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점으로 재외국민 대상 서비스 개척…미국 중국 인도 시장 공략 준비 중
라이프시맨틱스는 개인건강기록을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이다. 개인건강기록 상용화 플랫폼 ‘라이프 레코드’로 기반으로 의료데이터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KB손해보험, 바디프렌드 등 헬스케어 분야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과 협력해 서비스 구축과 유지 보수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학연 컨소시엄을 꾸려 2015년 개인건강기록(PHR) 플랫폼 사업단을 출범했을 때 라이프시맨틱스의 송승재 대표가 사업단장을 맡기도 했다.
이규정 재무이사는 “업력이 3년도 안 된 회사가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 분당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 중요 상급 종합병원과 네이버, 마크로젠 등 산업계, 서울대 등 학계를 포함한 대규모 산학연 컨소시엄에서 주관기업을 맡았다. 송승재 대표가 개인건강기록과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설립 초기부터 인식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 레코드’ 플랫폼을 계속 고도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비대면 진료서비스가 라이프시맨틱스의 주력 사업이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이 변곡점이 됐다. 2020년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다. 이규정 이사는 “대면 의료가 담당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겠다고 판단했다. 비대면 진료가 필수적인 시점이라고 느껴 상당한 개발 인력을 투입해 단기간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인 닥터콜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범사업조차 현실화하기 쉽지 않았다.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시선을 해외로 돌렸다. 재외국민들은 현지에서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더욱 애를 먹고 있었다. 해외 병원의 경우 진료비가 비싸거나 예약이 힘들고,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다 신뢰성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라이스시맨틱스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재외국민의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먼저 접근하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효용성을 증명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처음 개척하는 시장이었던 데다 동네 의원의 ‘파이’를 침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한결 덜했다. 라이프시맨틱스가 닥터콜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건 2020년 4월. 샌드박스 승인은 6월 25일에 이뤄졌다.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산자부와 샌드박스 심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린 덕분이었다.
다만 첫 진료가 이뤄지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일이 소요됐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했던 탓이다. 현지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어도 한국 의사와 비대면 진료 솔루션을 통해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게 불법인 곳도 있었다. 해외 부처와 일일이 협의해야 했고 제일 중요한 약 배송 문제도 풀어야 했다. 오랜 시간 꼼꼼한 준비 덕에 현재까지 오진이나 약배송 오류 등의 사고가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 라이프시맨틱스의 설명이다.
닥터콜 서비스의 재이용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70%에 육박한다. 다만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특성 상 정확한 진료가 불가능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규정 이사는 “한계가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저희에게는 데이터가 있다. 의료 데이터 사업을 운용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고 질병관리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환자 동의 하에 환자의 건강 데이터도 받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기존 건강 데이터와 결합하면 진료의 정밀성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현재 임상 단계인 디지털 치료제(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도 기다리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가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제로는 호흡기 질환자들의 운동재활을 도와주는 ‘레드필 숨튼’과 암 환자들의 예후관리를 돕는 ‘레드필 케어’가 있다. 호흡기 질환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는 승인을 받게 되면 라이프시맨틱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셈이다. 디지털 치료제를 비대면 의료 서비스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향후 글로벌 디지털 헬스시장은 연평균 18.8%씩 성장하여 2027년에는 66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프시맨틱스 역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현재 미국와 중국, 인도 시장을 목표로 해외진출을 위해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을 같이 진행할 파트너사와 병원, 라이프시맨틱스의 제품을 현지에 유통할 유통사도 찾고 있다.
이규정 이사는 “지금 물밑에서 빠르게 준비 중이다. 최근 보스턴에서 열린 디지털 치료제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제약사 임원들과 컨택하며 네트워크 구축도 시작했다. 머잖아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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