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이 떠난 충북 충주시의 산골짜기 끝자락. 길게 펼쳐진 정원을 따라 가득한 야생화를 가꾸며 사는 심옥경 씨(60)의 정원에는 300여 종의 야생화가 피어있다. 과꽃, 꿩의비름, 곰취꽃 등 가을을 알리는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야생화를 좋아하던 심옥경 씨는 자신만의 정원을 갖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다. 남편 최재경 씨(67)의 퇴직과 동시에 귀촌을 결심하고 부부는 꿈을 이루었다.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시골살이와 정원의 시작은 우여곡절도 많았다. 경사진 땅은 비가 오면 흙이 쓸려 내려가기 일쑤였다. 황무지에 꽃을 심으며 손수 정원을 만든 지 어느덧 9년 차. 소박하지만 풍성한 야생화정원은 심옥경 씨를 닮았다.
기다림 끝에 예쁘게 피어나는 것은 꽃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꽃을 가꾸듯 하루하루를 가꾸며 살아가는 부부의 황혼 정원을 만나본다.
아침마다 기대를 품고 정원으로 나선다는 심옥경 씨. 꽃들 틈 사이로 못 보던 작은 꽃이 피어있다. 야생화정원은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단다. 야생화는 계절마다 피는 시기가 달라서 사계절, 그리고 하루하루 새로운 꽃을 만날 수 있다.
덕분에 매일 400평 규모의 정원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심옥경 씨. 야생화들이 땅에 자리 잡기까지 그녀의 노력과 정성은 거름이 되었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은 피어났다. 그렇게 심옥경 씨의 정원은 야생화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이 되었다.
홀로 정원을 가꾸는 일은 고된 육체적 노동이지만 오히려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야생화는 강해서 자리만 잡으면 해마다 꽃을 피워내요. 사람도 한 걸음씩 최선을 다하면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심옥경 씨가 아름답게 가꾼 정원은 남편 최재경 씨에게 특별하다. 정원을 거니는 일이 그에게 하루의 중요한 일과이기 때문이다. 근무력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최재경 씨. 불편한 몸으로 인해 정원 일을 도와줄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아내의 정원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다.
꽃을 보며 배우고 느낀 생각들을 나누고 싶었던 최재경 씨. 매일 아침 한 편의 시를 골라 해석과 감상평을 함께 써서 아내와 주변 지인들에게 전한다. 지금까지 보낸 시만 무려 1500편. 아내가 가꾼 정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고 최재경 씨가 보낸 시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
자연 가까이에서 삶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운 부부의 삶도 더 깊고 풍성해져 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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