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닌 필연은 ‘범죄’
미래의 우발적인 사고 발생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보험보다 더 좋은 로또는 없다. 적은 보험료를 내고 거액을 보험금을 확실히 탈 수 있으니, 로또보다 더 확실하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할 것을 미리 알고 있거나, 발생하도록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보험사기다. 보험의 전제조건인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보험은 성립할 수 없다.
최근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언론보도가 넘쳐난다. 불법 유턴하던 차량에 고의로 부딪쳐 접촉사고를 낸 뒤 위장 입원해 보험금 타낸다든지, 휴대폰을 일부러 버리거나 팔아버리고 분실했다고 휴대폰분실보험 보험금을 청구한다든지, 과거에 다쳤거나 질병이 있던 것을 보험가입 이후에 발생했다고 속인다든지, 홀인원보험을 들어 놓고 캐디와 짜고 홀인원시켰다고 보험금을 타낸다든지,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과잉수리, 과다청구, 병원에서의 과잉치료 등등 보험사기는 자동차보험뿐만 아니라 모든 보험상품에서 광범위한 유형으로 다양하게 벌어질 수 있다.
지난 연말 드러난 ‘태백시 보험사기 사건’은 모럴해저드의 심각성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 사건으로 입건된 사람만 600명에 육박하는데, 태백시 주민이 4만 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 주민의 1% 이상이 가담한 셈으로 총 피해액은 150억 원이 넘는다. 태백시에서는 ‘못 타먹은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전남 순천에서는 병원과 공모해 보험사기를 벌인 경우도 있다. 순천지역 20~30대의 젊은이들이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 특정 병원에서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고 반복 입원으로 보험금을 지급 받아 생활하고, 사채업자·지역폭력배·유흥업소 업주들이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다방·유흥업소 여종업원 및 도박자금 채무자들을 보험에 가입시켜 고의로 무릎을 수술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아 채권을 회수한 사례도 있다.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 2006년 1780억 원에서 2007년 2045억, 2008년 2548억, 2009년 3304억, 2010년 3467억 원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보험사기 피해액은 2조 원을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보험사의 고유 임무 중 하나는 이러한 모럴해저드를 막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보험사기가 만연되도록 보험사가 무엇을 하였는가 묻고 싶다. 보험사들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자기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러한 역선택을 막지 못하면 보험금이 쓸데없이 과다하게 지급되고, 그러면 손해율이 올라가 보험료에 그대로 반영되어 보험료가 올라가니 결국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더 나쁜 경우는 분명히 선량한 피해자인데 보험 사기범으로 몰아 보험금을 깎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보험사기를 못 막는 것은 보험사의 책임도 있는데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전가시키거나, 선량한 피해자를 보험 사기범으로 몰아 두 번 울리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큰 문제다.
소비자들도 보험사기는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만든 가장 합리적인 경제제도가 보험이라 하는데, 보험사기는 이러한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보험의 악의 축이다. 이를 막아야 할 책임은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www.kfc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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