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순위 아르헨 ‘부상 악재’ 3순위 프랑스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잉글랜드·스페인·독일도 후보군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아시아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다. 중동지역 개최는 처음이다. 그런 만큼 이전 대회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겨울철에 열리는 대회다. 중동지역의 여름철 낮 기온 40℃가 넘는 더위는 대회를 진행하기에 부담스러웠다. 결국 11월 개막, 12월 폐막이 결정돼 월드컵의 변수가 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32개국 체제로 치르는 마지막 대회기도 하다. 캐나다, 멕시코, 미국에서 치르는 2026년 대회부터는 48개국이 본선을 시작한다. 한 팀이 7경기 만에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마지막 대회인 것이다.
여러 면에서 특이점이 있는 대회, 우승의 향방은 어디로 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해외 스포츠 베팅업체는 유력 우승 후보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를 꼽고 있다. 월드컵은 그간 21회의 대회를 치렀지만 우승을 경험한 팀은 8개국뿐이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22회 대회 우승 트로피는 어느 국가로 향할지 벌써 관심을 모은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영원한 우승후보'로 불린다. 역대 22번의 대회 모두 본선에 참가했고 결승에 일곱 번 진출, 5회 우승을 달성했다. 역대 최다 우승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오랜 기간 최강팀으로서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4개 대회 연속 결승 무대도 밟지 못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자국에서 열린 2014년 대회에서는 4강에 올랐으나 독일에 1-7 대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번 대회만큼은 여러 전문가들이 한입으로 브라질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는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순위로 브라질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도 강한 스쿼드다"라며 "공수 밸런스도 좋고 선수단 내 연령 분포도 좋다. 선수단이 강해도 지도력이 안 좋으면 어려워지는데 치치 감독의 능력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월드컵은 특히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대회다. 그런 면에서 브라질은 우승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 더욱 강력한 선수단으로 임한다. 주장 티아고 실바, 간판스타 네이마르를 필두로 26명의 엔트리가 대부분 유럽 엘리트 클럽에서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잉글랜드의 아스널 소속 수비수 가브리엘 마갈량이스, 리버풀 공격수 로베르투 피르미누가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할 정도다.
선발과 백업의 전력 차도 크지 않다. 맨체스터 시티 주전 골키퍼 에데르송은 벤치를 지킬 공산이 크다. '거함' 레알 마드리드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조차 선발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팀이 브라질이다.
선수단 내 신구 조화도 좋다. A매치에 100경기 넘게 출전한 티아고 실바와 다니 알베스가 팀에 경험을 심고 있으며 에이스 네이마르도 만 30세에 접어들면서 노련함을 더해가고 있다. 공격진에서는 안토니,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고이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등 2000년대생들이 에너지 레벨과 패기를 책임진다.
다수 경쟁국들이 부상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브라질은 자신들이 원하는 선수단을 큰 탈 없이 구성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선수단 내 부상이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에선 남미 국가가 우승을 하고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는 유럽 국가가 우승을 한다는, 월드컵의 이른바 '대륙 징크스'도 브라질에 점수를 주는 이유다. 이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켜져왔다. 유럽과 아메리카를 제외한 곳에서 열린 대회는 변수가 될 수 있다. 2010년 아프리카에서 열린 대회에선 유럽 국가(스페인)가 우승했다. 이전에 유일한 아시아 대회였던 한일 월드컵에서는 브라질이 우승컵을 들었다. 브라질은 20년 만에 우승컵을 노린다.
#메시, 진정한 축구 황제로 거듭날까
리오넬 메시는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와 더불어 축구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심지어 펠레, 마라도나를 뛰어 넘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메시의 아킬레스건으로는 월드컵 트로피가 꼽힌다. 메시는 그간 A매치 165경기에 출전해 91골을 기록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만 4개 대회에서 19경기 6골 5도움을 기록했으나 우승에는 실패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결승 무대까지 밟았으나 연장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독일에 패하며 좌절했다.
최근 팀 분위기가 좋다는 점은 메시와 아르헨티나에 긍정적이다. 지난해 열린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을 하며 메시는 국가대표 커리어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었다. 당시 우승을 확정 짓자 모든 선수가 울음을 터뜨리던 메시에게 달려간 것은 아르헨티나의 팀 분위기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수 팀이 대회 개막과 참가를 우려하는 상황에서도 남다른 의지로 경기에 임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근 성적도 호조를 보인다. 우승을 차지한 2021 코파아메리카를 포함, 최근 36경기째 무패행진을 벌이며 패배를 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마지막 패배를 찾으려면 2019년 7월 브라질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메시의 시대로 접어든 이후 아르헨티나는 막강한 공격력에 비해 불안한 수비가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 2021년을 전후로는 수비가 안정되며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10년 터울의 중앙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호흡을 맞추고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귀도 로드리게스가 중용되며 단단함을 더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주축 미드필더 중 한 명인 지오바니 로 셀소가 지난 10월 말 당한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번 대회에서 빠지게 됐다. 뒤이어 대회 직전 니콜라스 곤살레스, 호아킨 코레아가 부상으로 하차했다. 아르헨티나로선 중원의 조타수와 공격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원들을 잃은 채 월드컵에 임하게 됐다.
#흔들리는 디펜딩 챔피언
이번 월드컵이 열리기 1년 전까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국가는 프랑스였다. 지난 대회 우승국 프랑스는 기존 전력을 대거 유지한 데 이어 유망 자원도 끊임없이 배출하며 전력을 강화해왔다.
월드컵 챔피언의 전력에서 공격력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 과정에서 올리비에 지루가 무득점으로 일관,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풍운아' 카림 벤제마가 복귀한 것이다. 그 사이 벤제마는 30대 연령으로 접어들었음에도 더욱 기량을 발전시켜 지난 10월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도박사들은 프랑스를 이번 대회 우승 후보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뒤에 위치시켰다.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며 전력에 공백이 생긴 탓이다.
지난 우승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미드필더 듀오 은골로 캉테와 폴 포그바가 함께 빠졌다. 이들은 소속팀에서 기복을 보이는 와중에도 대표팀에서는 제몫 이상을 해주던 자원이기에 프랑스로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수비수 프레스넬 킴펨베, 공격 자원 크리스토퍼 은쿤쿠도 부상으로 하차했다. 지난 대회 우승 주역 라파엘 바란도 부상 여파가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프랑스지만 이 같은 단체 이탈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월드컵 특유의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도 프랑스에 유쾌하지 않은 지점이다. 지난 20년간 2006년을 제외하면 네 번의 대회에서 전 대회 우승국은 조별리그를 뚫지 못하는 역사가 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덴마크, 호주, 튀니지를 만나 조별리그 통과는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 자원의 연쇄 이탈로 좋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맞이하게 됐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이들 '빅3'의 뒤는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등이 잇고 있다. 이들 모두 8개국뿐인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나라다. 하지만 제각각의 이유로 앞선 국가들에 비해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수비 불안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지난 대회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4강에 올랐지만 그 사이 주축 수비수인 해리 매과이어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세를 보이던 측면 수비수 리스 제임스가 부상으로 빠졌다는 점도 아쉽다.
스페인과 독일은 우승컵을 들던 전성기에 비해 최전방이 무디다는 약점을 공유하고 있다. 스페인은 알바로 모라타가 주전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지만 득점력에 강점을 보이는 유형은 아니다. 독일은 최전방에 활용되던 티모 베르너가 부상으로 빠졌다. 남은 스트라이커 자원은 니클라스 퓔크루크와 유수파 무코코지만 이들은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다. 각각 A매치 1경기씩 경험했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유사한 약점을 갖고 있는 스페인과 독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E조)에서 경쟁을 펼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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