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카카오뱅크 초기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예대율…토스뱅크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
토스뱅크는 올해 상반기 매출 2418억 원, 순손실 1235억 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5000%가 넘는다. 라이벌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2017년 출범 첫 해 각각 838억 원, 1045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토스뱅크의 적자폭은 케이뱅크·카카오뱅크보다 더 큰 셈이다. 더구나 토스뱅크는 후발주자라는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의 앞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토스뱅크의 예대율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예대율은 대출금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통상적으로 예대율이 80% 수준을 유지하면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예대율이 낮으면 예금액 대비 대출액이 적은 것이고, 이에 따라 대출 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여신액은 4조 2940억 원, 총수신액은 28조 4787억 원이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토스뱅크의 예대율은 15.08%에 불과했다. 토스뱅크가 아직 출범 초기인 만큼 다른 시중은행 수준의 예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기준 예대율은 각각 78.60%, 91.55%였다.
토스뱅크의 수신액이 빠르게 늘어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수신액은 여신액의 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IS(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맞추지 못하면 금융당국의 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값이다.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이 자기자본의 12.5배가 넘으면 안 된다. 즉, 토스뱅크의 대출액이 자기자본의 12.5배가 넘으면 BIS 자기자본비율이 8%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토스뱅크의 BIS 기준 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기준 4998억 원이다. 따라서 토스뱅크가 당시 기준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신액을 6조 2475억 원 아래로 맞춰야 했다. 6조 2475억 원은 토스뱅크 총수신액의 21.94%에 불과하다.
이 때문인지 토스뱅크 최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는 토스뱅크 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토스뱅크는 출범 당시 향후 5년 동안 1조 원을 추가 증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토스뱅크는 지난 8월 3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는 등 최근 1년 동안 다섯 차례 증자를 통해 1조 10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따라 토스뱅크는 예대율이 지난 8월 말 기준 24.1%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 측은 이례적인 고속성장세에 자금조달 계획도 빠르게 앞당겼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토스뱅크의 적자가 계속되면 추가적인 증자는 불가피하다. 경쟁사로 꼽히는 케이뱅크 역시 설립 초창기 자본 부족으로 수차례 증자를 단행했다. 케이뱅크 최대주주였던 KT가 계열사 BC카드까지 동원해 지원했고, 베인캐피탈이나 MBK파트너스 등 새로운 투자자도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자본 확충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는 KT나 카카오에 비하면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비바리퍼블리카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410.79%에 달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상반기 117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좋지 않다. 계열사인 토스증권, 토스인슈어런스, 토스페이먼츠 등도 모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스뱅크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면 비바리퍼블리카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토스뱅크가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한 채 증자만 진행하면 비바리퍼블리카 외에 다른 주주들의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토스뱅크의 현재의 적자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유상증자가 수반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저신용차주 및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날 여지가 큰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자본비율은 빠르게 소진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토스뱅크의 여신액은 4조 3000억 원까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대 업무 이자손실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상승에 따라 대손비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상반기와 같은 손실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자본이 급속도로 감소해 연말 여신 한도는 4조 6000억 원으로 하락하므로 추가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비바리퍼블리카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주가 약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 주식은 지난해 11월 한 때 16만 9800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거래가는 4만 원 수준이다.
토스뱅크가 낮은 예대율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높여야 한다. 이 때문인지 토스뱅크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과 예금금리의 차)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9월 말 기준 5.10%포인트(p)에 달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예대금리차는 각각 2.76%p, 2.10%p다. 물론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고, 담보대출 상품도 아직 출시하지 않아 대출금리가 높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뜻대로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금융권의 이자 수익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금리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국민들과 기업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 고통 속에서 (이자 수익으로) 축재를 한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과도한 금리, 폭리를 막기 위한 법안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금융감독원은 “합리적이고 투명한 금리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리산정체계를 정비하고, 은행권의 자율점검 및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은행 간 금리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업 시범운영, 개인신용평가 설명 강화 및 금리인하요구 실적 공시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스뱅크 관계자는 “증자 계획을 미리 공개할 수는 없지만 비바리퍼블리카와 그 외에 다른 투자자들이 (토스뱅크의) 사업 성장세를 믿어주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며 “예대율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3% 수준에서 계속 올라오고 있으니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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