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인들이 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등기는 별도로 신청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홍라희 전 관장, 이재용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유족들이 상속은 받았지만, 소유권 이전 신고를 하지 않아 이건희 회장 명의로 남아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1970년대 초반부터 경기도 용인 전대리 일대 토지를 사들였다. 그중 148만여㎡ 부지 위에 세운 것이 오늘날의 에버랜드(전 자연농원)다. 에버랜드 이외에도 전대리 일대에는 삼성그룹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개인 명의로 소유한 부동산이 많다. 에버랜드에 인접해 있는 ‘스피드웨이’나 ‘호암미술관’ 등이 이 회장 소유 부동산 위에 지어진 것이다.
에버랜드 진입로에 위치한 전대리 일부 부동산 역시 당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에버랜드 부지와 개천 하나를 두고 떨어진 용인시 전대리 1XX-1을 중심으로 한 50필지, 1만 4000㎡를 일괄적으로 1982년 7월 사들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부동산 이전 소유주인 정 아무개 씨다. 정 씨는 이 회장이 사들인 1만 4000㎡ 모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 씨는 이 부동산을 1975년 8월 일괄 매입했다.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대출 등 근저당권 설정도 없었다. 토지를 사들인 1975년 당시 정 씨 나이는 28세로, 자연농원 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후반의 자연농원 직원이 토지 1만 4000㎡를 한꺼번에 구입했고, 7년 후 이건희 회장이 그 토지를 일괄 매입한 것이다. 이 회장이 직원 명의로 부동산을 차명 거래했고,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정 씨는 등기부에 본인의 주소를 용인시 전대리 3XX로 올렸다. 이 주소지는 정 씨가 부동산을 매입하기 1년 전인 1974년 중앙개발이 사들인 삼성그룹 소유 부지였다. 현재는 삼성물산의 서비스아카데미, 리조트지원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그렇다면 정 씨는 왜 1975년 전대리 부동산을 구매했을까. 정 씨는 연락을 취할 때마다 “바쁘다”는 이유를 들며 자리를 피했다. 2018년 12월 17일 일요신문이 직접 정 씨를 찾아가 전대리 부동산 매입에 대해 묻자, 정 씨는 “부동산 매입이 있었으면 그랬나보다. 매입에 대해 잘 모른다. 얘기할 형편이 안 된다. 이미 30년이 넘은 얘기라 잘 모른다”며 “그게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느냐”고 언급을 회피했다.
이어 2019년 10월 16일 전화통화에서 정 씨는 “30년이 넘은 일이라 기억도 안 난다. 다른 직원들이 다 해서 나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차명 거래를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끊었다. 이 회장의 차명 부동산 소유를 위해 명의를 빌려준 것을 사실상 자인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정 씨는 받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982년 7월 매매예약을 걸어두고 당일 매매까지 완료했지만, 부동산등기부 소유권 이전 접수는 12년이 지난 1994년 8월에 했다. 이에 대해 앞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매예약을 걸어 정 씨가 혼자 못 팔게 막아두고, 부동산실명제 도입 전에 실명 전환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고 추정했다. 부동산실명제(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는 이 회장이 소유권 이전 접수를 한 1년 후인 1995년 7월 시행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이 사들인 1980년대만 해도 이 토지들의 가격은 1㎡당 6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용인시가 이 회장의 땅을 1㎡당 평균 60만 원 내외로 책정해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용인 에버라인 경전철 노선이 들어서면서 에버랜드에 대한 접근성과 인프라도 좋아졌다. 현재 이 회장 명의의 전대리 부동산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1㎡당 5만 9400원에서 74만 4200원까지 공시지가가 책정돼 있다. 평균 30만 원 수준이다.
이건희 회장의 전대리 부동산과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개인 영역이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