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읍천항은 벽화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다. |
벚꽃구름이 밀려와 온 시내를 뒤덮으면 겨우내 뜸했던 경주행 발길이 잦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아직 멀었고, 사람들은 경주를 여행지의 목록 위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 봄은 이르나 단언컨대 경주행은 고려해 봐도 좋다. 읍천벽화마을 하나만으로도 먼 길을 달려가는 수고로움이 전혀 아깝지 않다.
▲ 아름다운 벽화로 치장한 벽면의 모습. |
수많은 팀들이 그린 것 답게 그림은 주제도 다양하다. 바다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 마을 사람들을 위로하는 해녀그림이 있는가 하면, 마치 세상과는 무관하게 환상 속에 빠져 사는 듯한 여성그림도 있다.
▲ 어촌 경주 양남면 읍천리의 벽화 모습. |
읍천 주민들은 그림 때문에 마을이 활기를 띤다며 대부분 반색하는 분위기다. 말을 섞을 사람이 많아진 탓이 크다. 하지만 동네 개들은 도무지 낯선 발걸음이 마뜩치 않은 모양새다. 그림을 찾아서 골목에라도 들어설라치면 제법 경계를 하며 짖어댄다. 주인의 말 한마디에 이내 ‘끄응’하며 불만을 삼키고 말지만.
거리는 벽화로 인해 변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풍경은 분명 있다. 한결같이 곁을 지키는 바다다. 마을 주민들은 변함없이 바다로 나가 생을 위한 그물질을 한다. 밤이면 바다를 밝히며 그물을 던지고, 동이 트기 전에 그것을 거둬들여 포구로 들어온다. 동해의 높은 파도와 밤새 씨름한 주민들은 방파제 안으로 배가 들어와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고기를 많이 잡았거나 적게 잡았거나 그것은 나중 일이다. 다만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 읍천 주상절리는 부채꼴의 모양을 하고 있다. |
이곳의 주상절리는 읍천항에서 남쪽으로 약 500m쯤 내려가다 보면 좌측 해안에 있다. 쿠페모텔이 보이는데, 그것을 끼고 내려가면 나온다. 본래 군사지역으로 통제가 되던 곳이다. 이 주상절리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군사지역이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나 읍천주민들은 주상절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주민들끼리는 이 주상절리를 ‘재돌’이라고 부른다. 다만 희한하게 생긴 바위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한 지질인 줄 몰랐을 뿐이다.
읍천 주상절리는 부채꼴처럼 생겼다는 것도 특징이다. 마치 바다 위에 부채 하나를 활짝 펼친 듯 보인다. 어찌 보면 꽃이 만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이 주상절리는 아무런 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주시가 답사 끝에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키로 했다는 소식이 최근 들린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마땅한 것이지만, 자칫 난개발로 흐르지나 않을까 살짝 우려되기도 한다.
▲ 한 노인이 바다에서 갓 잡아온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
김동옥 여행전문가 tour@ilyo.co.kr
▲길잡이: 경부고속도로 경주IC→서라벌대로→배반사거리에서 울산, 불국사 방면→외동읍에서 양남, 입실리 방면 좌회전→외남로 따라 계속 직진→양남사거리에서 좌회전→읍천리.
▲먹을거리: 읍천리 음식점은 대부분 횟집이 주를 이룬다. 읍천리에서 남쪽으로 약 1.5km쯤 가면 하서리에 초도아귀찜(054-749-4001)이 있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아귀찜이 매콤하면서도 뒷맛이 담백하다. 인근에 한식집이 더러 있다.
▲잠자리: 읍천항에서 주상절리 방면으로 내려가다보면 스위스모텔(054-774-4730), 해뜨는집모텔(054-774-9462), 쿠페모텔(054-774-3511) 등 숙박시설이 많다.
▲문의: 경주시 문화관광과 054-779-6077~80.