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추가징계, 불에 기름 붓는 행위…민주당 ‘젊은 수도권 지도부’ 반면 국민의힘 ‘나이든 영남’ 이게 비상상황”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 후 새 지도부 구성 방안을 주장했다.
“8월 26일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때 이준석 대표가 다른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안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 취지는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법원의 판단이 곧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받아들이자는 거다.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다음 최고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현 권성동 원내대표는 리더십과 명분, 동력을 상실한 상태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 새 원내대표는 지금도 일주일이면 뽑을 수 있다. 새 원내대표와 김용태 최고위원이 나머지 최고위원들을 전국위에서 보궐로 뽑으면 된다.”
―새 비대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남은 비대위원들을 데리고 본인이 비대위원장 직무대리가 돼 당헌·당규를 고쳐 다시 새로운 비대위를 만들고 있다. 법원 가처분 결정의 핵심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이고, 하자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자를 당헌·당규 개정 등 꼼수로 덮으려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바로 다시 가처분신청을 내지 않았느냐. 9월 14일 법원의 판단이 또 나온다. 또 다시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면 당만 진흙탕 싸움에 만신창이가 된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나 국정 어젠다는 사라진다. 속된 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국민의힘이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고, 국정 개혁 동력이다. 이것은 정도가 아니라 편법이고 꼼수다.”
―이준석 전 대표가 9월 4일 대구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등을 비판했다.
“듣긴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여권 지도부하고 완전 각을 세워서 법적 투쟁 상태에 있다. 내가 이 전 대표 입장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솔직히 이 전 대표 억울한 것도 많을 것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시선도 싸늘해지는 것 내가 알고 있다. 내가 답답한 건 왜 이런 식으로 상황이 펼쳐지느냐는 거다. 왜 정치인들이 정치를 못하고 법적으로 가느냐. 우리 당의 운명을 왜 법원에 맡기느냐. 우리 스스로 풀 수 있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그게 새로운 최고위 구성이다. 당 지도부가 비대위가 아닌 최고위로 가면 이 전 대표에게 정치적 공간이 열린다. 그 속에서 정치적으로 타결하는 게 국민의힘의 정치 방향이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 추가징계를 촉구하는 것은 당 내홍을 수습하겠다는 게 아니라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추가징계 하면 이 전 대표도 마찬가지로 이전투구식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갈등은 정치로 풀어야지, 징계나 사법수단 등을 동원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극적 타결을 하기에 현재 위치가 안 된다. 그 분을 위해서라도, 당과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권 원내대표는 이제 사퇴 결단을 하시는 게 좋겠다 조언드린다.”
―이번에 당내 문제에 입장을 밝힌 중진들이 그동안 너무 침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침묵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보이지 않게 중재 등 여러 노력 해왔다. 내부적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점 양해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자. 나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법원의 가처분 판단의 취지에 따르자는 순리적 주장을 하는데도, 일부에서는 우리 중진 의원들이 마치 당 내홍을 야기한 인물들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동안 중진 의원으로서 침묵한 것이 아니라, 가급적 갈등을 최소화할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힘써온 것이다.”
―초·재선 의원들이 중진 의원들을 공개비판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초·재선들을 ‘신윤핵관’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단 정당은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초·재선과 중진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헤아렸으면 좋겠다. 그분들도 당을 위한 충정에서 판단했겠지만, 우리에겐 경륜이라는 게 있다. 속된 말로 ‘짬밥수’다. 중진 의원들의 경륜·경험을 한 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이번 사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처럼 법적으로 끌고 가면 한도 끝도 없다. 당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정치적 타결을 해야 한다. 당이 직면한 문제 본질을 직시하고, 꼼수가 아닌 정도를 선택해야 한다. 법원이 내린 결정, 국민 상식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스스로 사퇴를 통해 당의 조속한 정상화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 아울러 비대위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기존 당헌·당규에 따라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 그가 당대표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하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치유해 나가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람 속에 못 들어가서 모르겠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본인이 사태를 수습한 다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겠다 말했기 때문에 대국민적 약속을 지킬 거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윤석열 정부는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현재 압도적 여소야대의 정국이다. 국정개혁 드라이브를 걸기엔 너무 거센 야당이 있다. 지극히 불리한 조건이다. 개혁을 뒷받침할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지지율 수치도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알고, 대한민국의 가치와 근간을 지키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국민께서 윤석열 정부의 진정성을 알아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시면 충분히 지지율을 반등시킬 거다. 믿고 성원해주시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의원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재명 지도부에 주목할 점은 일단 젊은 지도부다. 이재명 대표가 가장 나이가 많은데 50대 후반이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40세다. 또 하나 특색은 당대표부터 최고위원, 원내지도부 대다수가 수도권 국회의원이다. ‘젊고 역동적인 수도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의원들이 대다수다. 22대 총선이 되면 의석수 반이 한강유역을 낀 서울·경기·인천 중원 싸움이다. 민주당은 젊은 수도권 지도부를 완성해 임하는데, 국민의힘은 기존 젊은 지도부가 위축되고 나이든 영남권 인사들이 주축이 되면 너무 극적인 대비가 될 거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의힘의 비상상황이다.”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을 지역구로 둔 중진이다. 다음 총선에 수도권 구심 역할을 할 수 있나.
“수도권 의원으로서 수도권 정서와 절박함을 당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전달할 수밖에 없다. 권성동 원내대표 문제도 수도권 민심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위해, 수도권 전략과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이를 짜고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
―최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나는 기본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윤리가 잘못됐다고 본다. 한국 현행법이 불법 촬영은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불법녹음은 왜 허용하느냐. 녹음도 상대 동의를 받고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테제에서 시작한다. 다만 아예 녹음이 안 되는 게 아니라 현실생활에 녹음이 필요한 경우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범죄나 직접적 위협 등 상황이다. 통비법 관련 세미나를 열어 여러 의견을 듣고 수정안을 낼 계획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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