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OECD의 ‘재정 건전화-장기 전망과 재정 격차 추산’ 보고서는 회원국들이 2050년까지 재정 건전화를 추구한다는 가정하에 여러 시나리오별로 재정 건전화에 필요한 목표 재정수지 흑자규모를 계산해놓았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50년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으로 재정적자를 줄인다고 할 경우 매년 재정수지 흑자규모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0.15%로 유지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균형재정을 2013년에 달성하기로 한 점과 재정수지 흑자 목표치를 2014년 GDP 대비 0.2%, 2015년 0.3%로 잡았다는 점을 놓고 보면 그다지 어려운 목표는 아니다.
특히 이러한 재정수지 흑자규모 목표치는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것이다. 일본은 2050년에 2007년 수준으로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년 재정수지 흑자규모를 GDP 대비 7.63%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 역시 2007년 부채규모로 돌아가려면 재정수지 흑자를 GDP 대비 6.65%로 유지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GDP 대비 6.02%, 영국은 5.81%, 아일랜드는 4.31%, 프랑스는 2.69%, 캐나다는 2.18%가 돼야 2050년에 2007년 수준의 재정 상태로 회복된다. 한국보다 낮은 재정수지 흑자를 유지하고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국가는 스웨덴과 스위스, 덴마크 등 일부 북구 선진국들에 불과했다.
또한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2050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50%나 75% 수준까지 낮추는 경우 우리나라는 재정수지 흑자를 만들기 위해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30%대 중반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재정적자를 GDP 대비 50%로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수지 흑자규모를 9.60%로 만들어야 하고, 미국은 재정수지 흑자규모를 GDP 대비 6.90%까지 늘려야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다른 나라보다 덜 고생해도 되는 셈이다. 실제로 OECD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과 스위스, 스웨덴 등 일부 국가들의 경우 재정건전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어떠한 재정긴축 요구에도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세계 각국의 재정 건전성에 쏠린 요즘 우리나라에 큰 도움이 되는 보고서인 셈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보면서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고민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 다퉈서 복지 확대 공약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이 좋다는 보고서가 약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정치권의 복지 확대 요구에 대해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어왔는데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들보다 좋다는 내용이 나가면 복지 확대 공약을 막아내기 힘들게 될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러한 내용을 알리지 않기도 아깝다. 우리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OECD 국가 중에서 재정투입을 가장 많이 했지만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경제운용을 그만큼 잘해왔다는 것인데 지금 상황이 나서서 알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홍길동전>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 제약에 묶여 호부호형(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름)을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