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권 달려 김기현·안철수·유승민 등 물밑경쟁…전대 늦춰진다면 권영세·원희룡 등 내각 인사도 기회
#자고나면 손들고 나온다
원내에서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당권 주자로서 일찌감치 몸을 풀었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이미 지난여름부터 전남·대구·서울·제주·경기·부산 등을 오가는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당원 특강과 간담회 일정을 가져왔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를 했던 김 의원은 이를 앞세워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권주자들 가운데 당심에서 비교우위에 서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울산시장을 지냈고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도 보수층이 밀집한 영남권이어서 이 부분도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바쁘다. 안 의원은 9월부터 국민의힘 당원들이 가장 많은 대구·경북(TK) 지역을 집중 공략하면서 집권여당 텃밭부터 공을 들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지만, 아무래도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에서는 자신이 여전히 낯설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윤상현 조경태 의원 역시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아직 말을 아끼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전국을 다니며 표밭갈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집권여당 투톱인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도 입을 떼지는 않고 있지만 당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정 비대위원장이 10월 13일 대구를 찾아 비대위 출범 후 첫 현장 회의를 가졌다. 이를 두고 차기 당권을 노리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위원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새 각오로 심기일전해서 새로 변하기 위해 보수의 중심 대구·경북에서 첫 현장 비대위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대구·경북은 우리 당의 뿌리이자 심장이다. 위기마다 대구·경북은 우리 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다”고 말하면서 TK를 한껏 치켜세웠다.
지난해 6월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겨뤘다가 고배를 마신 주호영 원내대표가 또다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내 후보 중 TK 출신이 없는데, TK 의원들이 뭉쳐준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지도부 직함이 없지만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윤핵관’ 유니폼을 입고 경선 경기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내대표직 수행 과정에서 생채기가 많이 났지만, 윤 대통령과의 의사소통에서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기본 점수를 얻고 있다.
원외에서는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이 확실한 후보군으로 올라섰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다. 나 전 의원은 높은 인지도에다 윤 대통령과의 소통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당대표 선거를 향한 예열 모드에 이미 들어가 있다.
전당대회가 내년 1·2월이 아닌 그 이후로 늦춰진다면 윤석열 정부 내각에서 도전자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경쟁률 왜 이리 높아지나
한 자리가 아닌 두 자릿수 경쟁률로까지 흘러갈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새 당대표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 임기 2년의 새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가지면서 당을 장악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자신의 세력을 심을 수 있으면서 차기 대선 국면에서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전례만 봐도 이는 확실히 증명된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이끌던 친이계로부터 이른바 ‘친박 학살’을 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 임기 동안 절치부심했다. 그리고는 2011년 말 당의 위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에 등극, 칼자루를 쥐자마자 ‘친이 학살’에 나선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은 2012년 봄 19대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를 대거 공천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친이계를 사실상 와해시키고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 25% 컷오프룰은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원칙”이라고 선언하면서 물갈이 명분을 만든 뒤, 현역 의원 47%가량을 대폭 공천 물갈이하는 방법으로 당을 확실히 장악했다.
그 해 총선에서 152석으로 국회 과반을 획득한 박근혜 비대위 체제의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압도적 표 차이로 박 위원장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의 청와대 행까지 성공시켰다.
현행 국민의힘 내부 규정상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조항이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선 후보가 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 당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번에 뽑히는 새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 뒤 2027년 대선까지는 충분히 시간이 남아 있다. 따라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서도 여러모로 유리하다.
이를 의식한 듯 차기 대권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당대표 선거에 훈수를 두고 있다. 홍 시장은 10월 11일 자신의 SNS에 “제대로 된 당대표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배신 경력 있는 사람은 가라. 이미지 정치인은 더 이상 나오지 마라. 소신 없는 수양버들은 가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 현재 당권 주자 일부를 싸잡아 비판한 언급이라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같은 법조인 출신인 김기현 의원을 은근슬쩍 미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김기현 의원은 “대권 나갈 사람은 당대표가 되면 안된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다자구도 속 초반판세는
다자구도로 경쟁 구조가 형성되자 당내부 조직 대결이 아닌 인지도 싸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후보가 절대 유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후보군 가운데 가장 대중 인지도가 높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안철수 후보는 이러한 관측에 편승한 듯 다자구도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그는 10월 11일 SNS를 통해 “저는 유승민, 나경원 두 분 모두 출마하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가 등장했던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당원 다수의 표심보다는 인지도에 편승한 대중 동원력이 승부를 좌우했다. 이 전 대표가 당원들 내부의 ‘젊은 후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송 출연 및 SNS에서 쌓은 인지도에 힘입어 당대표를 거머쥔 것이다.
현재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결정되는 당대표 선거룰이 있어 당심 장악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준석 전 대표 사례로 볼 때 일반 여론민심이 당심까지 잡아먹는 기류가 점차 강해지는 걸로 당내에서 보고 있다.
#윤심이 핵심? 한동훈까지?
여러 주장이 난무하지만 “결국 윤심이 핵심 아니냐”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대통령 임기 초반의 집권여당 당대표라는 점, 2024년 총선에서 이겨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마무리된다는 의미에서 윤 대통령과의 ‘원팀 구성 능력’이 당대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윤’으로 꼽히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이나 권성동 전 원내대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 최근 친윤으로 돌아섰다고 평가받는 윤상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다소 유리한 자리에 서있다는 게 정치권의 유력 해석이다.
‘친윤 당선’의 연장선에서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까지 나온다. 지금 거명되는 후보들 가운데는 진정한 친윤이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동훈 차출설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전당대회 시기가 유동적이어서 한 장관이 장관직을 박차고 나가 집권여당에 입당한 뒤 전당대회를 준비할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준비가 충분하고 당원·일반 여론에 특별한 거부감이 형성되지 않는 후보라는 ‘기본 조건’만 충족된다면, 결국 윤심이 미는 후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61표를 얻었는데(경쟁자 이용호 의원 42표) 이 점만 놓고 볼 때 국민의힘 의원 과반 이상은 ‘묻지마 친윤’으로 볼 수 있다. 친윤이 결집하면 친윤이 낙점한 후보가 당대표에 등극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의 전망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위협이 가중되고 북·중·러 북방협력이 공고화 되는가 하면 경제를 안보와 연계시키는 살벌한 국제정세가 가시화하고 있어 국력 결집을 부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방곡선을 끝내고 상승세로 갈 것이다. 불안이 계속되는 외부 환경은 대통령 중심의 역량 결집을 요구하고 있어 집권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 또한 커질 것이다. 전당대회까지 이 같은 시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윤심의 선택이 차기 당대표 선출에서 결정적 열쇠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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