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모임인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 창립대회가 열렸다. 정해훈 공동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나철수’는 나눔과 삶, 미래에 대한 꿈이라는 안 원장의 뜻을 오래전부터 공감한 개인들의 자발적 모임”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나철수’의 정치권 진출을 향한 의지는 여전히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철수’ 창립식에서 자신을 보수신문 기자 출신이라 밝힌 한 노신사가 “‘나철수’를 정당화시키자”는 제안을 하자 정 대표는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안 원장과 나철수가 충돌하고 있다. 아직 정치에 참여할 의사조차 표명하지 않고 있는 안철수 원장과,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름 등록부터 하려는 팬클럽 ‘나철수’ 사이에 때 아닌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나철수 창립식 전날 안 원장 최측근인 강인철 변호사는 “‘나철수’는 안 원장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확실히 선을 그은 바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지난 1월 3일 오후 3시 20분쯤 나와 안 원장 그리고 박경철 안동신세계종합병원장이 만나 5시 20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정치적 교감을 나누었다”고 반박하며 ‘안심’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 뒤 안철수 연구소 측은 “지난 1월 초에 조순 전 대표가 안 원장을 초대해서 안 원장이 찾아갔는데 그 자리에 정 대표가 있어서 명함만 준 것뿐”이라고 재반박하며 양측의 의미 있는 만남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 안철수 원장. |
또한 정 대표는 “안 원장과 직접적인 연락을 해 봤느냐”는 기자의 또 다른 질문에 대해 “비록 회신이지만 안 원장에게서 이메일이 두 번 온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덧붙여 “안 원장과 직접 연결되는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며 안 원장과의 ‘남다른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1월 3일 모임장소와 이메일 교환 등에 대해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볼 때 일단 ‘나철수’가 안 원장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계속 양측의 교감과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만일 안 원장이 정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다면 모임은 소멸되는 것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아니다. ‘나철수’를 정당으로 발전시킬 것이다”라며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또한 정 대표는 “안 원장은 분명 정치를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는 미련한 사람”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번 진실공방은 안 원장이 배 밭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원장의 정치적 행보가 초미의 관심인 상황에서 팬클럽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가진 것 자체가 ‘정치적 활동’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치경력이 많은 정 대표로서는 안 원장과 만남을 가진 뒤 ‘이심전심’으로 향후의 정치적 역할에 대해 고민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안 원장 측이 만남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도 “안 원장 밑에 있는 실무자들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안철수 본인은 여전히 나철수를 지지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나철수’ 논란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과 교수는 “‘나철수’라는 단체는 나이 많은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 팬클럽들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또한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철수라는 개인의 높은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이 계속 애매모호한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경우 앞으로도 제2, 제3의 ‘나철수’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박영준 인턴기자 pyj8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