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1] 최근 검찰은 BW 발행과 관련해 발행사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증권사 임직원들을 구속했다. 투자 위험이 높은 회사인 줄 알면서도 기관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이를 통해 개인들을 유인한 후 기관들의 보유 물량을 시장에 내다파는 방식으로 발행사와 기관의 이익을 챙겨준 혐의다.
[사건#2]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2월 말 1200억 원 규모의 웅진에너지 BW를 발행했다. 그런데 발행 후 채 열흘도 되지 않아 대규모 공급계약 해지 공시가 나왔다. 웅진에너지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BW 투자자들은 신수인수권 옵션을 행사할 기회에서 더 멀어졌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증권가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arrant),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등 주식연계채권 관련 사건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개미투자자 피해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증시 관계자들은 “BW나 CB는 기본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회사들이 발행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BW와 CB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도 어렵고, 채권발행이나 주식발행조차도 쉽지 않은 기업들이 발행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3자배정 증자보다도 BW, CB가 낫다. 채권이자에다 주식 시세차익 기회까지 제공하는 특성 때문이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해서 시세차익을 얻거나, 채권이자만 얻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선택형 상품이다. 따라서 주가가 부진해도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채권 관련 이자를 얻을 수 있다.
이와 비교해 BW는 채권이자는 채권이자대로 지급하고, 덤으로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Warrant)까지 붙은 채권이다. 신주인수권은 주가가 불리할 경우 행사하지 않으면 그뿐이니 역시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채권이자는 챙길 수 있다. 언뜻 보기에 꽤 괜찮아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같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하는 회사는 채권이나 주식 발행조차도 쉽지 않은 곳들이다. 쉽게 말해 망할 수 있는 확률이 일반 기업보다 높다. 특히 CB나 BW로 조달한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빚 갚는 데 쓴다면 더욱 그렇다. BW, CB 발행은 사채시장으로 가기 바로 전 단계라고 이해하면 쉽다.
채권이자 수준도 그리 짭짤하지는 않다. 특히 BW는 워런트, 즉 권리 값 때문에 이자가 더 낮다. 지난 12월 발행된 웅진에너지 BW를 2013년 12월 19일 조기상환 청구할 경우 받는 돈은 원금의 104.1428%에 불과하다. 이자소득세를 제외하면 연 4%도 안 된다. 이러다 보니 BW나 CB에 투자하는 개인들을 보면 대부분 주식관련 권리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발행기업의 내용이 좋아질 경우 주식부분에서는 대박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옛 LG카드, 기아차 BW는 대표적인 대박 사례다.
BW에 붙은 주식 관련 옵션은 보통 따로 분리돼 시장에서 거래되는데, 투자의 ‘맛’이 있기도 하다. 현재 1주당 5000원짜리 주식을 4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 즉 신주인수권이나 전환권 행사주가가 4000원인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 옵션의 가격은 이론적으로 차익 폭인 1000원 미만이다.
투자차액만 거래되므로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게 특징이다. 1000원짜리 옵션을 샀는데, 주가가 5000원에서 1만원으로 5000원 오른다면 주당 6000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6배 수익이 난 것이다. 보통주를 샀다면 5000원에서 1만 원으로 주가가 올라도 수익은 2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같은 대박은 어려웠던 기업이 정상화에 성공하는 ‘턴어라운드’(Turn Around)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확률이 낮다는 뜻이다.
BW나 CB는 ‘검은 거래’에도 종종 사용된다. 주식으로의 전환가격을 활용한 ‘꼼수’다. 가장 먼저 ‘꺾기’다. 발행사가 투자자로부터 주식옵션을 되사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채권이자+주식옵션 매각차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럼 발행사는 왜 되살까. 향후 주가가 오르면 권리행사에 따른 비용부담이 줄어든다. 주가가 올라 신주인수권 행사가 늘면 회사는 주가와 전환가격의 차이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예를 적용하면 주당 6000원의 비용이다. 최대주주가 이를 되산다면 주가 반등을 염두에 두고 싼값에 지분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 문제는 주가가 떨어지면 권리를 사들인 쪽이 손해를 본다. 발행사가 권리를 사들였다면 BW로 실제 조달한 자금의 규모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있다. 조달한 자금에서 옵션비용만큼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더 심한 불법수준의 꼼수도 있다. 부실 기업의 대주주가 회사 자금을 빼돌리려는 경우다. 대주주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위장회사를 세우고 이를 통해 BW를 인수한다. 인수 후 권리를 따로 떼 발행사 측에 판다. 그리고 1년 후 조기상환권을 행사해 원금과 이자를 챙긴다. 대주주는 ‘권리매각대금+원리금’을 챙길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BW 이자상환+옵션인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만큼의 회사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주식을 빌려 팔고, 다시 싼값에 주식을 사서 갚는 공매도를 활용하는 투자기법들도 있다. BW 발행 전 공매도나 악성 재료를 흘려 주가를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전환가격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BW 인수자의 주식차익 기회가 확대된다. 예를 들어 최근 3개월 평균주가가 1만 원인 종목이 있다고 치자. BW 발행을 통해 약 10%의 주식이 추가 발행될 수 있다. 이 경우 주가 희석을 감안한 적정 전환가가 9000원이라면, BW 전환가를 정하는 기간 중 공매도나 루머 배포를 통해 주가를 8000원까지 떨어뜨린다. 이로써 전환가격이 8500원이 됐다면 BW 인수자 입장에서는 주당 500원만큼의 차익이 더 가능해진 셈이 된다.
‘황금 BW’라는 것도 있다. 전환조건을 BW 투자자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만든 것으로, 예를 들면 감자 시에도 전환가격은 조정하지 않는 방법이다. 보통 감자비율과 같은 수준으로 전환가도 조정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게 되면 감자비율만큼의 차익이 가능하다. 전환가격 9000원에 현 주가 1만 원인 주식이 10 대 1 감자로 10만 원이 됐는데, 전환가는 여전히 9000원에 머물면 주당 9만 1000원의 차익이 가능하다.
이처럼 위험한 상품을 증권사들은 꽤 좋아한다. 먼저 당장 발행주간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있다. 웅진에너지 발행을 주간한 우리투자증권은 발행금액의 1.5%를 수수료로 받았다. 일반 회사채의 발행수수료률 0.5~1%보다 훨씬 높다. 둘째 증권사에겐 위험이 별로 없다. 보통 발행주간사가 총액으로 인수한 BW는 기관투자자와 개인들에게 다시 팔린다.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은 수익대로 거두고, 위험은 다른 이들에게 넘긴 셈이다. 그나마 기관들의 경우 주가하락을 우려한 발행사와 거래를 통해 되레 이익을 보거나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지만, 개인들은 그럴 방법이 거의 없다.
2012년 새해는 경기상황이 불투명하고, 이에 따라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BW나 CB발행도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BW·CB가 높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