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선언'에 대한 조직적인 악평이 존재한다는 것은 당시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됐다. 여름시즌에 맞춰 한국 대작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상황에서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헌트'에 투자한 한 회사가 자신의 투자를 거절한 '비상선언'에 악감정을 갖고 조직적인 역바이럴을 이끌어 흥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유명 영화평론가 A 씨다. A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역바이럴 의혹을 처음 폭로하며 이 회사 관계자들이 영화 커뮤니티를 장악해 악평의 배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내 대형 영화 커뮤니티로 업계에서도 유명했던 '익스트림무비' 운영진들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으며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여기서 지목된 역바이럴 업체는 마케팅 전문업체 바이포엠 스튜디오다. 실제로 이곳은 '비상선언'과 비슷한 시기 개봉한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헌트' 등 세 작품에 모두 투자를 한 상태였고, 영화계 진출 전에는 이른바 '음원 사재기' 이슈에서도 거론됐던 업체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역바이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바이포엠 스튜디오 측은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영화평론가 A 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10월 4일 고소했다. 이들은 “A 씨가 개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계정을 통해 당사에 대한 무분별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사의 대표 및 직원들에 대한 인격모독성 게시물을 올리고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다만 A 씨의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동의 의사를 밝힌 영화계 관계자에 대해 추가 고소할 의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역바이럴의 실체가 확인되고, 또 이것이 '비상선언'의 흥행 실패로 이어진 것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역바이럴 마케팅에 참여한 이들에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과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은 인터넷 홍보업체에서 근무하면서 경쟁업체에 대한 허위사실로 역바이럴 마케팅 글을 수차례 올린 직원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경쟁업체를 실제로 방문하거나 경쟁업체의 상품 및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부정적인 리뷰를 써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블로그나 SNS(소셜미디어) 등 개인 계정을 통한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 또는 해당 업체가 속해있는 분야의 커뮤니티에 이 같은 역바이럴 글을 올려 평점이나 여론을 조작했을 경우엔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본다.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의 업무인 '소비자의 정확한 평가를 반영해야 할 업무'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문제의 역바이럴을 진행한 이들이 영화 흥행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 집단의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 동시에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직원 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다는 점이 먼저 확인돼야 혐의를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허위 정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명백히 입증할 수 있지만 영화 실제 관람평의 경우는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보다는 '유령 아이디'를 통한 포털 사이트 평점 조작 같은 실체적인 증거가 혐의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