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70분 52부작’ 긴 시청 시간 오히려 장점…중동·동남아·중남미 캔디형 주인공 등장 막장 장르 열광
지금껏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글로벌 흥행을 거둔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미니시리즈였다. 넷플리스 오리지널 드라마도 역시 미니시리즈 형식이었다. 그런데 무려 52부작이나 되는 주말연속극이 이례적으로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회당 70분 편성 50부작 위주의 주말연속극은 접근성이 떨어져 OTT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는데 그 한계를 넘어선 ‘신사와 아가씨’에게는 이 부분이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다. 회당 70분 안팎으로 52부작이니 이를 모두 시청하면 시청시간이 무려 3600여 시간으로 분량 자체가 압도적이다. 1100여 시간에 불과한 회당 70분 16부작 미니시리즈의 3배를 훌쩍 넘는다. 그러다 보니 2022년 넷플릭스 TV 쇼 부문 톱100 순위에서도 38위에 올라 있다. 넷플릭스에 글로벌 공개된 날짜가 8월 19일이니 30여 일 만에 이룬 성과다. 반면 ‘수리남’은 64위다.
물론 국내에서는 대박이 난 드라마다. 2021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52부작으로 방송되며 최고 시청률 38.2%(닐슨코리아 제공)로 꾸준히 30%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국내 TV에서 고정 시청자 층이 확보된 주말연속극과 일일드라마는 늘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그런데 정작 넷플릭스는 ‘신사와 아가씨’를 국내에 서비스하지 않는다. 이미 국내에선 OTT 웨이브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성적은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232개국에서 올린 성과다.
평균적으로 일일드라마는 10%대 중후반, 주말연속극은 20~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OTT 시장에선 그리 주목받지 못해왔다. 게다가 상당수가 막장드라마 코드를 갖고 있어 OTT 시장을 주도하는 젊은 층에게 외면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신사와 아가씨’ 역시 막장 요소를 대거 포함하고 있다. 재벌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를 기본으로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 시한부 선고 등 막장 요소를 풍성하게(?)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사와 아가씨’는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K드라마가 강세인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공개되면 바로 상위권에 오르는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당 70분 편성 52부작 드라마라 자연스레 시청시간도 늘어나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가부장제 사회인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는 캔디형 여자 주인공에 매우 열광하는 분위기다. 중남미에선 일일연속극인 '텔레노벨라'를 통해 막장 장르가 오랜 기간 큰 인기를 얻어 온 터라 K 막장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신사와 아가씨’의 글로벌 흥행은 한국 막장 드라마도 한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분명히 입증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는 7월 15일 막장 요소의 한국 드라마 ‘블랙의 신부’를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한 바 있다. 비록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지만 넷플릭스도 한국 막장 드라마를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사와 아가씨’를 계기로 높은 TV 시청률과 달리 OTT 시장에서 외면 받던 한국 일일드라마와 주말연속극도 서서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나가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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