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내 곁에 있던 친구. 스물다섯 어리숙한 사회초년생 시절 처음 만나 산전수전을 함께 겪었다는 영미 씨(가명)와 박 아무개 씨(가명). 오늘도 영미 씨는 가족보다 더 믿었던 '친구'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러나 잠시 뒤 울린 전화기에서는 25년 지기 사이라기엔 믿기 어려운 대화가 오갔다.
"난 네가 그렇게 안 살았으면 좋겠어."
"XX같이 그렇게 머리 써가면서 남한테 바가지로 욕먹으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이 X아."
20년 넘게 미용 업계에 종사하며 자리를 잡아 외제 차를 타고 여러 개의 큰 업장을 운영하는 소위 '성공한 사업가'가 된 친구의 모습이 영미 씨는 항상 자랑스러웠다.
여러 매장을 운영하며 생긴 동업자들에 대한 고민으로 박 씨가 심란해할 때도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자 노력했는데 내 친구가 이룬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고 얻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영미 씨는 허탈하다 못해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영미 씨는 "항상 이제 상대방들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사실상 피해자들 만나보니까 말한 거랑 너무 달라가지고"라고 말했다.
은혁 씨(가명)는 박 씨의 미용실에서 처음 디자이너로 근무를 시작했다. 카리스마 있는 사장님인 동시에, 엄마처럼 다정했던 박 씨의 모습에 항상 최선을 다해 일했다는 은혁 씨. 그렇게 근무한 지 반 년이 되었을 무렵 박 씨가 은혁 씨에게 ‘자격증’을 빌려달라는 은밀한 제안을 해왔다고.
미용업계에서는 간혹 일어나는 일이라 고민 없이 승낙했던 은혁 씨는 지금 미용실이 아닌 공사장에서 일용직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큰 의심 없이 서명했던 계약서에 '모든 권리가 박 씨에게 귀속된다'는 내용이 은혁 씨의 발목을 잡아 눈 깜빡할 새 빚더미에 앉게 됐다는 것. 더 놀라운 점은 은혁 씨와 비슷한 계약서를 작성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친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눈물 흘리는 모습을 가만두고 볼 수 없어 카메라 앞에 섰다는 영미 씨. 그가 눈물을 머금고 25년 지기 친구를 고발한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쓰레기에 집착하는 건물주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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