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한 사례를 하나 보자. 황당해 씨(가명)는 1990년 노후연금준비를 위해 지방생명보험사인 대구생명(1988년 3년 8일 설립)에 고액의 배당금을 예시한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는 배당금지급 조건에 대한 설명 없이 예시된 배당금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였고, 상품가입설계서상에도 예시한 배당금액에 대한 다른 조건이 없었다.
이후 대구생명은 1993년 5월 1일 조선생명으로 회사명이 변경되어 황 씨는 보험증권을 재발급 받았다. 조선생명은 다시 2000년 2월 한국생명과 함께 현대생명으로 흡수·통합되면서 다시 현대생명 증권을 재발급 받았다. 이후 2개월 만인 2000년 4월 13일 대한생명으로 계약이 인수돼 다섯 번이나 다른 회사 명의의 보험증권을 재발급 받아야 했다.
황 씨는 지난 2005년, 가입 당시 예시 받았던 노후연금을 수령하러 대한생명을 방문했으나, 예시된 배당금은 거의 없고 예시금액의 4분의 1에 불과한 기본연금만 지급받았다. 대한생명은 판매 당시 상황을 알 수 없고, 만일 황 씨 주장대로 대구생명의 가입설계서가 잘못되어 있고, 설계사가 황 씨의 주장대로 설명했다손 치더라도 대한생명으로선 여러 단계를 거쳐 대구생명의 보험계약상의 자산과 부채만 인수하였기 때문에 판매 당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상품은 비교적 단기성이라 회사가 바뀌어도 별반 영향이 없지만 생명보험사는 그렇지 않다. 생명보험은 장기성으로, 가입 당시의 상황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자필서명 여부,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 여부, 판매 당시 보험설계사가 제시했던 안내자료 등 증거자료는 대부분 가입시점의 문제다.
가입 이후 상품을 판매한 보험설계사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보험회사가 없어진다면 더더욱 보험회사의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계약이 이전되어 새로운 보험회사가 계약을 관리해 준다고 하지만 인수 이전에 발생했던 문제, 특히 그게 불법적이라면 책임져 줄 리 만무다. 또한 자사가 판매한 계약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서자’(庶子)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보험은 기간이 10년, 20년, 아니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사를 고를 때는 그 회사가 평생토록 존재하여 안전하게 보험금을 줄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안전성, 건전성, 수익성이 높은 회사가 좋다. 가장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는 은행의 BIS비율과 비슷한,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가장 좋은 회사. 즉 ‘지급여력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를 택하면 된다.
평생을 함께하는 배우자를 고르는 것만이 어려운 게 아니다. 보험사도 배우자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요모조모 살펴봐야 한다. 내 자식 같은 보험이 서자 취급 받지 않으려면….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