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으로 압송된 김현희가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고 있다. 그녀의 팔을 잡고 있는 안기부 여자 요원(오른쪽)이 최창아 씨다. 보도사진 연감 |
일요신문은 이러한 논쟁을 살피기 위하여 당시 김현희를 서울로 압송하고 수년 동안 그녀를 보호 감시하던 안전기획부 여자 수사요원 최창아 씨의 수기를 단독 입수하여 공개한다. 최창아 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85년 안기부 공채 시험에 합격하여 안기부 최초의 여자 수사요원이 되었고 8년 동안 재직하다가 지난 1993년에 퇴직했다.
최창아 씨는 안기부에 입사하여 6개월간의 엄격한 훈련을 마친 뒤에 현장에 배치되어 김만철 씨 귀순 사건을 담당하는 등 일선에서 활약하다가 KAL기 폭파사건을 담당했다. 그녀가 직접 수사하고, 심문하고, 수년 동안 숙식을 같이하면서 김현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녀의 수기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진실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그녀가 수기를 쓰면서 밝힌 심중이다.
“KAL기 폭파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25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조작설과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사람들은 정말 그런 것인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나는 이 사건 수사에 직접 참여했던 국정원(당시는 안전기획부) 수사요원으로서 이러한 공방에 가슴앓이를 했다.
안전기획부 최초의 여자 수사요원으로 김현희를 바레인에서 압송하고 수년 동안 그녀의 보호와 감시를 맡았던 나로서는 근거없는 조작설이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도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전직 안기부 요원으로서 첩보 활동에 대한 기밀은 무덤 속까지 가져간다는 요원들의 철칙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도 없었다. 특히 안전기획부에서 훈련을 받은 요원들은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비밀을 목숨처럼 지킨다.
나는 KAL기 폭파사건을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의혹은 주장할 수 있으나 조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여담이지만 어느 작가를 만났는데 그는 87년도에는 이러한 사건을 조작할 정도로 안기부 수준이 높지 않았다고 단언하고 있었다. 안기부 수준을 낮게 보는 그의 말에 얼굴이 뜨거웠지만 나도 공감했다.
민간항공기를 폭파하는 것은 세계의 유력 정보기관의 눈길을 끌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도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안기부가 세계 정보기관의 이목을 감쪽같이 속이고 KAL기를 폭파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사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 나는 역사의 한 장에 KAL기 폭파사건도 기록되리라고 본다. 그래서 역사 앞에 진실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히기로 했다. 내가 김현희와 관련하여 사건의 내막을 철저하게 공개하기로 한 것은 조작설이 결코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 앞에서 밝히기 위해서다.”
다음 호부터 일요신문에 연재되는 ‘국정원 최초 여수사관 최창아 씨 수사 비록 김현희와 나’에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