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배영섭이라는 걸출한 1번 타자가 없었다면 삼성의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은 장담할 수 없었다. 2012 시즌 각 팀의 최우선 목표는 바로 ‘제2의 박희수’, ‘제2의 배영섭’을 찾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2012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넥센 조태룡 단장은 “깜짝 스타를 찾고 있다”고 답변했다.
SK는 시즌 중 김성근 감독이 낙마하고, 김광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고통을 맛봤다. 하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박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입단해 2010년까지 1군에서 19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던 박희수는 철저히 무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9경기에 등판해 4승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 1.88을 기록하며 깜짝 스타가 됐다.
배영섭도 마찬가지였다. 배영섭은 정확한 타격과 적극적인 주루, 여기다 넓은 외야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삼성의 최대 고민이었던 1번 타자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물론 배영섭 역시 2010년엔 11경기에만 출전한 무명선수였다.
그렇다면 2012시즌을 빛낼 깜짝 스타는 누가 될까.
▲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야구센스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이 문제였다. 하지만, 지난해 2군 경기에서 타율 3할을 치며 일약 1군 무대로 도약했고, 1군에서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 1홈런, 5타점, 4도루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기록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눅이 들지 않고 자기플레이를 한다는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나 정형식은 지난해 11월 29일 타이완 타이중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결승전에서 역전 적시타를 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지금처럼 착실히 성장한다면 이영욱의 입대로 공백이 생긴 외야 주전자리를 넘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약 올 시즌 정형식이 깜짝 스타가 된다면 삼성은 2010년 오정복, 2011년 배영섭에 이어 새로운 외야 유망주를 배출하게 된다.
#SK=SK는 단연 우완 윤희상이다. 윤희상은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8시즌째인 2011 시즌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전까진 공은 빠르나 제구가 불안정한 투수로 꼽혔다. 그래서 줄곧 2군에 있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이 김성근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이 감독은 “2군 감독 시절 윤희상을 보며 ‘기회를 주면 뭔가 해낼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며 “언젠가 1군 감독이 되면 꼭 선발투수로 쓰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감독은 1군 사령탑이 되자마자 윤희상에게 선발기회를 제공했다. 윤희상의 진가는 포스트 시즌에서 발휘됐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KIA 에이스 윤석민과 맞대결을 펼쳐 승리했고,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다.
당시 일부에서 윤희상의 호투를 “우연” 혹은 “덜 알려진 투수라, 타자들이 정보가 없었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야구전문가는 윤희상의 호투가 올 시즌에도 이어지리라 전망한다.
속구 위력과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포크볼이 압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이 감독은 2012시즌 선발의 한 축을 윤희상에게 맡길 예정이다.
▲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뉴시스 |
롯데 양승호 감독이 “오랜만에 대타 기용할 맛이 난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은 것도 기회마다 손용석이 한방을 쳤기 때문이다.
사실 손용석은 2007년 이미 기회를 잡았었다. 그해 44경기 출전해 타율 3할4푼3리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어깨수술과 입대가 이어지며 4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손용석은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전망도 밝다. 롯데는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하며 1루 자리가 비었다. 양 감독은 박종윤과 기존 2루수였던 조성환을 1루수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만약 조성환이 1루수로 뛴다면 2루가 공석이 된다. 양 감독은 “손용석을 2루수로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어쨌거나 2012년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KIA=KIA에선 우완 한승혁을 주목하고 있다. 덕수고 출신의 한승혁은 2010 신인드래프트에서 KIA에 1순위로 지명됐다. 애초 미국 진출이 유력했지만, 팔꿈치가 좋지 않으면서 KIA에 입단했다. 프로 입문 후에도 타자 전향이 거론될 만큼 한승혁의 미래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KIA는 3, 4년 뒤를 내다보자는 생각으로 2010년 12월 한승혁에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제는 재활도 끝나고, 본격적인 투구훈련에 임하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한승혁을 보자마자 2005년 삼성에서 오승환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며 “잘 성장하면 오승환처럼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승혁의 강점은 안정적인 투구폼과 시속 150㎞를 상회하는 빠른 공이다. 선 감독은 “한승혁의 하체가 대단히 안정돼 있고 하체의 활용도도 높다”며 “상체로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선 감독은 “한승혁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한기주의 뒤를 잇는 강속구 투수가 또 한 명 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두산 코칭스태프는 좌완 선발자원이 부족한 팀 현실을 고려해 진야곱을 기용한다면 선발투수가 낫다는 생각이다.
#LG=LG는 포수 김태군이다. 23세의 김태군은 2008년부터 조인성의 백업포수로 뛰었다. 조인성의 팀 내 입지가 원체 단단해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발 출전은 고사하고, 아예 경기에 나가지도 못한 날이 수두룩했다. 지난 시즌도 대부분 경기 막판에 패전포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FA 조인성이 SK로 둥지를 바꾸며 김태군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특히나 LG는 마땅한 주전포수감이 없어 기존 백업포수였던 김태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김태군은 포수로서의 수비능력에 있어선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포구자세와 블로킹, 공배합 등은 “당장 주전포수가 돼도 무리가 없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송구와 타격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 김태군은 18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동안 단, 두 명의 주자만 잡았다. 도루저지율이 1할에 불과했다. 여기다 타율도 2할3푼4리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태군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송구와 타격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면 김태군은 만년 백업포수의 딱지를 뗄 수 있을 것이다.
▲ 일요신문 DB,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고교 시절 혹사로 어깨부상이 원인이었다지만, 단조로운 구종과 막중한 부담감이 문제였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현재 유창식이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연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난 시즌 부진이 좋은 자극제가 된 만큼 올 시즌부턴 이름값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만약 유창식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한다면 한화는 포스트 시즌 진출도 노릴 만하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박찬호, 김태균이 입단하며 한화의 전력이 급상승했다. 여기다 유창식이 류현진을 도와 선발투수로 뛰며 7, 8승만 거둔다면 한화의 전력은 더 상승할 것”이라며 “양훈, 안승민의 우완 선발투수진과 류현진, 유창식 좌완선발진의 조화가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고 말했다.
#넥센=넥센은 좌완 강윤구를 주시하고 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강윤구는 그해 45경기에 등판해 3승2패 평균자책 5.51를 기록했다. 데뷔 첫 선발 무대였던 2009년 6월 26일 KIA전에선 6이닝동안 6볼넷 8탈삼진으로 ‘6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이 “장원삼 이후 걸출한 좌완이 나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을 정도로 강윤구는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0년 9월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1년간 재활에 매달렸다. 강윤구의 재활이 길어지며 그의 재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2011시즌이 거의 끝나갈 즈음 1군에 복귀한 강윤구는 한층 세련된 투구로 3승1패 평균자책 2.14의 호투를 선보이며 코칭스태프의 기대가 헛된 바람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강윤구가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지난시즌 넥센 투수진은 ‘좌완 선발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도 그럴 게 지난 시즌 넥센 선발진은 브랜든 나이트, 문성현, 김수경, 김성태, 김영민 등 우완 일색이었다. 김 감독도 이를 알아선지 강윤구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