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편 ‘물의 길’ 규모와 세계관 확장…3D 포맷 영화 급감, 3시간 10분 러닝타임은 부담
넘볼 수 없는 그 기록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은 다름 아닌 ‘아바타’의 후속편인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다. 1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규모와 세계관을 확장한 ‘아바타2’가 12월 관객을 찾아온다. 제작비만 약 2500억 원으로 러닝타임은 3시간 10분에 달한다. ‘아바타’가 아니면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규모. 13년 전 세계를 뒤흔든 흥행작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침체 일로인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돌아선 관객을 다시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아바타’ 시리즈 2~5편까지 기획…총 제작비 10억 달러
‘아바타’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부터 ‘타이타닉’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영화 흥행 역사를 매번 새롭게 써왔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2009년에 내놓은 SF 대작이다. 가까운 미래 에너지 고갈에 시달리는 인류가 독특한 외형의 나비족이 사는 우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면서 벌어지는 원주민과의 대결과 공존을 그린 작품이다.
‘아바타’는 국내 개봉 당시 입체적인 시각 효과를 선사하는 3D 상영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외화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누적 관객은 1333만 명을 기록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에 이어 국내서 역대 외화 흥행 순위 3위에 올라있다.
1편의 폭발적인 성공 이후 후속편 제작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일었지만, 감독이자 제작자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2’를 공표한 것은 8년이 지난 2017년이다.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를 총 5편으로 구상한다고 밝히면서 오는 12월 개봉하는 2편 이후 3, 4, 5편을 연이어 내놓겠다고 알렸다.
‘아바타’ 후속 시리즈로 기획된 4편의 제작비는 총 10억 달러, 1조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편 공개를 앞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시리즈 중 3편은 편집을 끝냈고, 4편의 일부는 촬영을 마쳤다. 가능하다면 5편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뒤 “궁극적으로 (‘아바타’는)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열대우림에서 이번에는 바다로
‘아바타’ 1편이 미지의 행성 판도라를 통해 열대우림을 보여줬다면, 이번 2편의 배경은 광활한 바다다. ‘아바타2’는 판도라 행성에서 가족을 이룬 주인공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무자비한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1편의 주인공인 나비족과 2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물의 부족 멧케이나족이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다가 서로 교감하는 과정도 담는다.
거대한 수중 장면은 ‘아바타2’가 내세우는 최대의 볼거리다. 이미 ‘타이타닉’을 통해 바다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스케일을 키운 수중 장면을 통해 “최상의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더해 환경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 3D 상영을 통해 시각효과 극대화를 시도하는 점은 ‘아바타’ 1편과 같다.
물론 ‘아바타2’가 1편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있다. 3D 상영 포맷과 3시간 1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다. 2009년 개봉 당시 ‘아바타’는 3D라는 신기술을 앞세워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3D 안경을 착용하고 극장에서 체험하는 시각효과에 전 세계 관객이 매료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전체적인 극장 관객 감소 속에 3D 포맷을 시도하는 영화들이 급감한 상황이다. 기술력을 앞세워 현란한 시각효과를 추구하는 블록버스터가 늘어도, 이를 3D 포맷으로 제작하는 시도는 현저히 줄었다. 더욱이 극장 주요 관객층인 2030세대에게 3D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는 환경이 다소 낯선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극장 상영작으로는 다소 긴 3시간 10분의 러닝타임도 변수다. 아무리 볼거리가 풍부하고, 시각적인 체험 효과를 선사한다고 해도 전편보다 30분이 더 늘어나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상영시간에 관객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 시리즈의 설계자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신감을 보인다.
최근 미국 영화 잡지 토탈필름과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2’의 러닝타임에 대해 “내 자녀들이 1시간 분량의 TV 시리즈를 5편 연속해서 시청하는 걸 봤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보급으로 짧은 시간에 여러 콘텐츠를 몰아보는 ‘빈지 뷰잉’(Binge viewing) 행위가 늘어난 만큼 3시간 10분 러닝타임은 관객의 선택에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신감을 앞세워 출격하는 ‘아바타2’가 과연 12월 극장가의 열기를 어느 정도까지 달아오르게 만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편의 폭발적인 성공에 따른 후광효과와 역대급 규모 덕분에 개봉 초반 관객의 선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작품성과 오락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아바타2’에 맞서 출사표를 던진 한국영화는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 1년간의 상황을 그린 시대극으로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이다. 할리우드의 대표 흥행 감독과 ‘해운대’, ‘국제시장’ 등을 통해 한국영화 흥행사를 써온 윤제균 감독의 맞대결 역시 12월 극장가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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