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2월 22일 LH 본부 경영지원부 소속의 김 아무개 차장을 금품수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현재 김 차장은 구속된 상태다.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충청권의 유력 건설사 B 사 대표 정 아무개 회장은 현재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상태서 조사를 받고 있다.
기자는 천안에 위치한 B 사의 관계자와 직접 만나 그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사건의 발단은 2007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B 사는 2007년 4월께 LH가 분양한 아산지역 상업용 부지를 대량으로 매입했다. KTX 천안·아산역 인근에 위치한 알짜배기 땅이었으며 주상복합상가를 건설할 목적으로 자그마치 238억 원을 들여 토지매입계약을 맺었다.
B 사는 1994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업체로 충청권에서는 꽤나 유명한 건설사로 알려졌다.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시공과 시행을 진행해왔으며 충청권에만 아파트 7000세대를 분양해왔다. B사로부터 도급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지역 업체들도 수두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2008년부터 국내 부동산 경기는 극도의 침체기로 들어섰다. 충청권을 대표한 유력건설사였던 B 사도 이러한 불경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B 사는 2009년께 238억 원 규모의 토지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B 사와 LH 인사 사이에 부정한 돈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차장은 LH 아산사업본부 보상팀에서 근무하며 토지계약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B 사 대표 정 회장과 관계를 맺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대규모 토지분양계약을 해지했는데 김 차장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대가로 2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자와 만난 B 사 관계자는 “당시 정 회장이 김 차장에게 2000만 원을 건넨 것은 맞다. 하지만 계약해지를 대가로 돈을 건넨 것은 아니다. 토지분양계약해지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우리도 그로 인해 손해를 많이 봤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우리가 돈을 건넨 것은 인사의 의미로 한 것이다. 정 회장 처남인 B 사 김 아무개 이사가 ‘김 차장이 이번 일로 수고를 해줬으니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며 정 회장에게 돈을 준비할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대가성보다는 인사의 의미가 강했다는 해명이었다. 어찌됐건 LH 소속의 김 차장이 계약관계에 있었던 외부업체의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B 사로부터 부정한 돈을 건네받은 김 차장은 훗날 본부로 자리를 옮겨가지만 B 사와의 인연은 지속했다. 김 차장은 정 회장에게 7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려줄 것을 요구한다. B 사 관계자는 “당시 김 차장은 정 회장에게 7억 원이라는 무리한 금액을 요구했다. 그 돈을 땅에 투자한다고 했다. 차용증까지 가지고 있다. 6개월만 쓴다고 했는데 돈을 결국 갚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 개인적인 투자명목으로 B 사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겨 갔지만 채무이행 약속을 안 지키고 B 사와 정 회장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결국 정 회장은 김 차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김 차장 월급에 대해 추심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훗날 김 차장이 일부 금액을 상환하는 등 여타 이유로 정 회장이 고소를 철회하지만 아직까지 김 차장은 빌려간 금액에 대해 채무를 불이행한 상태다.
B 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알고 보니 피해자가 더 많더라. 정 회장 말고도 김 차장은 여러 명에게 투자명목으로 돈을 꾸러 돌아다녔던 것 같다. 김 차장 월급을 차압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지난해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기 6개월 전 이미 LH로부터 ‘대기발령’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뇌물수수 이전에 ‘채무불이행’ 등 직무에 벗어난 범법행위로 인해 징계를 받은 상태였던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LH 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징계사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김 차장은 6개월 전 이미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상태다. 감사원으로부터 김 차장의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를 보고받았다. LH 본사 내부 감사실에서 추가적인 징계 감사를 진행한 뒤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답변했다.
현재 검찰은 김 차장이 빌린 7억 원에 대해서도 뇌물 성격이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못한 LH로서는 한 차장급 인사의 그릇된 행동으로 다시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뇌물’ 김 차장 되레 협박받기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차장은 되레 자신의 혐의로 인해 다른 이들로부터 협박을 받은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 김 차장을 협박한 사람은 다름 아닌 뇌물을 건네고 돈을 빌려준 B사 정 회장의 친동생 정 아무개 씨다.
자신의 친형 회사인 B 사와 김 차장과의 관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정 씨는 김 차장의 뇌물과 채무불이행 혐의를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
정 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김 차장에게 3억 5000만 원을 요구했고 김 차장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 5000만 원과 3억 원의 채무 공정증서를 받아 챙겼다. 현금 5000만 원은 자신의 내연녀 통장을 이용해 차명으로 받아냈다.
이러한 사실은 김 차장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B 사 측은 ‘개입 여부’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B 사와 정 회장은 그러한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정 회장은 그 얘기를 듣고 집안 망신이라며 김 차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까지 했다”라며 극구 부인했다. 현재 정 씨는 협박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으며 혐의에 관한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
‘MB 측근’ 방판칠 전 LH 감사 징역형
감사는 누가 감사?
방 전 감사는 감사 재직 시절인 2010년 3월께 토사납품업체 대표인 홍 아무개 씨를 만나 LH 발주사업인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토사 하도급 계약에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1억 2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그는 2009년 10월,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건설업자 윤 아무개 씨로부터 “LH 발주 공사현장 펜스 설치 공사권을 달라”는 청탁을 받고 25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2010년 4월에는 SK건설 토목부분 석 아무개 상무로부터 “LH서 발주하고 SK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편의를 봐달라”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1150만 원에 상당하는 금품과 미화 2000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혐의로 방 전 감사는 결국 지난 2011년 6월 경 검찰에 구속 기소 됐다. 재판을 맡은 인천지방법원 형사 12부(재판장 박이규)는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1심서 방 전 감사에 대해 뇌물수수의 대가성을 모두 인정해 징역 10년 및 벌금 2억 400만 원을 선고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