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규 공심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공심위원들이 2월 20일 서울 중랑 을 공천신청 대상자를 상대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월 24일 민주통합당 공천 확정자 발표를 접한 한 당직자의 분노에 가까운 목소리다. 이런 기류가 확산되면서 민주통합당의 총선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기득권을 지켜주는 ‘누더기 공천’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보면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먼저 노무현 정부 당시 탄핵정국을 업고 여의도에 입성했던 18대 총선 낙선자가 대거 공천을 받았다는 점이다. 철새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용희 의원의 아들 이재한 후보(충북 보은옥천영동),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을 왔다 갔다 한 이상민 후보(대전 유성)도 철새대열로 합류했다. 1심 유죄확정 임종석 사무총장(서울 성동을), 금품수수 기소자인 이화영 후보(강원 동해삼척)도 단수 공천자로 확정됐다. 대구경북 출신으로 손학규 전 대표 시절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전혜숙 후보(서울 광진갑)도 서울 지역구를 얻었다.
민주통합당 안팎에서는 “강철규 공심위원장이 이런 수준의 계파 간 나누기 공천을 하려고 당에 왔느냐. 당의 정체성과 맞기만 하면 탄돌이도, 철새도, 금품수수자 모두 공천을 받을 자격이, 그것도 단수공천자가 될 자격이 있느냐”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 한 예비후보는 “여론을 무시해도 어떻게 이렇게 무시하면서 안하무인식 나누기 공천을 하느냐”며 “국민들에게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인사들이 결국 자파 기득권 지키기에 얼마나 열을 올렸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 당 지도부가 비공개회의에서 지역 비례대표 몫을 나눴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계파 간 나눠먹기를 넘어 찢어먹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며 “총선승리라는 목표만 있을 뿐 질서 있는 정리가 불가능한 것이 현재 민주통합당의 공천 혼란상 모습”이라고 말했다. 개혁공천이라는 말은 쇼일 뿐이고 국민과 당원의 뜻은 온데간데없다는 것이다.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제1당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정치평론가 서상민 박사는 “인물을 바꾸지 않고는 공천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며 “MB 정부의 실정과 새누리당의 헛발에 기대 총선승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사실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번 선거가 결코 쉽지 않다. 겸허한 마음으로 선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2월 중순 당내 비공개 여론조사가 이를 반영한다. 새누리당은 34%로 ‘정체’, 민주통합당은 37%로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7%포인트까지 격차가 났던 2월 초의 상황과는 달라진 것이다.
특히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1당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 박사는 지난 22일 대구 <매일신문> 특강에서 “부산경남에서 문재인, 문성근 바람이 불어 7~8석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은 충청권에서 만회가 가능하고, 절대 열세로 알려진 수도권에서도 새누리 텃밭이 ‘알박기’처럼 박혀 있어 30석 이상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 박사는 또 “민주통합당의 통합 효과는 이미 마무리됐고 당 운영이 계파 간 지분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득권을 버려도 모자랄 판에 이를 지키겠다는 계파 수장들이 당 지도부를 둘러싸고 있는데 야권 후보 단일화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런 공천 혼란상을 정리하기 위해 문성근 최고위원의 ‘쓴소리’가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야권통합만큼 혁신을 강조해왔던 문 최고위원이 부산 선거에 나서면서 정당혁신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혁신과 통합 출신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에 가장 자유로운 문 최고위원이 원칙과 소신으로 정당개혁, 공천혁명에 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더기 공천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반MB의 반사이익을 노리는 통합, 국민신뢰를 얻지 못하는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 “공천에 인위적 개입 않겠다”는 당 지도부의 발언에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한명숙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이런 흐름과 달리 한명숙 대표가 계파 간 힘겨루기를 중재하다가 새누리당 공천과정을 살피면서 일정 시점에 과감한 공천개혁 드라이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당 대표는 지금 현재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총선 승리에 이은 대선 승리의 일관된 목표를 갖고 있다”며 “아직까지 계파 간 나눠먹기라고 단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민주통합당 인재영입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당직자는 “당 대표가 중심을 세우고 공천배제 원칙을 밀고 나가면 된다”며 “비리 관련자, 당적 이탈자 등을 과감하게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호남지역에서 교체지수 50% 이상인 현역의원 전원을 불공천하는 혁신을 단행해야 총선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