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차관 중에서 고졸 출신은 최근 차관으로 승진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이 유일하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성남 천막촌을 전전할 정도로 가난했던 김 차관은 덕수상고 재학 중에 신탁은행에 입사했다. 김 차관은 은행 합숙소 쓰레기장에 버려진 고시 잡지를 주워 읽은 뒤 공부에 매달려 1982년 행정·입법고시에 동시 합격, 관가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을 거쳐 기획 아이디어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차관은 행시 26회로 재정부 1급들보다 후배다.
이명박 정부에 비해 노무현 정부에서는 고졸 출신 차관들이 제법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김원기 전 청와대 인사수석(차관급)이다. 광주고 졸업 후 9급으로 관가에 들어온 뒤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내무부의 꽃이라 불리는 행정과장을 거쳤다. 이후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을 거쳐 노무현 정부의 인사수석으로 발탁됐다.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은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은행에 다니다 행정고시(21회)로 공직에 들어왔다. 김동연 차관의 직계 선배인 셈이다. 고졸 출신이지만 재정경제원과 기획예산처 등을 두루 거쳤으며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기우 교육부 전 차관은 ‘삼일절 골프’로 낙마하기는 했지만 부산고를 나와 9급 공무원을 거쳐 교육부 기획관리실장(1급)까지 승진, 교육부에서 신화적인 인물로 꼽혔다. 이후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맡은 뒤 교육부 차관을 거쳤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차관급) 역시 고졸 신화를 이룬 사람이었다. 조 전 청장은 보은농고를 졸업한 뒤 산림청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공직생활을 하다 기술고시에 합격해 화제가 됐다. 이러한 고졸 신화가 공직 사회에서도 많이 써져야만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